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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9시간전

직장에서 가까이하면 좋은 세 사람

중학생인 막내딸의 학교 생활을 보면 대부분 친한 친구들 중심이다. 선생님이 정해준 그룹 활동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후 모두 마음이 맞는 절친들과 보낸다. 옆에서 바라보면 큰 고민거리 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직장 생활도 이와 같으면 좋으련만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 위주로 지내면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보낸다는 보장은 없다. 직장에서 인간관계는 본인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한국 회사와 외국 회사,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생존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직장에서 가까이하면 좋은 세 사람이 있다.




10년 후 닮고 싶은 리더


하루하루 버티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 직장이어도 제대로 된 리더 한 명만 있다면 적어도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그만큼 좋은 리더를 만나는 건 행운이며 또한 축복이다. 그동안 거쳤던 다섯 곳의 회사들 중 오래 다닌 세 곳에서 한 명씩 내가 닮고 싶은 리더를 만났다. 


A는 책임질 줄 아는 리더였다. 스타일은 동네 친근한 아저씨 같았지만 불도저 같이 밀어붙일 줄 아는 뚝심으로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0년대만 해도 회식 문화가 강했는데 음주를 잘하지 못하는 주니어 직원들을 배려할 줄도 아는 의외로 스위트한 분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의사 결정과 위기 상황에서 책임질 줄 아는 리더였다. 내게도 늘 '수습은 내가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계획한 대로 진행해'라며 안심시켰다. 당시 주니어였던 내게 '세상에 이런 리더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A가 내게 했던 모든 말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B는 곁에 있으면 똑똑해지는 리더였다. 본인 팀원들이 시키는 일만 할 줄 아는 직원이 아닌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하고 의사결정할 줄 아는 직원으로 성장하게 했다. 과정 하나하나를 간섭하지 않고, 결과를 낼 수 있다면 융통성 있게 넘어갔다. 그렇다고 너무 자기 방식대로 밀어붙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각자 역량에 맡게 역할을 주고 책임지도록 했다. 당시 팀원들 대부분이 이곳저곳에서 멋진 리더로 성장해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C는 함께하는 리더였다. 리더 중에 '우리는 하나'라고 외치지만 구호에 그치고 본인은 뒤로 빠져서 방관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늘 앞장서서 때로는 바람막이 역할을, 때로는 돌격대장 역할을 했다. 당시 프로젝트마다 난이도가 상당해서 스트레스가 컸다. '과연 내가, 아니 우리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싶었던 모든 프로젝트를 그가 함께여서 해낼 수 있었다. 그때 배운 바가 너무 컸기에 리더로 성장한 후로도 나 역시 가장 힘들 때 함께하는 리더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성장을 자극하는 라이벌 직원


직장 생활 내내는 아니어도 때마다 라이벌 직원이 있었다. 스포츠도 아니고 직장에서 무슨 라이벌이냐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호날두와 메시, 페더러와 나달, 임요한과 홍진호처럼 너무나도 잘 알려진 라이벌 관계는 자의 반 타의 반 서로의 성장을 자극했다. 직장에서도 자신을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라이벌을 두는 것이다. 


공채가 활발했던 시절엔 동기 중에 라이벌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았다. 첫 회사가 그랬다. 선배들 사이에선 '2005년 입사한 신입 중에는 누가 누가 제일 낫더라'는 식으로 입소문이 돌았다. 동기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핵심 보직을 맡았는지를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물론 소모적인 경쟁은 불필요하다. 하지만 동기 특성상 회사 안에 있는 한 끝없는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내 경우 라이벌을 정해놓고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다. 내가 택했던 방법은 일단 앞서 나가는 것이었다. 입사하자마자 회사 스폰서십이 있는 해외 MBA를 준비했고 목표한 대로 5년 만에 일본으로 떠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동기들 중에 시기질투하는 이들이 생겼다. 친한 동기는 '마크, 우리 동기 중에 D가 너에 대해 함담하고 다니더라'는 얘기를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 라이벌은 아니었다. 동기 중에 나처럼 해외 MBA를 다녀오진 않았지만 소리소문 없이 각자 자리에서 꾸준하게 성과를 내서 사업부에서 에이스로 성장해 온 이들이 있었다. 당시 나는 사업부 소속이 아니었기에 MBA라는 선택지를 택했다. 내가 라이벌로 정한 동기들과는 개인적으로 코드가 잘 통하고 친했다. 그리고 MBA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들 중 일부는 나를 따라서 MBA를 다녀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이벌 동기들 대부분이 같은 TFT에 모였다. 소리 없는 총성과 같은 경쟁 속에 서로 성장해서 한 팀이 된 것이다. 그들과 짧지만 뜨거웠던 1년의 TFT 기간이 주니어 시절 가장 크게 성장했던 기간이었다. 


