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말
과거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에게 제 1순위의 바람은 내 집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내 집을 갖는다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금 현재의 경제 구조로 보더라도 서울에서 내 집을 사려면 아무리 서민들이 안 먹고 안 쓰며 뼈 빠지게 일만 한다고 하더라도 제 힘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현대 사회의 계급론이 파생되기도 했다.
이는 미국 사회라고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우 자신의 주택을 사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대출이다. 자신이 가진 자금의 일부와 그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대출금으로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정책이 바로 모기지(주택저당증권)론이다.
뮤추얼 펀드(Mutual Fund)가 주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낮은 투자금액으로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저 수익 고 안정성을 위한 투자모집방식인데 반해, 헤지 펀드(Hedge Fund)는 단기간에 걸친 고 수익을 목적으로 일종의 치고 빠지는 전략을 베이스로한 고 수익 고 위험의 투기성 투자모집방식이다.
때문에 고액의 소수 개인투자자들을 그 모집대상으로 하며 이런 여러개의 헤지 펀드들을 묶어 또 하나의 새로운 상품(일명 CDO)을 출시해 판매하는 등 부실성이 그만큼 크며 정부규제로부터도 자유롭기에 이러한 헤지 펀드들의 경우 고배당 고리스크의 상품인 경우가 많다. 헤지란 말은 원래 위험의 분산이란 의미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실상 투기성 사모 펀드의 일종임을 알 수 있다.
그 중 주택저당증권은 모기지 백트 시큐리티스 (Mortgage Backed Securities)로 일명 MBS라 불린다.
미국의 경우 앞선 전술처럼 대부분의 경우 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개인이 자신의 자금으로 일정 부분 충당하고 나머지의 대부분을 대출을 받아 충당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은행은 거액의 대출금을 저금리의 형태로 개인에게 빌려주고 20~3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환수하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필연적으로 유동성 부족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중개업소들을 상대로 발행하는 증권이 바로 MBS이다.
때문에 이 주택 모기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은행과 MBS를 사들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중간거래업소, 즉 대출중개회사들을 필요로 한다. 이 중간거래업소가 은행으로부터 이 MBS를 사들이고 다시 개인투자자에게 되파는 식으로 사들인 채권에 대해 은행에 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모기지론은 주택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두 가지 형태로 운용이 되며 최장대출기간은 보통 30년이다.
이런 주택저당증권이 불티나게 발행된 이유는 다른 담보대출과는 달리 주택담보대출증권의 경우 안정성이 높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이렇듯 무분별하게 대규모의 모기지 펀드들과 함께 팔리지 않고 남은 고위험성의 모기지 펀드들을 다시 한데 쓸어담아 새로운 펀드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CDO증권들이 바로 미국의 주택시장을 넘어 금융위기를 자처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CDO는 회사채나 금융회사의 대출채권 등을 한데 묶어 유동화시킨 신용파생상품으로, 회사채나 대출채권 등 기업의 채무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유동화 증권을 발행하는 금융기법의 한 종류이다. 수익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것(Arbitrage CDO)과 신용위험을 투자자에게 전가하기 위하여 발행하는 것(Balance Sheet CDO)으로 구분되며,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에는 회사채담보부증권(CBO;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대출채권인 경우에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서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들이 보증을 서기도 하며,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들을 섞어 새로운 신용등급의 CDO를 만들기도 한다. 신용등급에 따라 다시 최우량CDO, 우량CDO, 비우량CDO, 에쿼티(equity)로 구분된다.
그러나 이런 CDO증권들의 경우 어떤 채권이 담보로 편입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데다 담보로 사용된 회사채나 대출채권이 제때 상환되지 않을 경우에 최우량 CDO라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이다.
