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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현식 Aug 26. 2021

창업 의무대출

창업대출의 부작용에 대해서

창업대출은 창업을 준비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람에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하거나, 사업의 규모를 확장시킬 수 있는 아주 좋은 취지의 자금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 좋은 취지와 긍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순전히 부작용에 대해서만 글을 쓰고자 한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대출이라는 무서운제도를 나를 도와주는 친절한 제도로만 인식하지 말라는 것이다.  


창업대출은 대부분 정책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창업지원기관에서 심사하고 대출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자금을 집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자금을 취급하는 기관은 너무나도 많다. 


원래 정책자금의 목적과 성격은 모든 자금을 조달, 충당한 후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자금으로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A라는 사업을 하는데 1억원이 소요된다고 할 때, 내가 가진돈이 7천만원이라면 정책자금은 3천만원을 받는것이 목적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창업기업들은 어느정도의 자금을 원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많은면 많을 수록 좋은거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그게 과연 옳은 답일까? 물론 자금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니까, 당장의 계획보다 더 가지고 있는게 맘이 편하니까, 줄때 받아야 하니까, 그렇게 답할 수도 있다. 

정책자금을 심사하는 사람의 입장과 관점에서는 이러한 대답을 들으면 준비안된 사업자, 재무관련 지식이나 고민이 없는 사업자로 치부해버리고 부정적인 첫인상을 가져버린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첫인상을 통해 대출이 스톱된다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첫인상과 반대로 자금을 대출해주고 만다. 그게 창업기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믿기때문이다.(이것은 기관의 실적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창업을 위한 정책자금대출은 레버리지를 하라고 하는 자금이 아니라, 계획에 맞추어 사업을 진행하라는 소극적이고 목적지향적인 자금이다. 


부동산투자(?)와 비교해보자.(투기가 맞을 수도 있다.)  

10억짜리 집을 구매하는데 내가 가진돈은 2억이다. 

물론 지금의 현실로는 모든 지표적용과 대출제한으로 이루어 질 수 없지만, 80%의 자금을 타인자본으로 구성하여 진행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매달 나가는 이자만 감당할 수 있다면, 단기간으로 집값이 오르기만 하면 이자털고 이득이 되는 것이다.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이유는 2억의 20%와 10억의 20%는 그 금액이 다르기때문이다. 


창업도 레버리지를 쓴다.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자금이 없거나 소요자금대비 너무나 적은 금액으로 창업을 하려고 맘을 먹는다.

사업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자금은 운이 좋아서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받는 일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대출자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 창업의무대출은 어느정도의 기간동안 이자만 감당하면, 사업은 어짜피 대박날것이기 때문에 그때가서 상환해버리면  레버리지를 잘 써서 큰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을때 많이 받아서 사업성공을 위해 활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조달된 창업을 위한 대출자금은 친절하게도 그 조건이 일반 신용대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기도하다. 

 

정책자금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이율과 거치기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략적으로 2년거치 3년상환, 2년거치 4년상환이 많다(중진공 청년창업대출 기준)

그러다보니 당장 2년정도는 원금상환에 대한 압박이 없다. 

단순히 1-3%가량의 이자만 납부하면 되기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원금상환이 시작되는 그 때부터다. 

구조상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모두다 힘들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모두다는 사업이 잘되어서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가졌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기업을 이야기한다. 

사업이 잘 되어서 자금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일지라도 매달 큰 금액의 원금상환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사업이 잘 안된다면? 몇달은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결과는 뻔해지기 마련이다. 


거치제도의 목적은 자리잡고 사업활성화 시키는 시간을 부여하는 매우 친절한 제도이지만 거치기간이 끝나는 시점부터 원금상환의 압박을 두배로 강화시켜주기도 하는 나쁜제도이다. 

1억을 5년동안 갚는다면 1년에 2천만원, 1달에 이자포함 2백만원정도 납부하면 된다. 

하지만 2년거치 3년상환은 2년간 원금상환 제로에, 3년차부턴 1년에 3.3천만원 한달이면 3백만원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혹시 한달에 3백만원씩 3년적금을 넣은적이 있는가?

조금더 기준을 낮춰서 50만원씩 적금을 넣는다면 1년 뒤 모일 수 있는 돈은 원금만 6백만원 정도이다. 

이정도의 적금은 넣어 본적이 있는가?

결과적으로 거치2년간의 시간은 친절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습관과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안친절한 제도일 뿐이다. 


창업의무대출 이라고 제목을 잡은 이유는 창업을 하려면 무조건적인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과연 직원채용은 필요한지, 사업장은 그럴듯한 곳에 임대해야하는지, 마케팅은 전문기업에 맡기는게 맞는지, 차량은 벤츠나 BMW로 바꿔야하는지... 등등 을 살펴봐야한다.

어쩌면 돈이 있기때문에 그 기준을 통해 고민하는 내용일지도 모른다. 돈이 없으면 하지 않을 고민을 말이다.

 

이문제는 우리의 고민에서 끝내면 안된다. 정책자금을 지원해주는 기관이나 정부도 고민해야한다. 

검증되지 않은, 처음진행하는 사업아이템을 계획서로 포장, 그걸 통해 생전 만져보지도 써보지도 못한 돈을 입금해준다는 것은, 창업활성화를 위한 정책이아니라 사업자등록활성화를 위한 정책일 뿐이다. 

또한 당신의 실적때문에 재무에대해,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큰 돈을 쥐어주는건 한사람의 인생을 파탄낼 수 있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한다


그럼 대출없이 창업은 할 수 있는가?


창업자금을 집행하는기관은 창업자금대출은 최대한 줄이고, 그 기준을 강화해야한다. 

대신 지원금의 범위와 금액을 늘리고, 누구라도 아이디어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까지는 전폭적인 지원으로 갈 수 있도록 창업을 도와주고 스스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 이후의 양산과 대중화는 대표자의 생각이나 명확한 계획을 통해 추진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러가지의 투자제도(크라우드펀딩, TIPS등)를 통해 그 단계에서의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결과적으로 대출없이 지원과 투자를 통해 일정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창업생태계를 만들어간다면, 우리에게 창업은 하나의 기회가되고, 발전할 수 있는 도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업의무대출, 더 이상 의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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