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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김선호, 스크린 데뷔부터 터진 마성의 매력

영화 [귀공자]



연극계에서 착실히 내실을 다져온 김선호는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뒤 승승장구 했다. 드라마 ‘스타트업’을 통해 역대급 서브 남주로 등극한 그는 2021년 예능 ‘1박 2일’과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모두 큰 성공을 거두며 한국갤럽이 발표한 2021년을 빛낸 탤런트 1위에 등극했다. 때문에 ‘귀공자’는 김선호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만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슬픈 열대’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이 영화는 ‘귀공자’로 확정이 되면서 김선호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박훈정 감독은 ‘마녀’의 최우식에 이어 김선호에게 귀공자라는 이름을 부여하며 혹 ‘마녀 유니버스’의 스핀오프가 아닐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런 호기심에 더해 청불 등급을 받으며 피칠갑 액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흥행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청불 등급이 오히려 마니아층의 환호를 산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 ‘귀공자’, 높은 대중적인 흥미와 관심을 만족시킬 만한 힘을 지닌 영화일까. ‘신세계’ ‘마녀’ 시리즈의 박훈정 감독이 선보여 온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스타일리시한 연출, 여기에 캐릭터 열전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번 신작에도 열광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우선 김선호의 귀공자를 통해 블랙코미디적 색감을 살리는데 성공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다.     



그간 박훈정 감독은 다수의 작품에서 블랙코미디적인 색감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시도를 결실로 이끈 캐릭터가 귀공자다. 김선호의 귀공자는 미스터리한 정체 속 잔혹하고도 섬뜩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코피노 소년 마르코의 주변을 맴돈다. 마르코는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링 위에 서는 길거리 복서다.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힌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의 아버지에게 접촉하고자 한다.     


소년의 예상과 달리 한국에서 재벌인 아버지는 먼저 손을 내민다. 마르코가 한국을 향하면서 귀공자의 추격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예고편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비행기에서의 첫 만남 장면을 비롯해 소년의 주변을 맴돌며 심리적 물리적 압력을 가하는 귀공자의 모습은 이 작품이 지닌 백미다. 여기에 더해진 캐릭터의 매력은 익살스러움이다. 코피노를 소재로 자본주의 계급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풍자극에 장르적인 재미를 입히는 요소다.     


마르코를 추격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비 때문에 신발이 젖을까봐 멈추는 귀공자의 모습은 위험한 개구쟁이 그 자체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긴박감을 살리면서 블랙코미디가 맛깔나는 포인트를 더하는 지점들이 인상적이다. 이 상호작용은 캐릭터 열전을 통해 빛을 낸다. 신인 강태주가 연기한 마르코는 계급사회의 바닥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달리기를 반복한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슬픔은 왜 원제가 ‘슬픈 열대’였는지 인식하게 만든다.     



한이사 역의 김강우는 서부의 무법자 같은 매력으로 극을 휘젓는다. 마르코의 이복 형이자 또다른 추격자인 그는 냉혹한 빌런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책임진다. 남성적인 매력이 도드라지는 김강우의 카리스마가 저열한 유머와 결합해 독창적인 인상을 남긴다. 고아라는 소년과 우연한 만남이 반복되는 윤주 역을 맡아 미스터리를 더욱 가중시킨다. 카체이스 장면에서 보여준 그 뛰어난 드라이브 실력만큼 현란한 커브로 극을 흔드는 역할을 한다.     


전반부가 미스터리, 중반부가 추격전이 중심이 된 스릴러라면 후반부는 총격전으로 그 대미를 장식한다. ‘마녀’를 통해 애니메이션 질감의 액션을 실감나게 표현한 스타일리스트 박훈정 감독은 이번에는 그 역할을 귀공자에게 부여한다. 각 파트에 맞춰 장르적인 매력을 갖추기 위한 캐릭터 빌드업을 효과적으로 이뤄냈고 이들이 뭉쳐 만든 케미는 클라이맥스에서 폭풍을 일으킨다. 한 마디로 짜릿하다.     


기자간담회에서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 배우와 싸우지만 않는다면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다’라며 귀공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바 있다. 익살맞은 매력덩어리 귀공자의 탄생은 앞으로 한국영화계가 기대해 볼 법한 프랜차이즈의 등장으로 읽힐 수 있다. 첫 스크린 데뷔작부터 왜 본인이 브라운관 대세에 등극했는지 입증한 김선호의 매력이 과연 관객들에게도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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