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견,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

다양한 품종의 장점만 모은 믹스견의 매력 속으로

by 예술적인 지혜

퍼플이는 실외 배변을 하는 아이라 하루 1회 이상 산책은 필수다. 통통한 엉덩이와 짧은 다리로 총총총총 걷는 모습이 내 눈에만 귀여운 게 아닌 모양인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종종 묻곤 한다. 거의 대부분은 “몇 살이에요?” 그리고 그다음 질문은 “품종이 뭐예요?”

믹스견,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

[반려인연구소] 아무도 찾지 않아… 애완동물 세계의 흙수저 '유기 믹스견'[출처] - 국민일보[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
품종은 “믹스견”입니다

품종 관련 질문에 나의 답변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상식이 전무한 사람들은 이조차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잘은 몰라도 단어 조합(Mix+犬)만 보고 ‘아, 품종이 섞인 아이구나.’라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아, 잡종이에요?’ 하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다. (feat. 똥개)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듣는 사람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어감이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애초에 ‘잡’이라는 단어가 사전적으로 ‘여러 가지가 뒤섞인’ 또는 ‘자질구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가 아닌가. 흔히들 ‘잡놈’, ‘잡일’, ‘잡생각’, ‘잡것’ 등으로 쓰는 만큼 절대 좋은 느낌의 단어가 아니다. 뭐, 그 사람들이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라고 하면 나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한 번이라도 읽었다면 다음부터는 ‘잡종’ 보다는 ‘믹스견’이라는 단어를 썼으면 한다. 나도 너를 “잡놈아.”라고 부르기 전에.


엄마와 아빠 종이 달라 더욱 사랑스러운 믹스견들[출처] - 인사이트[원본링크] - https://www.insight.co.kr/newsRead.php?ArtNo=56785
많고 많은 종류 중에 왜 하필 믹스견이에요?

그럼 나도 되묻고 싶다. “왜 많고 많은 강아지 중에 굳이 품종을 따져서 키워요?” 포메는 포메대로 귀여운 솜뭉치 같아서 좋고, 비숑은 비숑대로 깜찍하고 포근한 생김새가 좋고, 도베르만은 늠름하니 듬직해서 좋고. 모든 아이들에게는 장점이 있다. 믹스견은 믹스견대로 생김새가 다양하고 각자의 외모가 주는 장점을 뛰어넘어 다양한 매력이 존재한다. 정확하게는 그 친구가 포메라서, 비숑이라서, 도베르만이라서 예쁜 게 아니라 그냥 그 애가 보리라서, 코코라서, 초코라서 예쁘다. 그들은 온전히 그들 자체로 예쁜 것이다. 믹스견도 마찬가지다. 뭐, 품종별로 타고난 크기와 습성 때문이라고 해도 결국은 “품종이 어떻게 돼요?”라는 질문을 받지 않는, 누구나 아는 품종을 키우고 싶거나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당당하게 품종을 말할 수 있는 이유로 고른 경우도 많을 것이다. 굳이 말해도 듣지는 않을 테지만 반려동물은 당신의 액세서리나 자랑거리가 아니다! 순혈 품종을 키운다고 당신의 학벌과 재력이 상승하지 않는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없는 사랑스러운 믹스견 모음[출처] - 더쿠[원본링크] - https://theqoo.net/square/1463057748
믹스견도 장점이 있나요?

