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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ou Mar 08. 2017

카카오 99% 초콜릿 같은 봄비

의식의 흐름


오랜만에 비가 왔다.

입춘은 참 지났지만 그 사이에 비가 왔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 첫 봄비인가?

원래는 비가 오면 삭신이 쑤시고 제대로 기를 펼 수가 없던 나인데.. 그런데 유난히 오늘은 일찍 눈이 떠졌고, 평소보다 1분 정도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해서, 주말에 놀이공원 구경도 못하게 되었고, 출근길 버스에서는 목욕탕 냄새가 났고, 여전히 무릎은 시큰시큰하지만 상쾌했다. 왜지?

버스에 두고 내릴 뻔 한 우산도 잘 챙겼고, 나무랑 꽃들도 비를 잘 머금은 것 같고.

씁쓸한 듯 달달한 듯하다.

하늘이 맑아서 그런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물웅덩이에서 하늘이 보인다. 평소에는 비가 조금만 와도 배수가 잘 되어있지 않아 물이 콸콸 넘쳐흐르고,  보수를 하기는 한 건지 생각이 들만큼 울퉁불퉁해서 불평하던 그리스의 길이었는데. 이제는 괜히 반갑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 하늘이지만,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이 오늘은 더 예쁘다. 수채화 같고...

엽서 보내기 아주 좋은 날이다. 이미 써놓은 엽서를 보내는 터라 지금의 감성을 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 촉촉이 봄비로 젖은 그리스 아침. 시후가.

크으으으으으 엽서 다시 써야하나ㅠㅠ잉잉



- 2017년 3월 8일 / 의식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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