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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묻는 사람 K Mar 19. 2023

책:무기력의 심리학

무력감을 털어내고 나답게 사는 심리처방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매사 시큰둥함 넘어 만사 귀찮았다. 그 상태가 오래되다 보니, 변화 욕구는 약해졌고, 어쩌면 내 본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지만 해야 하는 일을 근근이 하면서, 미룰 수 있는 건 끝까지 미루면서, 마음 편치 않은 나날을 보냈다. '아, 왜 이렇게 게으른 거야', 지겹도록 되뇌면서.


 코로나, 갱년기, 번아웃, 상에서 벌어지는 잡다한 일들, '탓'할 리는 부지런히 찾았다. 결국 '불성실함', ' 비효율적인 시간관리', '에너지 배분의 실패'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다고 변화가 시작되는 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마음먹었다. 그러니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어 고른 책이었지만, 구입 후 몇 주 동안 가방과 책상, 거실침대를 오가며 책 위치만 바뀔 뿐 책장은 아주 더디게 넘어갔다. 시간의 흐름이 책장 넘어가듯 했으면 겠다는 엉뚱한 상상 속으로 자주 빠져들었다. 그럴수록 불안감이 엄습했다.


 저자인 브릿 프랭크"우리의 뇌는 행복이 아닌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했다. "목표가 생존일 경우, 무기력 상태는 생존을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뇌의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내 초점이 생존이 아닌 목표 지향이거나 성취, 자기실현, 행복일 때, 뇌는 불편, 불안, 죄책감을 자극한다는 의미다.


 '쉼'이 아닌 명백한 '무기력'상태라면, 변화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이해하는 일'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알아차림'과 유사하다. 내 마음, 느낌, 감정, 생각, 태도, 행동, 욕구, 판단을 제대로 알아차리는 일. 그리고 에너지를 빼앗거나, 충전할 수 있는 주변 '관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책에서는 '불안'을 자동차 경고등에 빗대어 설명하면서 '장애'가 아닌 '건강한 신호'라고 말했다. 동의한다. 많은 사람이 불안, 우울을 없애야 하는 질병으로, 무기력을 게으름으로 생각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양상일 뿐이다. 의료 권력에 의한 진단을 맹신하고, 검열 없이 받아들이는 건 아닐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큰 흐름은, 우리 뇌는 행복보다 생존에 관심이 있고, 무기력감 또한 생존 전략이라는데 맞춰있다. 그러므로 자책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이해하고 돌보라고는 것이다. 마지막 장을 닫으며 얻은 결론, <무기력의 심리학>은 '실용서'에 가깝다.(인문학으로 접근하면 한없이 가볍고, 철학이나 심리학 서적으로 보기에도 허전한 구석이 많다.)


 대부분 실용서가 그러하듯, 읽고 나서 바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갑작스럽게 의욕이 생긴 것도, 무기력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 다만,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와 약속을 잡았고, 다음에 읽을 책을 구입했으며, 10시 가까이 눈을 떠도 자책하지 않는다. 이렇게 찬찬하게 한 발씩 내딛는다. 지금은 이 정도로 됐다.   



책: 무기력의 심리학. 브릿프랭크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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