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원 인공지능 디자인 연습
글 : 최장순(엘레멘트컴퍼니 대표,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겸임교수)
1.
글과 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해된다. 글을 쓸 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쓰게 되고, 이해를 할 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대로 이해하게 된다. 말과 글은 직선적이다. 한 방향으로만 전개된다. 왼 쪽에서 오른 쪽(한국어, 영어 등), 혹은 오른 쪽에서 왼 쪽(아랍어, 히브리어 등). 한 단어를 이야기한 후에 다른 단어를 이야기하듯, 언어는 시간에 예속되어 출현한다. 하지만, 회화는 어떠한가? 회화는 직선을 거부한다. 한 방향으로만 생산되지 않는다. 이해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 문장 구조를 분석하듯 순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 회화는 순식간에 다가오고, 한 번에 포착된다. 물론 분석을 위한 감상을 하다 보면, 회화의 시각 언어 요소들을 하나씩 뜯어보며, 글을 대하듯 분석하게 되지만, 일반적으로 줄글로 써내려가는 문장의 생산/이해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산 이해된다. 그래서 개념 뭉치를 어휘 중심으로 연결, 문장 단위 중심으로 연결하며, 맥락을 모방하고 만들어온 인공지능이지만, 회화/ 예술/ 디자인의 영역에서는 인간의 창조력을 모방하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완벽한 오산이었다.
2.
AI디자인 도구인, ‘미드저니(MidJourney)’의 작동방식은 의뢰자와 생산자의 관계를 모방했다. 의뢰자, 즉 클라이언트 혹은 디렉터가 ‘세기말 분위기’,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뉴욕 배경이면 좋겠어’, ‘르네 마그리트풍으로 그려볼까?’ 등등의 주문을 하면, “사람” 디자이너는 각각의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스터디하고, 유사한 것을 피해 보다 차별적으로 그려보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1차 드래프트를 완성하고, 피어리뷰(Peer Review)를 통해 최종 산출물을 결정짓는다. 미드 저니의 작동방식도 마찬가지다(실제 작업 결과, 이전 포스팅 참고).
3.
다른 사람들의 디자인과 명령어를 살펴보면서, 명령어가 촘촘할수록 디자인이 정교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인은 ‘언어’의 수준과 깊이에 따라 좌우되고 있었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러할 것이다. AI 디자인은 감성적 만족감을 제공하지만, 생산의 차원에서는 순전한 이성적 기제로 작동된다. 로고스에서 시작해서 파토스로 귀결된다. 로고스와 파토스의 간극을 잘 이해하고 메울 수 있는 관점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역량을 높이는 사람들이 더욱더 귀해질 것이다.
4.
‘미드저니(MidJourney)’. ‘여행중’, ‘여행하는 가운데’ 정도로 의미를 볼 수 있겠다. 인공지능 여정의 도착지는 어디인가? 아직 미완의 어린이같은 인공지능 툴 하나를 써봤을 뿐인데, 기계는 인간의 영역을 통째로 모방하고 더 나은 생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두려움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같은 비관론자들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일론은 이 행성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만들 인류세의 모습에 대해서도 아포칼립스적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한 비관적 관점으로만 AI문제를 해석하면 “이제 디자이너는 뭐하나?” 정도 수준의 한탄만 늘어놓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작동되고 효과를 주는 바로 이 지점, 로고스와 파토스 사이에서 인간이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맥락을 재조정하고, 그 진정한 의미를 해석해줘야 한다. 표면적으로 동일해 보이는 시각 기호의 의미가 처음 어떻게 생산되었고, 변형되어왔는지 인류 스스로에 대한 역사적 연구가 강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인문학의 시대는 역사학의 시대, 인류학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5.
DX(Digital Transformation)라는 개념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매우 나이브한 인식으로 DX를 기계-기계, 기계-사람 커뮤니케이션을 극한으로 밀어부치는 경험 창출 과정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주로 언급되어온 디지털의 딜레마는 DX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인간적 가치의 주가가 오른다는 문제다. 그래서 가장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디지털 경험은 ‘가장 인간적인’ 경험이어야 한다. 궁극의 디지털 경험은 궁극의 아날로그 경험이어야 하는 역설이 그래서 가능해진다. AI의 커지는 영향력을 보며 우리가 해야할 일은, AI가 지속적으로 모방하고 역전을 시도하려고 하는 바로 그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연구, 토론, 재정의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은 스스로가 새로운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그러한 궁극의 방향에서 우리 인간 종은 함께 진화할 방향을 모색해야 멸종되지 않을 것이다.
