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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pr 02. 2022

꾸준한 기록의 미학

과거의 나에게 위로받기

나는 기록 덕후이다.

매년 일기를 쓴 지 어느덧 16년, 일상툰을 그린지는 약 1년.

연도별로 차곡차곡 정리한 사진들이 외장하드에 가득.

그리고 브런치도 한다!


문뜩 나는 왜 기록을 하는지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내 삶의 작은 순간들이 소중해서 간직하고 싶은 것일까? 심심해서 무언갈 찾다가 버릇이 생긴 것일까? 아니면 감정 쓰레기통이 필요했던 것일까?


결론은 모두 다이다. 기록하는 행위는 나에게 일상의 많은 고민스러운 것들을 해소해준다. 사소하지만 나중에 꺼내보고 싶은 감정들을 적고, 남는 시간에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부정적인 생각들을 풀어내고. 하지만 더욱이, 기록을 통해 과거의 내 자신에게 위로를 받는다.


나는 내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일기장을 읽는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찾아 펼친다. 그때의 고민과 고생스러움, 슬픔에 대해 읽는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곱씹는다.


두 가지를 깨닫는다. 첫 번째, 그 당시 거대하게 느껴졌던 고민과 아픔들이, 지나고 나니 해결되어있구나. 내 지금의 아픔도 나중엔 해결되어 있겠구나.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두 번째, 고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구나. 20살의 내가 했던 고민과 30살의 내가 하는 고민은 환경만 다를 뿐, 결국 같은 고민이구나. 40살이 되어도 같은 고민을 하겠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진다.


나는 앞으로도 지금을 기록해나갈 것이다. 게으르겠지만, 문장이 빈약하겠지만, 그래도 1년에 최소 한 권의 일기장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은 꽤나 뿌듯한 일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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