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뉴스’와 관련된 씁쓸한 몇 가지 이야기.
‘유튜브 뉴스’와 관련된 씁쓸한 몇 가지 이야기들.
1. YTN 구독자가 JTBC 구독자보다 많다
최근 역전했다. 대한민국 1등 유튜브 뉴스 채널은 YTN이다. 20일 밤 11시 기준 YTN 유튜브 구독자는 77만8922명, JTBC 유튜브 구독자는 75만6599명이다. (물론 계열채널들이 따로 있긴 하다.)
씁쓸한 이유는 YTN이 실력에 비해 성과가 잘 나왔다고 봐서가 아니다. (YTN이나 JTBC를 디스하려는 의도로 쓰는 것도 아니다. 두 채널 다 정말 타 언론사에 모범이 된다는 점을 전제하고) YTN이 제친 대상이 바로 그 JTBC이기 때문이다. 손석희라는 막강한 언론인(크리에이터)이 있고 스타 기자들이 포진해 있고, 그들이 출연하는 ‘소셜라이브’라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JTBC를 넘어섰다.
왜 그럴까. YTN이 JTBC보다 영상이 10배 많다. YTN은 일찍부터 뉴스 클립을 정말 많이 올렸다. 영상 수 20만개인 연합뉴스TV 구독자가 20만 명이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YTN은 유튜브에 맞게 가공을 잘 하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결국 TV를 가공해 올리는 뉴스 클립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뉴미디어 브랜드의 영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 JTBC와 뉴스타파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는 대패삼겹살과 성매매다
네이버나 다음에서는 ‘뉴스’라는 칸막이를 쳐 주고 불가침(?)권역으로 뒀지만 유튜브는 진짜 피 말리는 정글 같다.
뉴스 채널로 개설해 (연예 제외) 100만 구독자를 넘은 곳은 없다. CJENM 다이아TV의 파트너 크리에이터 29팀이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원밀리언은 무려 1000만 명이 넘는다. 흔히 대도서관이나 밴쯔, 도티와 양띵은 알아도 태경TV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12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갖고 있다. 하나씩 채널을 살펴보면 유튜브하는 언론사 정말 많고 대충 클립을 만들어 올리는 게 아니라 기자가 직접 출연하는 해설 콘텐츠를 선보이는 곳도 정말 많더라. 그런데 조회수가 1000넘기기조차 힘들다.(미디어오늘도 마찬가지다.)
잘 팔리는 뉴스는 뭘까. 지난해 10월 미디어오늘에서 언론사 유튜브 채널을 조사하고 상위 랭크 영상을 종합해 분석한 자료는 다음과 같다.
순위권에 들어간 영상은 ‘전략적 모범사례’가 아니다. 1위는 뉴스타파의 이건희 성매매 의혹이다. JTBC에서 가장 많이 본 영상은 <얇게 썬 대패삼겹살... 알면 못 먹는 충격적 비밀>이고 이 외에도 ‘선정적인’ 사건사고가 매우 인기 많다.
3. 그래도 시사가 잘 나가는 것 같긴 한데?
지난달 이런 분석도 했다. 유튜브에서 유일하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콘텐츠를 배열하는 ‘인기영상’탭 상위30개 영상 보름치를 살펴봤다. (진짜 해보고 싶은 건 여론조사처럼 표본을 뽑고 그들의 유튜브 메인과 추천영상을 크롤링하는 건데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유튜브에 따르면 ‘인기영상’은 조회수, 조회수 성장률, 게시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알고리즘이 선별한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3864
조사대상 기간 인기영상 450건 가운데 뉴스·시사 콘텐츠는 143건이었다. 대략 3분의 1 정도가 뉴스 콘텐츠이긴 했다. 문제는 이 143건이 ‘무엇이냐’는 건데 극우나 보수성향의 인터넷 방송 콘텐츠가 55건을 차지했다. 반면 레거시 미디어의 뉴미디어 콘텐츠는 43건이다. ‘황장수 뉴스브리핑’(13건), ‘팬엔드마이크 정규재’(9건), ‘뉴스타운TV’(5건), ‘태평TV’(4건), ‘높바람’(3건) ‘신의한수’(3건), ‘뱅모’(3건), ‘윤창중 칼럼세상TV’(2건), ‘엄마방송’(2건), ‘조갑제TV’(1건), ‘고성국TV’(1건) 등이다.
내용은 진짜 가관이다. <노무현 유서와 노회찬 유서의 작성자는 동일인이다> 등 노회찬 의원의 비극을 타살로 단정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 문재인 대통령이 금괴를 많이 갖고 있다거나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김지은씨를 근거 없이 비방하는 내용 등이다. 나름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콘텐츠도 많지만 이미지에 자막만 입하고 기계음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전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4....
이 같은 이슈들을 귀결하는 포인트는 많은 거 같다. 뉴스 자체가 돈 벌기 힘든 장르이고, 언론사들이 제대로 된 전략이 부재했던 걸 수도 있고, 시장 자체가 작고, 독자들이 예나 지금이나 저런 콘텐츠에 열광했던 걸수도 있다.
최근 주목하는 이슈는 뉴스 플랫폼의 책임성이다. 유튜브가 한국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더 내라고 하거나 ‘역차별’ 그 자체를 해소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아니다. 유튜브가 사실상 뉴스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유튜브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와 페이스북과 구글 사이트를 뉴스 플랫폼으로 보고 책임을 물으려 하는 움직임은 많은데 유튜브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거 같다.
이런 게 버젓이 유튜브 인기영상 상위에 걸려 있어도 구글코리아는 신경 안 쓴다
플랫폼 사업자가 문제적 콘텐츠를 다 지우거나 없애라는 것도 아니다. 심의와 검열의 기준이라는 게 워낙 모호하고 콘텐츠 양도 많다 보니 그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튜브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개인맞춤형 콘텐츠' 영역에서 좋은 콘텐츠를 부각하는 게 우선인지, 체류시간을 늘리는 게 우선인지 답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1번을 보면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인센티브를 더 둬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고 2, 3,4번을 보면 적극적으로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영상의 '질'을 고민하는지 의문이 든다.
http://www.bloter.net/archives/301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