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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준경 Aug 29. 2018

푹, 대도서관도 방송규제? 새 방송법 한방에 정리합니다

통합방송법 초안, 내용과 문제점은 이렇습니다.

가까운 미래의(?)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이번 안건은 푹, 티빙 재승인 사전동의 건입니다.” 


위원A “이 사업자가 몇점을 받았죠? 합격점수 넘었나요?”

위원B “공적 책무 이행이 잘 안 되던데, 조건부 재승인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위원A “넷플릭스는 푹, 티빙이랑 서비스 형식이 같은데 왜 심사 안 하나요?”

사무처 “해외사업자라 심사 대상이 아닙니다.”


위원B “페이스북이나 네이버로 영상 많이 보던데 심사 안 하나요”

사무처 “두 사업자는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통신사업자입니다.”


최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에서 발표한 방송법 전부 개정안(통합방송법) 초안이 통과된 것을 전제로 한 가상 시나리오입니다.


지금까지 뉴미디어 규제와 관련한 뜬금포와 추상적인 이야기만 나오다 최초의 ‘형식규제’논의의 틀이 발표됐습니다.  최근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이 방송법 전부 개정안(통합방송법) 초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열었는데요. 발의도 전에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아직 초안이고 논의를 통해 조항을 개선할 계획이라고는 합니다. 그래서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법이 어떤 내용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정리해봤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0713

(참고로 기존에 나온 법안은 이렇습니다. 이번 법이 체계가 있으면서 이상하다면 기존에 나온 법안들은 체계도 없으면서 이상하기까지)


'일부' 개정안이 아닌 '전부'개정안. 방송의 기준을 바꾸는 무시무시한 법안.


1. 방송법 전부 개정안 왜 만들지?


현재 방송법 체계는 김대중 정부 때 만든 골격을 갖고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했지만 변화를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죠. 특히, ‘방송’인 케이블, 위성방송과 경쟁하는 대동소이한 서비스인 IPTV가 위성방송, 케이블, 지상파와 달리 ‘방송법’이 아닌 ‘IPTV법’에 따로 규정돼 있던 게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시청자가 CJ헬로를 끊고 비슷한 서비스인 KT올레TV에 가입하는 건 별일 아니지만 법으로 보면 '방송'에서 '통신'으로 갈아타지는...)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 개정안)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방송통신융합에 따라 IPTV법을 방송법에 편입시키는 게 핵심입니다. (이 외에도 공영방송 지위를 법적으로 규정하거나 지역방송 발전방안을 담는 등의 내용도 있지만 패스)


방송과 통신이 한 시장에서 싸우는 상황


2. MCN OTT는 대체 왜 껴 넣는 건데?


‘규제=꼰대적 발상’으로 귀결되곤 합니다.  실제로 그런 맥락의 설익은 규제 논의가 온갖 분야에서 이뤄지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기도 하고요. 다만, 통합방송법은 그런 측면보다는 ‘형평성’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나름의 선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법안을 마련한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김성수 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이 주축.)


아마도 이런 논의의 결과 ‘법제화’ 이야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1. 케이블은 방송인데, 왜 대동소이한 서비스인 IPTV는 방송이 아닌가. 

2.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해야지! 방송으로 넣어!

3. 옥수수?푹? OTT라는 것도 인터넷 망 쓰고 방송 내보내고 사실상 IPTV랑 차이가 없네 

4. 동일 서비스 동일규제! 

5. OTT에 들어가는 콘텐츠는? 인터넷 방송 규제 사각지대라던데, 방송으로 넣어야지


3. 새로운 방송법은 유튜부, 넷플릭스, 푹, 72초TV를 어떻게 규정하나


방송법 전부 개정안은 뉴미디어를 두가지 개념으로 편입합니다.


우선, ‘전제’가 되는 새로운 방송법이 말하는 방송의 개념은 이렇습니다.



