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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준경 Jan 04. 2019

푹(지상파) X 옥수수(SK)합병 보도 씁쓸하다.

3년 전 통신재벌의 미디어 사업 확장에 '오버'하던 지상파가 생각났다

지상파의 OTT의 푹과 SK텔레콤의 OTT 옥수수가 합병 MOU를 맺었다. 기자들에게 엠바고가 걸렸던 사안인데 (애초에 왜 엠바고를 걸었는지부터 의문이지만) 뉴미디어 분야 최고의 빅딜이 성사돼 기자 입장에서 설렜다. 



분석들은 대략 이렇다.


- 해외시장에서 득이 될 것이라는 평가.

- 정체기에 접어든 푹이 옥수수의 수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

- 안정적인 콘텐츠가 부족한 옥수수는 막강한 콘텐츠를 학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

- 망사용이 부담이었던 푹이 안정적인 망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

- 반면 양사 모두에 득이 될지 그림이 모호하다는 평가. 


취재하는 입장에서 저런 분석 못지 않게 흥미로운 건 지상파의 태도다.


2019년 1월3일 '메인뉴스'에서 지상파는 이렇게 보도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것인데 합병이 성사되면 가입자가 1천3백만 명이 넘는 한국형 대형 플랫폼이 탄생해 지상파와 SK텔레콤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됩니다." (MBC 뉴스데스크)


"실시간 방송과 드라마 등 지상파의 콘텐츠가 결합해 넷플릭스 등 외국 미디어에 맞설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탄생하게 됩니다."(SBS 8뉴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지상파의 콘텐츠 제작 능력에 IT 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합쳐 아시아의 넷플릭스, 글로벌에서 경쟁하는 토종 OTT의 대표 주자로 키우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9)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이해관계와 보도 태도


지상파는 그동안 미디어 시장에 진입한 통신 재벌에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사실 푹은 "통신사가 주는 마약을 더는 맞지 않겠다"며 통신사 OTT에서 콘텐츠를 철수하기도 했고. 주파수 할당,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통신사와 불편한 관계가 될 때마다 속칭 '조지는 보도'에 열을 올렸다. 이때 지상파 관계자들은 국회를 찾아가 각 지역구 의원들을 압방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인수합병 저지를 위해 행동했다. (반면 통신사들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오버해서 움직였던 때기도 하다.) 


다음은 SK-CJ 인수합병 국면에서 SBS가 메인뉴스를 통해 내보낸 보도들이다. (지상파3사가 다 비슷한 톤을 보였는데 sbs가 유독 강해서 예로 드는 것)


3월8일 <음반사·제작사 ‘싹쓸이’…“재벌 독점 우려”> 

3월8일 <SKT "합병 시 3,200억 투자"…"면피성 약속"> 

3월11일 <SK, 사내유보 64배 '급증'…보은성 투자 비판> 

3월14일 <"SKT, CJ헬로비전 인수는 재벌 독점 강화" 비판> 

3월15일 <지역방송사, SKT-CJHV 합병 불허 촉구> 

3월16일 <'글로벌' SKT? 해외 자회사 11곳 모두 적자> 

3월16일 <'"SKT-CJ헬로비전 합병 주총은 무효" 소송> 

3월18일 <'결합상품' 점유율 49.6%…SK, 방송 넘보나?> 

3월22일 <콘텐츠 사업 육성 한다더니…재벌끼리 배불리기?>

3월28일 <"SKT는 나쁜 인수합병 포기하라" 업계 반발> 

3월29일 <SKT 부끄러운 1위…소비자 피해·과징금 최다> 

3월30일 <"통신재벌 SKT, 방송시장 지배력 빠르게 확대"> 

3월30일 <'내부거래' 1위 SK…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 

3월31일 <SKT, CJ헬로비전 합병기일 '미정'으로 정정> 

4월1일 <유럽 거대 통신사간 합병 추진…당국 '제동'> 

4월3일 <"SKT-CJHV 합병시 요금 상승"…드러난 거짓말> 

4월17일 <SKT, '통신비 이윤'으로 자회사 배불리기?> 

4월19일 <말로만 상생 약속…여전한 '밀어 넣기' 횡포> 

4월21일 <"고객에 비싼 요금제 팔아라"…도 넘은 SKT 갑질>

5월2일 <'야한 방송' 추천까지…SK브로드밴드, 청소년 이용해 돈벌이>

물론 유료방송시장과 인터넷방송시장은 다르다. 하지만 당시 SBS는 SK가 하는 미디어 사업 자체에 강력하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SBS는 SK와 CJ가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콘텐츠 투자 명목의 금액이 재벌 돈주머니로 들어가는 걸 우려했다. 


"인수합병을 시도 중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콘텐츠 사업 육성을 내세우며 1천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죠, 그런데 이게 이들 재벌의 주머니만 채워줄 돈줄이 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SBS는 옥수수도 저격했다.


"SK브로드밴드가 올해 초 출시한 모바일 동영상 앱, 옥수수입니다. 첫 화면부터 인터넷상에서 선정성 논란을 빚고 있는 인기 BJ들, 그러니까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의 이른바 '야한 방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15살 이상이면 누구나 볼 수가 있어서, 청소년들이 이런 선정적 동영상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비판의 대상인 SK가 이제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 '기술과 자본을 갖춘' it기업, '넷플릭스에 맞설 토종 OTT파트너'가 됐다.


- 적일 때와 파트너일 때 보도 태도가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 적이라서 약점만 찾아 때리는 것도 문제고

- 파트너가 되니 톤이 바뀌어서 당혹스럽다. 만일 앞으로 이전처럼 비판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다.

- 근본적으론 보도를 이해관계에 따른 도구로 쓰지 않았으면 한다. 지상파분들이 그렇게 비판하는 족벌언론의 행태이기도 하고.


2. 해외 vs 토종 프레임


지상파의 보도가 독자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국내 통신사와 방송사가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점 자체는 의의가 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해외 공습이라고 포장하는 건 단순 논리인 데다 다분히 지상파와 SK의 시선에 그친다는 생각도 든다.


넷플릭스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일까. 반은 맞고 반을 틀리다고 생각한다. 국내 제작사 입장에선 소비자 입장에선 넷플릭스가 어떤 의미일까.


지상파가 빼 먹은 맥락은 KISDI가 만든 ‘글로벌OTT사업자의 국내진입에 따른 미디어 생태계 영향’ 보고서에 나온다.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 가격이 높아 넷플릭스의 차별성이 있었지만 국내 유료방송은 저가구조라 차별성이 없고 

- 유료방송 서비스는 실시간채널 및 한국콘텐츠 중심인데 반해, 넷플릭스는 VOD와 미드 및 해외작품 중심이라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고

-콘텐츠 사업자에 해외시장 유통망 역할을 해 안정적 해외 매출에 기여하고

-한국 콘텐츠 제작에 따른 수요 증가로 창작자·제작자의 협상력을 증대시키고 

-한국 콘텐츠 해외 매출을 늘려 창작·제작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릴 수 있고 

- 국내 방송사들이 경쟁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열악한 노동조건 등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를 일부 기대할 수 있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정부가 나서서 토종 OTT만들라고 지원하고 요구하는 것 자체도 좀 오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번 합병 기사에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왜 등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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