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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Sep 08. 2022

<일하는 마음>의 독후감

나를 키우며 일하는 법

<일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읽었다. 열정 없이 하루 종일 매가리 없이 일하는 나에게 동료가 추천해준 책이다. 생각해보면, 이제껏 일하는 마음 가짐에 대한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어찌 보면 내 삶에 대부분을 지배하는 정체성이 '일하는 나'인데, '일'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지적인 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 이런 깨달음이 나름의 쏠쏠한 수확이다.


결론적으로 책은 나에게 퇴사에 대한 고민에 힘을 실어주었다. 왜냐면 이 책은 '일하는 마음'을 담고 있지, '직장을 다니는 마음'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회사를 잘 다녀보자!라는 목적은 1차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덕분에 나는 일하는 자아를 어떻게 훈련시켜야 할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그려나 거야 될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다.


1. '꾸역꾸역'도 괜찮을까

나는 늘 내가 멋없이 일한다고 생각했다. 빠릿빠릿하게 머리가 돌아가지도 않고, 내 의견은 늘 한 발 늦었다. 모든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7년 차 직장인이 된 이유는, 꾸역꾸역 일하기 때문이다. '꾸역꾸역'이라는 표현에서 또 한 번 멋없다.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나와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주어진 일을 억지로 해내는 것. 나의 커리어적 성장에 과연 도움이 될까? 결국 내가 잘하는 것을 찾지 못하고 갈려 버리는 것 아닐까?


책에서도 누군가가 '어떻게 그리 직장을 오래 다닐 수 있죠?'라고 묻는다. 저자의 답은 '꾸역꾸역'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꾸역꾸역'을 다르게 해석한다. 계속하다 보면, '그것만으로 이르게 되는 경지'가 있다고 한다. 꾸역꾸역 들인 시간은 그대로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꾸역꾸역을 일하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나중에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와도, 분명하기 싫은 일들은 섞여 오기 나름이다. 맷집 생긴 마음은 나로 하여금 이 장애물들을 헤쳐나가게 해 줄 것이다. 이미 해왔던 것, 꾸역꾸역은 이미 익숙해 무서울 것 없다.


이러하여, 꾸역꾸역도 성장이고 미덕이다.


2. 공언을 던지는 것

나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말'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유독 말을 많이 한 날이면, 자기 전에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 되돌이켜 본다. 내가 터무니없는 말을 하진 않았을까? 지키지 못할 말을 하진 않았을까?


저자는 공언을 많이 던지라고 말한다. 공언을 하는 만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로젝트성 일을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벌어보는 것이다. 그 뜻은 스스로 일을 찾아서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내 의지와 결심이 너무나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나 이런 걸 해내려고'라는 말을 내뱉지 못한다면,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애초에 착수를 할 수 있을까?


공언을 훈련해야겠다. 공언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고, 공언으로 추진력을 얻겠다. 다만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내려놓을 것이다. '공언을 고스란히 현실로 바꾸지는 못한다고 해도, 결국 거기에서 좋은 것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3. 임파워먼트와 자존감

대기업에서 만년 막내를 하다가 스타트업의 시니어로 오게 되며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임파워먼트'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와 결정권이 주어지고,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니. 이런 일은 처음이다.


'임파워링'을 해준다는 건, 그 대상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믿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는 것은, 내가 그 해결책을 알고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나는 내 역량을 인정받았고, 나 스스로도 해낼 수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임파워먼트는 부담과 과중된 책임 그 자체다. 스스로 그만큼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업무 능력에 대한 자존감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 5년간 내가 훈련한 것은 '의견 내지 않기'와 '결정하지 않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서 15년을 훌쩍 넘게 일한 선배들이 수두룩한데, 나 따위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이란 건 없었다.


하지만 환경이 바뀐 만큼, 나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내 일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만큼, 다음 단계로 넘어갈 디딤돌로 잘 활용해야만 한다. 그게 지혜로운 대처다.


나를 믿어보겠다. 7년 차 직장인에게 쌓인 경험과 감을 무시하지 않겠다. 남들보다는 좀 느리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더라도, 일단 나에게 던져진 문제는 회피하지 않겠다. '임파워먼트', 받아들여보겠다.


책은 술술 잘 읽혔다. 어려운 전문용어나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내용 없이, 담백하게 작가의 경험과 지혜를 녹여냈다. 본인의 일하는 경험을 스토리로 엮어낸 것을 보며, 내 커리어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럴 수 있다면, 내가 이토록 하기 싫어하는 일도 멋진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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