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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레어 Apr 11. 2021

당신을 이해합니다

[4] '찐'어른들의관계 속에서

20대 초반, 어떤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30대였던 언니들과 점심 식사도 자주 하고 놀러도 다니면서 꽤 친하게 지냈는데 언니들은 나와 대화 나누는 것을 참 좋아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었어서가 아니다. 20대 초반의 나는 언니들의 삶이 신기했고, 궁금했고, 닮고 싶었다. 그리고 언니들은 순수하게 본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밀고 당김이 없는 관계였다. 아마 그때 언니들은 지금의 나처럼 어른들의 지나친 이해타산적인 혹은 보여주기 식 관계에 지쳤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말에 관심을 갖고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찐'어른들의 관계에 필요한 것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는 처절하게 성장한다.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아닌 절대적으로 본인만이 이해하고 부딪혀나가는 시간을 겪는다. 그 시간들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변화해가는 과정을 겪다 보면 어느새 인간관계의 결이 예전만큼 단조롭지 않다. 


모든 것이 달라진다. 누군가는 이사를 간다. 서로가 전혀 알 수 없는 직종의 일을 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가정을 꾸리고 누군가는 세계 일주를 떠난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어느 사회인의 삶일지라도 사실은 저마다의 파도를 헤엄쳐 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가뜩이나 다른 우리는 점점 더 자신만의 영역을 넓히며 그 속에서 '찐'어른이 되어간다. 점점 더 타인이 되어간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SNS에 '전체 공개' 되어있는 보여주기 용 일상을 엿보고 '좋아요'를 누르는 관계가 아닌, 진심으로 상대방의 삶을 응원하고 궁금해한다는 진심이 닿을 수 있는 '비공개' 대화가 필요하다. 

당신을 이해합니다. 당신의 말을 듣습니다. 

당신에게 많은 질문과 고민이 있다. 한 친구가,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다가와 당신의 말을 듣고 조언을 주려고 한다. 그 조언이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어떻게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신이라는 사람과 상황을 정말로 이해하여 알맞은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그 조언은 결코 당신의 마음까지 닿지 않는다. 조언의 한 마디를 걷네 받는 그 순간이 상대방이 당신만을 위해 내어 준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말이다. 전 세계 인구 76억 명 모두가 다르다. 우리는 모두 달라서 결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당신을 이해한다는 말은 정말 이해를 한다기 보다는 내가 당신을 위해 내가 이곳에 있고, 당신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다는 말이다. 


직업의 특성상 상담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지 깨닫게 된다. 사실 제대로 들어주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상담의 문제가 해결되는 편이다. 어른들의 관계에서 오는 대부분의 문제도 사실은 서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가 혹은 제대로 들어주고 있는가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한 때는 고민을 이야기할 때에도 어떻게 상대방이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시간이 꽤 지나, 많은 지인들을 만나고 떠나보낸 지금은 누군가가 나를 이해한다고 하는 말이 참 귀하다. 참 고맙다. 제 생각만 하기에도 바쁜 세상 속에서 오롯이 타인의 입장에서 헤아려보려고 하는 그 마음이 소중하다.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눈을 맞추자. 시간을 내고, 귀를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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