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년의 길 위에서, 나는 여전히 한라산을 배운다.
지도보다 기억이 이긴다.
말보다 기준이 중요하다.
한라산은 그 사실을 매일 가르쳐 주었다.
20년이다.
육지를 떠나 제주에 터를 잡았다.
한 회사의 본사 이전보다 먼저, ‘즐거운 실험’을 위해 섬으로 들어갔다.
그 섬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나는 500명 조직의 대표가 되었다.
다음(Daum)에서 카카오(Kakao)로,
미디어 본부장에서 모빌리티 총괄을 거쳐
한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길다면 긴 세월이다.
33년 차 직장인.
이제 나는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판교다.
스무 해 전 섬으로 향했던 삶이,
이제 섬을 떠나 육지로 향한다.
짐을 풀며, 스무 해의 시간을 돌아본다.
그 첫 번째는 한라산이다.
제주 서귀포 사람은 제주시로 이사하면 길을 잃는다.
제주시 사람은 서귀포로 가면 방향을 잃는다.
서귀포 사람에게 한라산은 평생의 ‘북쪽’이다.
그가 제주시로 이사했을 때, 누군가 말한다.
“북쪽으로 오세요.”
머리는 지도를 안다.
그러나 몸은 평생의 기억을 따른다.
몸이 기억하는 북쪽, 즉 한라산을 향해 걷는다.
하지만 제주시에서 한라산은 남쪽에 있다.
그는 남으로 향하다 “아차” 한다.
이것은 잘못이 아니다.
몸의 기억이 머리의 지도를 이긴 것뿐이다.
그래서 제주의 언어는 다르다.
그들은 동서남북이라는 절대 기준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대신,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기준이 있다.
한라산이다.
“산 쪽으로 오세요.”
“바다 쪽으로 오세요.”
“산을 바라보고 왼쪽입니다.”
이 말은 틀릴 수 없다.
듣는 사람의 위치에서,
그가 바라보는 기준에서 말하기 때문이다.
소통은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리더의 ‘절대적 북쪽’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상황과 환경 속에서
함께 바라볼 ‘산’을 찾는 일이다.
리더의 기준으로 말하는 것은 쉽다.
조직원의 기준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리더의 일이다.
20년.
나는 섬에서 한라산을 보며 살았다.
이제 육지로 돌아와 판교의 빌딩 숲을 본다.
산은 말이 없다.
리더는 말을 하는 사람이다.
리더의 말은 ‘북쪽’이 아니라 ‘산 방향’이어야 한다.
나만 아는 좌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저 산을 가리키는 말이어야 한다.
한라산이 스무 해 동안 내게 가르쳐준 것은 그것이다.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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