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비가 오면 삭신이 쑤시고 제대로 기를 펼 수가 없던 나인데.. 그런데 유난히 오늘은 일찍 눈이 떠졌고, 평소보다 1분 정도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주말에 놀이공원 구경도 못하게 되었고, 출근길 버스에서는 목욕탕 냄새가 났고, 여전히 무릎은 시큰시큰하지만 상쾌했다. 왜지?
버스에 두고 내릴 뻔 한 우산도 잘 챙겼고, 나무랑 꽃들도 비를 잘 머금은 것 같고.
씁쓸한 듯 달달한 듯하다.
하늘이 맑아서 그런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물웅덩이에서 하늘이 보인다. 평소에는 비가 조금만 와도 배수가 잘 되어있지 않아 물이 콸콸 넘쳐흐르고, 보수를 하기는 한 건지 생각이 들만큼 울퉁불퉁해서 불평하던 그리스의 길이었는데. 이제는 괜히 반갑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 하늘이지만,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이 오늘은 더 예쁘다. 수채화 같고...
엽서 보내기 아주 좋은 날이다. 이미 써놓은 엽서를 보내는 터라 지금의 감성을 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