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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종 Aug 24. 2024

여름이라면 응당

8월 24일의 일기

여름이 다 가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덥지만 내가 생각하는 여름은 갔다.


여름이라면, 아침부터 이른 저녁까지는 노란색 태양이 떠있어야 하고, 모든 나무가 일제히 매미 노래를 불러야 한다.


거리에는 나시를 입은,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이 손풍기를 쐬며 다녀야 한다.


덥다고 가만히 선풍기를 쬐거나, 덥다고 물놀이를 가야 한다.


여름이니까 아이스크림이 빨리 녹아 없어지니 허겁지겁 먹어야 하고, 당연히 손은 끈적여야 한다.


여름이라면 물놀이를 하다가 농가진이 나고, 모기에 물려서 종아리가 가려워야 하고, 살이 타서 벗겨지고 그을린 자국이 남아야 한다.


샤워를 하고 나서 젖은 머리를 선풍기에 말리면서 시원한 마스크팩을 붙이고, 그을린 몸에 알로에를 발라야 한다.


여름이라면 하루에 한 번은 빙수를 먹어야 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 프린스 1호점 요약본을 보면서 중딩 때 혜화동에서 보내던 여름들을 추억해야 한다.


난 이번 여름을 성실히 보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여름은 이제 내가 견디기 버거울 정도로 뜨거워졌다.

혹은 나는 예전처럼 뜨거움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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