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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May 11. 2022

흰둥이에게

사랑해줘서 고마워

흰둥이를 보고 있으면, 늘 드는 의문이 있었다.

'과연 흰둥이는 행복할까?'

내가 이 질문의 답을 조금이라도 유추할 수 있을까.


흰둥이와 나는 같이 자랐다. 내가 15살 때 흰둥이를 만나, 어느덧 나는 32살의 어른, 흰둥이는 17살의 노견이 되었다.


젊은 몸을 잃은 흰둥이는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갔다. 여전히 간식을 조르고, 집에 돌아온 나에게 안기고, 드센 성격도 여전했다. 물론 다리가 아파 산책을 못하게 되었지만, 나와 함께 마당에서 마음껏 해를 쬐기도 했다.


흰둥이는 그렇게 세월이 지나도 우리 곁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울먹거리는 전화를 듣고, 회사에서부터 집까지 엉엉 울었다. 믿을 수 없었다. 잠깐 아픈 것이라 생각했다.


급하게 도착한 집에는 싸늘하게 변해버린 흰둥이가 좋아하던 쿠션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내가 집에 도착하면 뛰어와 반기는 흰둥이가 조용히 누워있었다. 가까이 가서 몸을 만져보니 차갑고 딱딱했다.

애써 부정하던 사실이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흰둥이는 늘 우리에게 따듯하고 포근한 존재였구나.

온몸으로 사랑의 온기를 전해줬구나.


과연 흰둥이가 행복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조심스럽게 확신하고 싶은 점은, 흰둥이는 우리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흰둥이는 17년의 세월을 쏟아 우리를 사랑했다.

그가 우리에게 준 온기로 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일에 정신이 팔려 바빠도, 외출로 집을 비울 때도, 흰둥이는 늘 우리를 기다리고 사랑했다.

그 절대적인 사랑이 너무 고맙고도 마음이 아린다.


흔히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한다.

그 다리를 건널 때는, 더욱 건강한 다리로. 잘 들리는 귀로. 잘 보이는 눈으로, 무지개를 마음껏 즐기며 건너길 바란다. 17년간 쌓아온 추억과 우리의 사랑을 무겁게 짊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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