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의 짧은 단상

by 물결



1.


큰언니와 9개월짜리 조카가 집에 왔다. 쉬러 와있는 동안 형부가 확진되는 바람에 더 연장된 아가와의 동거.


낯가림이 심해 많이 울다가, 열흘 정도가 지나니 조카가 드디어 거부하지 않고 한참을 안겨있었다.

중간에 누가 안은 건지 보겠다면서 고개를 갸우뚱.

이제 이모 기억하자!



2.


공부도 안되고 조카가 너무 심하게 울어서 목이 쉬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 성장통이라는 것은 아이일 때는 몸으로 오고 클수록 마음으로 오는 거구나.


아무 생각 없이 일주일만 쉬고 싶다. 어쩔 땐 의욕이 넘치는 데 이런 날은 바닥으로 기어들어간다.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푹 잘 것!



3.


문제도 잘 풀리고 선생님 설명 들으면서 이해 쏙쏙 되고 재미있고. '아 진로 설정 잘했다' 하는 기분이 몽글몽글. 항상 오늘처럼 재밌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4.


리틀 에너자이저 4살짜리 조카와 놀이터에서 두 시간 뛰어다니고 완전 뻗음!

아이가 꺄르르하고 웃을 땐 세상이 조금 밝아진다.



5.


반려묘 달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족간의 대화가 많이 늘었다. 특히 아빠.

아침에 일어나면 달래를 먼저 보러오는 날이 늘어간다. 처음엔 사냥하는 짐승이라며 관심이 1도 없더니 둘의 케미가 너무 귀엽고 웃기다.


아가 조카와의 케미도 볼만하지. 달래는 천하제일 겁보라 아주 질색을 한다.



6.


조카가 처음으로 짝짜꿍을 했다.

언니와 마주보며 웃었다.

나의 어린시절을 본 언니와 함께 아이를 본다는 것은 참 묘한 일이다.

행복은 아주 작은 순간들에 책갈피처럼 끼워져 있다.



7.


아빠의 3차접종 일정이 다가와, 집에 있는 김에 병원에 라이드를 해드렸다.

늘 나를 태우러 오고, 태워다 주던 것은 아빠였는데. 차를 기다리느라 도로에 나와계신 것을 보면서, 바뀐 입장에서 갑자기 세월이 느껴져 서글프기도 하고 나도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무거운 기분도 들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잘 몰랐던 시절에는 빈칸이었던 감정들. 하루하루 더 소중하고 좋은 일로 채워나가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