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로서의 삶을 합리화하기
스스로를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하며 산다. 개인주의자로서, 우리 모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서로가 무엇을 하든 (요청하지 않은) 평가나 지적질은 삼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 필히 요청되는 태도일 것이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저출생)을 비롯한 여러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바탕에는 경쟁적이고 획일화된 삶의 기준이 꼽히곤 한다. 몇몇 기준 아래 등수가 매겨지고 1등 또는 상위 몇 명 이외에는 평균 이상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또는 서로를 실패했다고 낙인찍게 되는 구조.
이러한 구조에서 필요한 것은 모두가 1등이 되는 방법이 아니라, 기준이 정말 세분화되고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두가 각자의 기준에서 만족하며 살면 전부인 그런 사회. 그렇다고 또 자기만의 기준 내에서 꼭 1등일 필요는 없다. 정말 다양한 기준을 지향하게 되면, 1등을 원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일 뿐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의 삶이다.
개인주의자로 살려는데 가끔은 다음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내가 우리 사회의 기준에서 1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러 경쟁을 피하려고 개인주의자를 자처하게 된 것은 아닐까? 내가 1등을 하고 있어도 개인주의자로 살고 싶어 할까?"
또는
"내 기준을 남에게 설득하고 따라와 보라고 이끌 힘이 없기 때문에, 그냥 스스로만 만족하는 방향으로 살려는 것은 아닐까?"
개인주의를 스스로 정립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게 아닐까 라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다. 내가 1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내 기준을 남에게 설득/강요할 카리스마가 없기 때문에.
누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없지만, 이 사회 내에서 사상적 소수자('소수자'는 실제 숫자가 적냐의 기준보다는, 비주류인 경우에도 쓰임)로서 살려고 보니 괜한 증명 부담이 느껴진다.
개인주의자가 된다고 하여 경쟁을 아예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점은 확실히 해야겠다. 좋은 직업, 직장, 아파트, 차 등등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좇는 기준을 따르는 것을 배제하진 않는다. 다만, 그 기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고 반드시 1등이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핵심이다. 그저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 더 나아지고, 즐거운 방향으로 개선이 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일 뿐. 동시에 나의 개인적인 여러 다른 기준들을 충족하면서 행복의 빈도를 높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나저나, 1등 혹은 만족스러운 등수는 달성이 되긴 하는 것일까? 1등이 되면 끝은 나는 것일까? 만족은 등수와 상관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