믹스견의 매력을 쓰고 싶어 굳이 이 항목을 만들었지만 반려동물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일단 사람인 나조차 무수한 결점이 존재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항상 내가 최고라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가족이니까. 가족이고 자식이니까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고 뭘 해도 예쁠 것이다. 반려동물이라고 과연 다를까. 결국은 어화둥둥 내 사랑인데 왜 장점과 단점을 따지고 들까. 일단 이 글을 통해 ‘믹스견’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내 몫이니 장점을 굳이 나열하자면,


잔병치레가 없고, 비교적 수명이 길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당신이 원하는 품종견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어둠의 영역에서는 품종견끼리의 교배가 마구 이루어지는데 희귀한 품종일수록 ‘근친교배’가 이루어진다. 근친교배에 위험성에 대해서는 다들 알리라 짐작한다. 따라서 당신이 선호하는 그 품종은 대부분 유전적 결함을 앓고 있다. 당연히 겉으로는 건강해 보인다. 그러니 팔리지. 전문 업자들이 최대한 건강한 개체들끼리 교배를 시키지만 아무리 먼 핏줄이라고 해도 결국은 희귀한 품종이기에 세대를 거듭할수록 초기 외모와 차이를 보이게 되며 그 외모적 특성 유지를 위해 각종 유전병은 물론이고 신체장애(특히 웰시코기 단미)를 앓게 된다. 이러한 품종견의 ‘불편한 진실’을 생각하면 믹스견이 유전병과 신체 결함에 덜 취약하다는 점은 확실한 생물학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무조건 품종견!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만큼 잘 돌봐줘라. 각 품종마다 자주 겪는 유전질환이 있으니 꼭 공부하도록 하고 일정 나이가 되면 각 품종별로 생기는 특정 부위 질환에 대비해야 한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수의사들은 품종과 나이만으로 무슨 질환인지 알 정도다. 하여튼 병약하다고 버리기만 해 봐라.


닮은 아이는 있어도 같은 아이는 없다: 믹스견의 최대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항목이다. 믹스견의 부모, 조부모 그 이상 조상들이 만들어낸 세상 단 하나뿐인 외모, 하나뿐인 존재. 여러 강아지들 사이에 두어도 안경 벗고 내 새끼를 단번에 찾을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어린 시절에 입양하면 성견이 된 모습을 알 수 없으니 더 기대되는 요소이기도하다. 진짜 자식을 키우는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자라면서 달라지는 외모 덕에 기록하는 재미도 있고 성장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돌려보면 울컥하기도 하다. (물론 품종견도 마찬가지지만 앞서 말했듯 믹스견은 성견이 된 모습을 짐작할 수 없어 아기 시절과 지금 모습의 갭이 훨씬 더 크다.) 아빠 친구들이 나를 보며 느끼는 감정처럼 우리 퍼플이를 아기 때 봤다가 오랜만에 지금 모습을 크면 예전 모습으로 기억하던 사람들의 감탄이 쏟아진다. 그들 기억 속에 ‘우리 퍼플이’는 세상 단 하나의 존재로 각인된다.


[애니로그] 믹스견은 보호소에서도 괄시받는다 [출처] - 한국일보[원본링크]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40214530004
믹스견도 종류 중 하나, 결국은 취향 차이?!

뭐, 위에 나열한 이유로 믹스견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믹스견을 키우고 있고 믹스견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렇다고 믹스견을 더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냥 종류나 품종에 상관없이 모든 강아지들을 좋아하고 그들이 모두 행복한 견생을 누렸으면 좋겠다.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왜 굳이 품종을 따져서 좋아하냐고 묻지는 않겠지만 당신이 강아지를 좋아하고 키우고 싶다면 그냥 강아지 자체로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품종에 따른 상품성을 논한다면 감히 귀한 반려견을 누추한 이에게 키울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믹스견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품종견에 비해 믹스견은 입양률이 적고 그만큼 안락사와 유기 확률이 높다. 훨씬 건강하고 못지않게 귀여운 아이들인데도 품종이 섞였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받는 현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 반려견 입양을 고려중인 사람에게 백번 얘기해도 많은 이들은 품종견을 ‘펫샵’에서 분양한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반려견은 자신을 표현하는 액세서리에 불과한 걸까. 굳이 그 마인드를 못 버리겠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것’ 보다 ‘오직 자신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것’이 더 빛나다는 걸.


[퍼플이] 세상 단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나의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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