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썼겠지. 이제 안 되겠지. 끝났겠지' 하면서 사흘을 더 가지고 다녔다. 결국 한 획도 그을 수없어 휴지통에 버리려고 보니,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며 내 옆에 있어준 게 고맙고 서글퍼졌다.
내 아버지도 몸 안 에너지가 바닥난 채 며칠을 더 버텨주셨다. 음식을 받아 내지 못한 게 진작이었건만, 내 앞에서는 삼키지도 못할 단백질 음료를 받아 들고는 애써 넘기려다 사레들리기를 몇 번쯤이나 하셨다.
볼펜하나 쉬이 놓아주질 못하는 지독한 내가, 아버지 앞에서 얼마나 보챘던 걸까. 이렇게 생겨먹은 딸을 누구보다 잘 아셨던 아버지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생각할수록 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