외국계 회사 시절 때는 라이벌에 제한이 없었다. 나이가 어려도 능력만 인정받으면 초고속 승진이 가능한 구조였다. 입사할 때 사수와 부사수였던 관계가 몇 년 뒤에 거꾸로 팀원과 팀장으로 뒤바뀌기도 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뒤처져 보일 수 있었기에 수평적이면서도 자율적인 외국계 분위기 속에서도 수면 아래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내가 라이벌로 생각했던 직원들은 나보다 어리지만 연차는 많은 이들이었다. 또래에 비해 대학 졸업과 첫 입사가 늦다 보니 나보다 어리지만 진급이 빨랐던 이들이 있었다. 물론 그들 중에는 정말 실력이 뛰어난 직원들도 있었다. 일단 출발이 늦은 것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대신 이제부터라도 따라잡고, 나아가 뛰어넘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젝트와 관련한 팀들과 긴밀하게 커뮤니테이션하고, 외국계 특성상 본사와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사 쪽에도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업무는 줄이고, 회사에 꼭 필요한 업무 위주로 진행해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이 아닌 '일을 정말 잘하는 직원'으로 서서히 불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등바등해서 라이벌에게 꼭 이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매번 이기면 라이벌이 아니지 않나. 나보다 어린 팀장을 두기도 했고, 에이스였던 후배는 글로벌 본사로 진출했다. 하지만 이런 라이벌들이 아니었다면 외국계 기업에서의 생활은 많이 무료했을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긴장할 수 있었고, 또 함께 프로젝트하면서는 성장하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함께 창업하고 싶은 직원


주니어 시절을 지나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연차가 되면서 다양한 부서의 다양한 직급에 있는 직원들과 직간접적으로 함께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저 직원하고는 나중에 꼭 한번 같이 일하고 싶다' 또는 '나중에 창업할 일이 생기면서 저런 사람과 동업하고 싶다'. 함께 창업하고 싶은 것은 일을 잘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일 잘하는 직원들은 회사에도 주변에도 널렸다. 하지만 그 사람과 함께 동업할 수 있다는 것은 실력이 월등히 좋아서라기보다 인생과 커리어에 대한 비전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하고 서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회사를 다닐 때 글로벌 컨설팅펌인 베인앤컴퍼니와 TFT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베인 팀 중에 컨설턴트 E가 있었는데, 컨설턴트 중에 거의 막내였음에도 TFT 팀원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일을 대하는 자세가 남달랐기 때문.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나중에 어디선가 다시 만난다면 같은 동료로 일하고 싶었다. 그리고 10년 후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그는 캐나다에 있던 나에게 전략디렉터로 조인해 달라 손을 내밀었다. 10년 만에 만났지만 마치 어제까지 같이 일했던 것처럼 느껴졌고 덕분에 미국 스타트업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퇴사한 지 꽤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만나는 후배들을 보면 상당수가 동업자로도 충분한 자질을 갖춘 이들이다. 그중에는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줄 이들도 있고, 이제는 너무 성장해서 모셔와야 하는 이들도 있다. 이와 반대로 나를 '함께 창업하고 싶은 후배'로 여기고 아껴주는 선배들도 있다. 만날 때마다 '창업하면 바로 부를 테니 그때까지 준비되어 있어 달라'라고 부담 아닌 부담을 준다. 언제일지 모르나 이들과 함께 그려나갈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뜨거워진다. 




40대가 되면서 인간관계가 폭이 좁아졌다. 아무래도 무작정 누군가를 만났던 20대, 30대와는 달리 우선 신뢰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다고 즐거움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10년 후 닮고 싶었던 리더들, 나를 성장시켰던 라이벌들, 여전히 함께 창업하고 싶은 이들 덕분에 인간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을 그 어느 때보다 제대로 누리고 있다. 그들과 앞으로 영화 같은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짜릿하기까지 하다. 본인 스스로를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사람들을 가까이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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