1990년대 중반에 처음 등장한 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발행 규모가 증가하였으며, 2006년 미국 등지에서 1조 달러 규모의 CDO가 발행될 정도로 성행하였다. 미국의 경우 모기지만을 목적으로 삼은 전문 대출기관들이 이런 부동산 활황을 틈타 너도 나도 대출로 인한 유동성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자금의 조달 목적으로 모기지 채권이나 MBS를 대량으로 발행하였고, 투자은행들이 다시 이를 사들여 뒤죽박죽 섞어 재합성한 뒤 CDO로 둔갑시켜 새로운 판매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한 마디로 불량 짬뽕 채권을 남발함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게다 이 불량 CDO는 또다른 CDO와 결합되며 합성 CDO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처음의 투자금은 이 불량채권들이 꼬리에 꼬리를 칠수록 2배, 3배, 10배, 20배로 확대된다. 그 파장을 상상해보라.
그것은 마치 골조가 약한 건축물이 일시에 와르르 붕괴되는 양상처럼 한 쪽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줄줄이 그 여파가 생생히 전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소득란을 비워놔도 대출회사에서 딴지를 거는 일 따위는 없으며 대출이 거부되는 사례 따위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겠나?
결국 대출중개업소는 은행이 발행한 증권들이 불량인지 우량인지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의미이며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계약을 성사시키고 돈만 벌면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그 불량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과 개인 대출자들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
집을 사겠다는,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서민들의 그 소박한 생의 목표와 희망은 영원히 이룰 수 없는 노예계약이 된 채 결국 치솟는 고리대의 변동금리 속에서 대출금 상환은 물 건너가는 일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채의 경우처럼 미국의 경우 신용등급이 낮은, 일명 현금자산은 많으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거리의 스트리퍼들의 경우 이런 모기지론의 절대 피해자가 된다.
S&P와 같은 신용평가기관은 은행권이 원하는 트리플 A(AAA등급의 우량주)의 채권비율을 승인하거나 그들이 발행하는 부실채권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들의 사기에 동조한다.
설령 S&P에서 트리플 A가 거부되더라도 그들은 또다시 그 다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로 옮겨간다. 신용을 평가해야할 기관은 돈을 받고 그들에게 신용을 판다.
도덕성을 상실한 사회와 기관은 선량한 개인의 파멸을 부추긴다. 그것이 한 사회와 국가가 굴러가고 부패의 썩은 고리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이유이다.
영화 속에서 보면 루이스 라니에리의 경우, MBS판매수수료로만 2%를 챙기며 은행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줬지만 이런 부실채권들을 무분별하게 발행한 이유로 말미암아 이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며 줄 도산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그 유명한 서브 프라임 사태이다.
<빅 쇼트>의 영화적 활력은 돈 냄새를 맡고 이 전쟁에 뛰어든 수많은 모기지 투자회사들과 그 속의 인물들의 두뇌싸움으로부터 생성된다. 그 중 일부의 인물은 일찌감치 앞으로 불러올 이 모기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콧대 높은 월가를 상대로 당당히 신용부도 스와프(Swap)를 성사시키기도 한다.
일종의 교환, 교체라는 의미의 Exchange의 개념의 일종인 스와프는 미래의 자산이나 현금의 흐름을 일정 기간에 걸쳐 서로 교환하는 거래의 일종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주로 금리 스와프와 통화 스와프의 두 가지 형태로 거래된다. 금리 스와프는 말 그대로 두 기업이 가진 미래의 자산이나 부채의 금리를 일정 기간동안 서로 교환하는 거래로 스와프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지만 통화 스와프 형태로도 체결이 된다. 이런 통화 스와프의 경우, 기존의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등 계약조건의 범위가 훨씬 더 넓고 자유로운 반면 그만큼 리스크가 따르는 행위이다. 신용부도 스와프란 주택 자금 대출자들의 상환불능으로 인한 채무불이행 사태에 베팅을 하는 행위이다.