방송콘텐츠: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시청자에게 송신되는 영상, 음향, 데이터 등과 이들로 조합된 방송내용물.

방송프로그램: 편성의 단위가 되는 방송콘텐츠.


방송의 개념이 광범위해졌습니다. TV에 나와야 방송이던 틀을 깨는 취지는 알겠지만 기준을 너무 넓게 잡다보니 1인 미디어까지 규제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기준대로 가면 극단적인 사례로 인스타에 올린 셀카 영상도 ‘방송’이 됩니다.


다음은 OTT를 규정하는 개념입니다.


부가유료방송사업자 : 방송을 수신하여 중계송신하거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 방송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판매·제공할 목적으로 승인을 받은 자

일반적으로 ‘유료방송사업자’는 SK브로드밴드 등 IPTV, CJ헬로 등 케이블, KT스카이라이프가 있는 위성방송을 가리키지만 통합방송법은 ‘OTT’까지 유료방송사업자로 묶습니다. 앞서 언급된 방송의 개념을 곱씹으며 (우선 국적 구분 없이) 적용해 보면 푹, 티빙,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서비스를 비롯해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도 포함됩니다. 규정 자체가 '방송사업자'라 보니 본업이 영상이 아닌 페이스북이나 포털 사업자는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를 규정하는 개념입니다.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 :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 방송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판매·제공하는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판매할 목적으로 등록 또는 승인을 받은 자


콘텐츠를 제작해 플랫폼에 내보내는 사업자가 곧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입니다.  부가유료방송사업자가 플랫폼이라면 인터넷방송콘텐츠사업자는 PP입니다. 전자가 SK브로드밴드, CJ헬로, KT스카이라이프라면 후자는 tvN에 빗댈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업자가 포함되는지 불분명하지만 방송의 개념을 굉장히 넓게 잡은 전제를 생각해보면 72초TV와 같은 콘텐츠 제작사는 당연히 포함 되고요. 인터넷방송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회사도 포함돼야 합니다.  콘텐츠 만드는 MCN협회 회원사는 다 들어간다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4. 그래서 무슨 규제를 받는 건데?


공청회 기사가 많이 나왔지만 그래서 무슨 규제를 받는지는 설명이 없는데요. 


초안을 구해 읽어보니 가장 큰 건 부가유료방송사업자는 현재의 IPTV처럼 ‘승인’대상이 되고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는 PP처럼 ‘등록’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등록’의 경우 기준을 두고 많은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등록을 회피하려 사업자 안 만들고 영상만 제작해 플랫폼에 내보낼 수 있을 거고요. 그게 무단이라고 하면 유튜브 영상 만드는 제작자도 등록하라는 말인데 그러면 정말 망(...) (아마 법이 나오기 전에 방송 기준부터 정비될 거라고 봅니다.)


우려스러운 건 ‘승인’입니다. 앞서 설명드렸 듯 부가통신사업자는 승인 대상이죠. 한국의 방송은 방통위 또는 과기정통부가 ‘허가’나 ‘승인’을 하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지상파는 허가 유료방송에는 승인이라는 말을 쓰는데 용어가 다르지만 뉘앙스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


그렇다면 OTT도 주기적으로 정부에서 심사를 하고 평가를 해서 그 사업자의 생명연장 여부를 결정합니다. 지난해 TV조선이 재승인을 받지 못할뻔해 화제가 되고, 최근 한 케이블 플랫폼의 허가를 방통위가 거부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이제 푹과 티빙도 이런 방식의 심사를 받는 틀로 들어가게 됩니다. 


승인은 이렇게 주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허가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은 7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진입규제와 지분규제도 있습니다. 초안에 따르면 부가유료방송사업과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을 할 수 없는 사업자가 있습니다. 


1. 외국인 또는 외국의 정부나 단체 2. 미성년자 또는 한정치산자 3. 파산선고를 받은 자로서 복권되지 아니한 자 4. 이 법을 위반하여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또는 그 집행유예기간중에 있는 자 5. 제21조에 따라 부가유료방송사업·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의 승인 또는 등록이 취소된 후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이것과 엮여 지분 제한도 있습니다.


