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살아갈 날은 긴데, 어떻게 살까?
30대 중반에 남은 인생 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인생이 길다고 느껴져서 꼭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보통 인생이 짧다는 생각은 과거에 이루지 못한 것들을 돌이켜볼 때 드는 것 같다. 며칠 전 수능이 끝난 김에 대입 이야기로 상상을 해보자. 짧으면 고교 3년, 또는 중고교 6년 등 열심히 해서 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에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간은 굉장히 축약된 작은 덩어리로 느껴진다. 실제 중고교 6년 지냈던 그 순간에는 길다고 느꼈을지라도 지금에서 보면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은 짧다."
대학교 입학, 직업의 선택, 직장 취업 등 인생의 관문들을 지나 과거를 돌아보면 아쉬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늘 지나버린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지금부터는 조금 다른 이야기. 필자는 현재 회사에 잘 다니고,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소소한 변화나 스트레스 등이 있지만 대개는 하루하루가 평범한 일상이다. 또 일상이 평범하도록 균형을 잘 잡아두었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러다 보니 조금은 지루한 일상인 것도 맞다. 하지만 지루함을 타파하고자 균형을 깨버리는 순간엔 몹시 피곤한 나날이 이어질 거란 것도 잘 알아서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러고 나니 인생이 길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의문이 바로 떠오른다.
인생의 관문(대학, 취업, 결혼, 출산, 육아)을 하나씩 돌파해 갔듯, 거창하고 새로운 목표를 정해서 달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대학원 입학, 또는 전문직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 등. 하지만 저런 준비를 하려면 현재 직장생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배우자와 아이의 희생도 뒷받침이 요구된다. (우선, 내가 저런 걸 원하지도 않는다.) 현재 직장 생활을 유지하면서, 또 가정을 흔들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목표를 세우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이렇게 살려고 한다. (결국 이 글도 합리화다.)
- 하루하루 내게 좋은 것들을 하는 시간을 늘린다. 가령 취미 생활 같은 것들로 채울 수 있다. 또 다른 누구와의 시간보다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낸다.
- 회사 업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한때라고 생각하자.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것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 관리를 못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면 그게 더 싫고 나중에 후회스러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고 나면 대개는 별게 아닌 일들이다.
-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냥 내 인생을 살자. 외모도 1등, 재산도 1등, 학력도 1등, 직업도 1등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이룬 게 있고 충분히 현재를 만족하면서 살 정도는 된다고 자부한다. 그렇다면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내 삶을 긍정하면서, 그리고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스무스하게 살아보자. 평범하고 늘 같은 것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것이다.
- 그렇다고 안정에 취하진 말자. 어차피 성격상 계속 조금씩 뭐라도 개선을 하고 싶어 한다. 그냥 내 성격이 내켜하고 가능한 에너지 레벨 안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자.
이런 정도의 원칙을 세우고 나면, '긴' 인생이지만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고 또 나중에 어떤 타이틀을 이루지 않더라도 인생 잘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오해는 마셔라. 이 글은 지금 30대 중반 한 사람의 생각이다. 나중이 되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거의 이루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면서 짧은 인생이었다고 또 느낄 것이다. 또 실제로 내 인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다고 느끼고 있을 것도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