2005년 3월, 은행에서 발행한 이런 MBS채권이 채무불이행 상태의 공수표가 될 때를 가정하고 스와프를 성사시키는 마이클(크리스챤 베일)의 모습이나 여기저기서 달려드는 대출중개회사, 그리고 은행원인 제임스 베넷(라이언 고슬링)과 전직 트레이더인 벤 리커트 (브래드 피트)등 돈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하이에나들의 모습은 시종일관 이 영화의 지칠줄 모르는 활력을 생성한다.
'인간에게 닥치는 불행은 무언가를 잘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나 '진실은 시와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를 싫어한다'와 같은 말은 이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맹신이 사태를 비극으로 이끈다.
신용부도 스와프 계약이 일생일대의 기회인지 아니면 치명적인 생의 실수인지에 인생을 건 베팅(Betting)에 나선 인물들의 불꽃 튀는 대결이 웬만한 스포츠 경기 이상으로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즉 이들의 베팅은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일생일대의 내기를 건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적은 그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는 일이지 그 일의 여파로 사람들이 집을 잃거나 미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염려가 아니다.
이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 바로 브래드 피트가 맡은 벤 역이다. 그는 은행들의 비인간적 행태에 분노하고 일생일대의 도박게임이나 다름 없는 미국 경제가 불량 건축물처럼 조만간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에 그래서 그 반대급부로 자신들은 돈을 왕창 벌게 될 것이라는 브레이크 없는 이들의 욕망을 제어하고 질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회란 몇 사람의 선량한 양심을 지닌 개인과 성인군자들만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이다. 한 사회나 국가는 엄밀히 말해 몇 사람의 성인들만으로 유지되거나 정화될 수 없는 곳이다.
이런 사태가 비단 미국만의 문제일까?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과 그 연쇄작용들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상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지 않나.
미국의 글로벌 캐피털 회사인 리먼 브라더스와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와 함께 세계 3대 금융 및 투자기관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 등의 줄파산으로 이어진 이 거대한 거품경제의 말로는 그 속에서도 최소한 도덕적 양심을 지켜내고자 빈털털이가 될 위험을 감수하며 이들 도산 회사가 발행한 채권들의 매도를 거부한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으로 대변되는 인물의 고집스러운 일면으로 한가닥 희망이 읽힌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고 해서 무너지는 것은 부자나 기관이 아니다. 결국 서민들이 이 모든 똥물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은 만국공통인 듯.
이 사태로 구속된 인물이 단 한 사람이란 사실과 마이클 버리(크리스챤 베일)가 자신이 이 서브 프라임 사태의 위기를 사전에 예측한 방법과 지표를 정부기관에 알려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전화를 걸었음에도 나중엔 FBI의 감시까지 받게 되었다는 점은 그야말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있을까 싶다.
이 서브 프라임 사태로 미국에서만 5조 달러에 달하는 채권과 부동산 가치, 예금과 연금 등이 공중분해 되었으며, 8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6백만 명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영화 빅 쇼트는 등장인물들의 빠른 대사와 쉴 새없이 빠른 템포로 흘러가는 이야기 구조가 마치 재난영화의 그것처럼 자본주의의 종말을 향해가는 그 과정을 심도있게 묘사하고 있으며 수많은 줌 인과 줌 아웃으로 인물들의 표정의 디테일을 잡아낸다. 그래서 이런 빅 쇼트의 진행 스타일은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양상을 띤다.
마크 트웨인, 무라카미 하루키, 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 유명인사들의 글을 인용하거나 이 영화의 소재상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기넘치는 방법을 동원한 이 영화의 톡톡 튀는 개성미는 이 한 편의 잔혹동화 같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말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단 빠른 템포와 많은 등장인물, 어려운 경제 용어들의 등장으로 인해 이 영화의 호흡을 따라가는 일이 조금은 벅찰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은 경제에 대한 어느정도의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갖고 보실 것을 추천 드리고 싶다.
미국 보스톤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의 전말을 담은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칼럼은 아래 링크 글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m.blog.naver.com/iris7756/220887869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