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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묻는 사람 K Feb 18. 2022

읽는 직업. 이은혜. 마음산책. 2020.

독자, 저자, 그리고 편집자의 삶 

결론부터 말하자면, 들인 시간, 돈과 에너지가 조금도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인연이 닿지 않았을 테지만(나는 여전히 편협하고 빈곤한 독서습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르고 지나갔다면 꽤 아쉬웠을 것 같다.  


 단순한 이유에서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원고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다는 짜릿함,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다는 설렘, 작가에게 "제 값의 명예를 돌려줄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과 의욕이 골고루 버무려져 꿈을 키웠다. 


 물론 그 욕망은 맹렬하지 않았고, 의욕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저 좋은 책을 만났을 때 '한 때'를 상기시킬 뿐이었다. 아니 그보다 작가를  향한 팬심이 편집자에 대한 호기심을 덮어버렸으므로 솔직히 '한 때'를 떠올릴 때도조차도 흔치 않았다.    


 <읽는 직업>을 통해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편집자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책 한 권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도 좋았다. 대부분 직업이 그러하겠으나, 편집자, 팩트체커, 출판사 운영은 직업의식이 투철해야 할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무튼, 종이 책 읽는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일에 진심인 사람이 많았으면, 나도 더 많은 책을 읽고 나만의 "책 지도"를 탄탄하게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년에 접어들어도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시력과 건강과 의지가 남아있었으면 한다.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려면 보편성을 띠어야 한다. 즉 작가는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면서 자신의 고뇌를 여과해 명확한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가령 감정적인 울분과 통곡이 담긴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그대로 드러나서는 곤란하다. 프리모 레비는 <고통에 반대하며>에서 날것 그대로의 고뇌를 거친 생각과 언어로 독자에게 내밀었을 때 그것이 얼마나 무례할 수 있는가를 경계하라고 했다. 이 요청을 무시한다면 저자 자신의 고뇌도 그대로 남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오염 물질이 되어 독자를 감염시키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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