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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광우 Jan 28. 2024

걱정하며 사는 삶

 요즘 따라 이런저런 걱정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은 날이 많다. 무슨 걱정거리가 이리도 많은지 놀랄 지경이다. 걱정을 한다고 해답이 구해지는 것도 아니다. 또 대부분은 걱정만 하다가 그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걱정으로 정말이지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 ‘걱정을 한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걱정이 든다’ 혹은 ‘걱정이 된다’로 바꿔써야한다. 그런 탓에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 해도 쉽지가 않다. 오히려 그러는 순간 그게 또 걱정거리로 작용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무슨 걱정이 있으랴만 걱정해도 걱정이 생기니 그것이 걱정인 셈이다. 

 걱정이 많다는 건 잡생각이 많다는 뜻이다. 잡생각은 느슨한 생활에서부터 기인한다. 결국 괜한 걱정의 주된 원인은 느슨한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나의 생활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건 확실해 보인다. 은퇴를 하면서 생활 자체에 목표나 목적의식은 사라진지 오래고 그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로 소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딘가에 얽매이면 잡생각이 설 땅을 잃는 건 분명하다. 그러면 자연히 걱정 또한 줄어들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느슨함을 쉬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틀에 박힌 직장생활의 구속에서 벗어나 어렵사리 얻은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내게는 여간 싫은 일이 아니다. 딴에는 방법을 찾는다고 고민도 해봤지만 자유와 걱정은 도무지 양립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다보니 두 가지를 두고 어느 쪽의 가치가 더 큰지 견주는 일이 발생한다. 비교는 행여 잘못 선택해 후회로 이어지지 않을까 망설임을 낳는다. 그건 또 다른 걱정거리로 변하고 그러는 사이 시간은 또 헛되이 소모된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이 내가 처한 현재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면서 생긴 일인지도 모른다. 보람이며 성취감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생활. 가정과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나의 역할. 어디에도 제대로 발 디딜 곳 없는 내 위치. 이런 것들이 중첩되어 스스로를 위축시키다보니 그곳에서 탈출하려 본능적으로 반응을 보인 결과가 아닐까? 아니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와중에 어떤 순간에도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욕심이 작동하다보니 일을 더 키운 것이리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자 정작 내게 필요한 것은 걱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생각을 고쳐먹는 일임을 깨달았다. 삶이란 그 본질이 결코 하찮지도 않지만 아주 거창한 것도 아니며, 백 년이 채 되지 않는 그것에 대한 취사선택권은 처음부터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나의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전개되지도 않는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걱정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필수불가결한 삶의 한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란 존재는 걱정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걱정이 생기면 걱정하면서 살면 된다. 그저 기쁜 일에 기뻐하고 슬픈 일에 슬퍼하면 그뿐이다. 우린 먼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현재를 살아간다. 미래를 전혀 도외시할 수는 없지만 그걸 이유로 완벽한 미래를 추구하는 건 어리석은 행위이며 욕심일 따름이다. 빈손이어야 원하는 걸 잡을 수 있듯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한다. 삶이라는 크나큰 혜택을 누림에 있어 걱정하는 수고 정도야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문제는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별달리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싫든 좋든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참고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게 최선이다. 분명한 건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한답시고 인생을 낭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걱정하지 않으려 궁리하면 할수록 내 남은 시간만 줄어들 뿐이다. 그 시간만 아껴도 우리 인생은 두 배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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