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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ou Mar 03. 2017

3월, 봄을 맞이하는 그리스 전통

2월 말 즈음이 되면 길거리의 상인들이 빨갛고 하얀 매듭 실팔찌를 팔기 시작한다. 가만 보면 남자들도 이 실팔찌를 끼고 있다. Μάρτης 혹은 Μαρτιά라고 불리는 이 팔찌는, 고대 그리스부터 발칸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이다.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를 숭배하는 고대 그리스의 엘레프시나 비교의식에서 사람들이 Κρόκη, 크로키 라는 실팔찌를 만들어 오른손과 왼발에 찼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봄이 시작되는 3월 1일에 처음으로 비치는 햇빛이 해롭다고 여겨 엄마들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채워주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모기나 파리 , 심지어 질병까지도 쫓아주는 효과가 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봄이나 햇빛을 해로운 존재로 인식했다는 생각이 신기하다. 햇빛은 생명력을 주는 존재이고, 위대한 태양신인데..... 어린아이들이 그 강렬함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걸까?


오늘날의 그리스 사람들은 빨간 실과 흰 실을 엮고 악마를 쫒아준다는 Μάτι (마티) 같은 장식 등을 끼워 팔찌를 만들고 3월 한 달 동안 차고 다닌다. 3월이 다 지나가면 꽃이 핀 나뭇가지에 건다고 한다. 작년에 만난 어떤 그리스 아주머니는 이 팔찌를 부활절까지 차고 있다가 양고기를 굽는 불에 태워버린다고 했던 것 같다. 불가리아 전공 애들한테 들었을 때는 이 팔찌가 자연스럽게 풀리면 행운이 온다고 했댔나...

이렇게 길거리에서 여러 종류의 참이 달린 마르티스를 판다. 예쁜 참이 많이 있지만 나는 그래도 마티가 달린 마르티스가 제일 좋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등 발칸 지역의 국가들에도 있는 전통이라고 한다. 1학년 때 불가리아에 있는 선배가 우리 학과에 이 팔찌를 보내준 적이 있었다. 불가리아어로는 마르테니짜 라고 했던 것 같은데 뭔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불가리아에는 이런 것도 있냐고 부러워했었는데.... 이게 그리스 꺼였다니!!  나도 나중에 선배가 되어서 그리스에 가게 된다면 우리 학과 신입생들에게 선물해야지, 생각했었는데 미안 후배들아...내년엔 그리스에 돈을 보내줘서라도!! 18학번 후배들한테는 한번 노력해볼게..


대신 나도 주변의 친구, 지인들에게 보낼 엽서에 마르티스를 몇 개 달았다. 보내는 중에 찢어지거나 어디에 걸려서 풀리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사실 그냥 실을 말아놓은 거라 만들기는 쉬운데, 그냥 도매로 100개 정도 떼 오고 싶은데, 아쉽다. 3월에 차는 팔찌인 만큼 3월 안에 보내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한국은 아직 춥다니까 괜찮겠지. 얼른 벚꽃이 만개하기 전에 보내줘야 할 텐데.


남미라는 다소 위험한!! 곳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친구, 매일 야근에 찌들어 살다 드디어 야근이 없는 곳으로 이직하는 친구, 취업에 성공한 혹은 준비 중인 친구들, <안녕, 그리스>를 출판하는데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 선생님, 교수님들. 영어와 씨름하며 호주에서 열일하는 동생,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아빠, 새 학기라 학생이 늘었다며 바쁘게 사는 엄마. 2017년의 봄을 건강하게 잘 맞이했으면 하는 나의 마음이 그들 모두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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