부가유료방송사업자는 해당 법인의 주식 또는 지분 총수의 100분의 20을 초과하여 제1항 각 호(위의 1~5번입니다)에 해당하는 자로부터 재산상의 출자 또는 출연을 받을 수 없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전통적 방송의 개념을 확장해 ‘외국인’의 진입을 막은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를 규제할 방안을 스스로 내팽개친 게 아닐지 의문입니다. 지사 설립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사실 이런 규제가 있든 말든 인터넷기업은 국내 진출 없이도 국내사업이 충분히 가능해 조항 자체가 무의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 저작권 위반 콘텐츠가 올라오던 데일리모션은 국내 진출 이전에 국내 이용자 월 1억명에 달했다고도 하죠.


중복 등록 우려도 있습니다. OTT는 ‘방송’으로 규정되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이미 등록이 있다보니 이중으로 등록을 해야 하는 문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만일 법을 고치려면 방송법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5. 내용 규제는 없는 건가?


흔히 ‘규제’하면 내용규제를 떠올리지만 이번 법안은 내용규제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내용규제’와 상관이 없는 건 또 아닙니다.


‘방송’으로 규정된 순간 ‘방송심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건 주로 지상파나 종편 제재지만 PP나 케이블플랫폼의 직사채널 콘텐츠도 심의받고 있습니다. 개념이 확장됐으니 인터넷 방송심의도 가능합니다. 오보, 막말, 편파, 폭력, 음주, 광고 등등 심의를 받게 되는 거죠. 생각만 해도 헬입니다. 인터넷방송에 대한 별도 심의규정을 만들 수도 있는데,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기존 방송심의규정 적용도 가능합니다. 물론, 여기까지 생각해본다면 이 개념을 엎어버리는 게 맞다는 걸 알게 되겠죠.


심의를 한다 해도 또 하나 문제가 있습니다. OTT사업자가 통신사로자로 등록돼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상 시정요구 대상이기 때문에 방송이자 통신으로서 이중제재를 받아야 합니다.


인터넷방송 규제 같은 건 없는 상황에서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은 동성키스 장면이 문제가 돼 방통심의위 '통신심의'로 시정요구 제재를 받았다. 


정리하자면 문제는 이렇습니다.


첫째, 방송의 기준부터 문제가 있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피 영상도 방송에서 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세상 모든 영상을 규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논의 과정에서 보수적으로 적용해 TV방송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만 편입하더라도 유튜브, 팟빵 등에서는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와 사업자가 만든 콘텐츠가 뒤섞여 있어 성격을 규정하기 쉽지 않다. 


둘째, 현실과 사업자 규정 간 괴리가 크다. 플랫폼과 PP의 관계로 보기에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나날이 강화되는 추세에 맞지 않고. 무엇보다 ‘동영상만 하는 사업자’가 아닌 ‘동영상도 하는 사업자’는 어떻게 볼 것인가.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자체 제작 콘텐츠도 있지만 이들은 통합방송법 틀로는 규정할 수 없다. 특정 사업군만 떼내 시장점유율을 측정할 수 없어 시장경쟁상황평가 대상으로 보기도 어렵다. 


셋째, 해외사업자를 규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역차별 소지가 있다. 등록을 강제하겠다고? 국경 없는 통신은 방송과는 분명히 다른 시장이다. 저작권을 우회해 불법 업로더들이 드라마, 예능을 올리던 프랑스 동영상 사업자 데일리모션은 국내에 진출하지 않았는데도 수 많은 국내 이용자를 모았다. 


넷째, OTT는 방송이 아닌 통신 영역에서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돼 규제를 받고 있다. 법 전반 개정을 검토하지 않은 채 통합방송법 제정만으로 해결하려면 이중 규제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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