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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묻는 사람 K May 09. 2022

품위를 지키고 싶다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사 청문회가 한창이다. 먹고사는데 급급하다 보니, 정치는 한 발씩 멀다. 피부에 와닿을 사안이 아니고서야 관심을 두지 않는 내게도 지명자들의 비리 끝도 없이 쏟아지니 모르려야 모를 수없을 지경이다. '그럼 그렇지'하며 넘어가려 해도 우리 사회의 윤리적 기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무관심으로 넘겨버리기도 쉽지 않다.

 

 마치 단합이라도 한 듯 법인 카드 유용은 기본값으로 장착하고 있으니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별문제가 아닌가 보다. 평범한 나에게는 이름도 낯선 풀브라이트의 동문회장을 지낸 김후보자는 온 가족이 모두 장학금을 받았다고 했다. 이 또한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다. 우연이 복되 이보다 더한 일도 얼마든 생기는 게 인생이니까.


 교육부 장관 지명이 발표 나자, 외대 학생들은  "우리 대학에서 보여준 불통 행정을 교육부에서 다시 마주할 수는 없다"면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물론 언론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아마도 그보다 만만치 않은 지명자 줄이은 비리가 쉴 새 없이 계속 터졌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 이 정도 사안에는 지면을 할애할 수없다고 판단했을 테지.


 법인카드, 업무 추진비 유용 논란, 금수저 부모 조사 논란, 사학 비리 옹호 논란, 고발 취하 대가 물밑 거래 논란, 성추행 가해 교수에게 장기근속 포상을 한 논란, 군 복무 중 대학원 특혜 논란. 위장 출생신고 의혹, 배우자 허위 이력 논란, 교비로 아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온 의혹, 친일 반민족 행위자 동상 건립 강행 논란, 제자 논문 도용 논란.


 의혹이 논란을 덮고 논란은 다시 의혹을 덮어버리는 기이한 상황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교육계 수장의 자리라면 의혹과 논란이라고 해도 참으로 고약한 사건이라 시간이 날 때마다 자료를 검색했다.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는 보수적이고 원칙적이며 신중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고, 이러한 기대와 욕심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결국, "논문 심사가 '통과'로 발표되자 아가씨들과 마담도 마치 자신들의 일인 양 기뻐하며 자리를 옮긴 무교동 선술집에서 새벽 3시까지 2차로 술자리를 가지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내용이 실린 이성만(전 국민의힘 인천 연수구청장 경선 후보)의 자서전( 비교하지 마라, 하나뿐인 삶) 일부가 드러나면서 김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방석집 아가씨 사건'이 너무 센 탓이었는지, 하태경 의원이 본인 흑역사로 남을만한 말도 안 될 이야기로 수습하려 애썼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모두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했고,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불찰이든 잘못이든 해명이든 변명이든 그건 저지른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다짜고짜 품위를 지켜달라는 건 뭘까? 더는 알려고 하지 않으면 되나? 모르는 척하면 되나? 줄줄이 나오는 의혹을 빨리 덮어 버리면 그걸로 품위가 지켜질까? 교육자, 아니 인간의로써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잘못된 일은 지금이라도 바로잡고,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이 있을까 싶다.  


 맥 빠지고 조금 슬프다. 그들의 윤리적 기준이 2022년 대한민국 평균 국민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판단 기준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글을 마무리하다 단순한 의문이 들었다.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는 인사 검증팀이 없는 걸까? 아니면 그들 기준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걸까? 지명받은 이들이 철저하게 숨기거나 속인 걸까? 궁금증은 점점 꼬리를 물고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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