Keyword : the end of the world, spinoza, apple tree, ghost village environmet in the city, night time, detailed and intricate environmet, isac newton, art by rene magritte, edward hopper, matte painting, sharp focus, hyper realistic
Keyword : nike, air jordan, in the forest, alien, art by katsuhir otomo, hyper realistic, concept art
Keyword : /imagine prompt: combine venom with batman, ultra hyper realistic
Keyword: Frank Gehry architecture, metal texture, opera house, unique, creative, many people, Hawaii beach background, sunset pink sky, inspirational, close up drawing by Marc Chagall
이전의 거장은 현 시대의 디자인을 어떤 시선으로 담아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창의력을 배울 수 있을지, 과연 그런 거장의 창의력을 인공지능이 예측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금속 질감이라는 명령어에 맞게, 하늘에 건축물이 비쳐 유연하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확 와 닿아 최종 작품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의도에 맞는 명확한 결과물을 얻어내기는 어려웠지만, 기대 이상의 창의력에 인공지능 예술의 편견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었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차별화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Keyword: a painting by Claude Monet of the library of hell
클로드 모네는 인상파의 대표 작가이다. "빛은 곧 색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빛에 의해 느껴지는 다양한 색감들에 집중하는 클로드 모네가 과연 빛이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실내 공간을 그린다면? 아름답고 환상적인 장면을 그려온 모네가 상상하는 지옥의 공간은 어떨까 생각하며 입력한 문장이다. 실제로 모네의 그림을 마주하였을때 그림자가 지는 부분에도 주변의 다양한 빛의 반사와 색감들에 섞여 만들어진 어두운 색감의 느낌을 미드저니를 통해 뽑아낸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미드저니를 사용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는데, 문득 '적절한 문구를 잘 입력하여 좋은 작품을 뽑아내었을 때 과연 이것을 창의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들었다. 또한 어떤 가치에 대한 키워드보다 느낌에 집중하는 키워드를 입력해야 원하는 이미지가 나온다는 것을 보며 아직 미드저니가 가치와 의미 생산,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헤아리는 작업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날이 온다면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Keyword: puppy's neverland in monet style
네버랜드는 이상적인 세계인 동시에 청정지역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강아지에게도 네버랜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puppy’s neverland” 키워드로 AI를 통해 이미지 네 개를 만든다. 이 중에 두 개 화면은 <water-lilies>의 색감과 비슷한 느낌이다. 블루와 그린이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데 동시에 이 분위기가 편안한 네버랜드의 설정에도 부합하지만 나는 신비로운 보라색 화면이 더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생성된 화면은 조용한 수면에서 강아지가 멋진 꿈을 꾸고 있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 같다. 이 꿈은 바로 네버랜드로 통한다.
Keyword: outer space, planet, bus, star, silent
두 달 전 어느 날 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노란 버스에 앉아 외우주로 유배되었다. 무중력이라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고, 나와 버스의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다른 별들을 지날 때 나는 별 표면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전에 봤던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그 이야기에 내가 직접 참여했던 것 같다. 깨어나면 이런 소중한 장면을 잊어버릴까 봐 시험 전에 배운 것을 복습하듯 이 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꿈속의 장면도 그려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충격적인 그림을 기록하기에는 나의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 이번에는 인공지능 을 빌려서 꿈속의 장면을 최대한 재연되었다.
Keyword: Birth of Cosmos by René Magritte
우주의 거대한 질서인 코스모스의 탄생을 르네 마그리트 풍의 그림을 생성한다. AI는 ‘코스모스’라는 입력어를 꽃의 코스모스와 우주의 코스모스 둘 다로 해석한 듯하다. 초현실주의 화풍 덕분인지 결과물에서 작가의 심오한 해석이 담겨 보인다. 이 그림을 르네 마그리트가 직접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미드저니가 그림을 생산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예술가는 모방과 학습을 통해 예술품을 재생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에서 순수한 원본은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예술의 중요한 방점은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시대의 정신과 작가의 미학을 담는 의미 작용이다. 과연 AI는 이런 메타적 인지가 가능할 정도로 고도하고 정교화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Keyword: when I fall in love, new york city, colorful, chanel
재즈의 본 고장 뉴욕, 재즈 가수 냇 킹 콜의 노래 when I fall in love가 생각난다. 로맨틱한 뉴욕 이미지와 함께 타임스퀘어의 화려하고 컬러풀한 네온사인, 맨하탄 5번가 명품거리도 떠오른다. 명품브랜드 샤넬을 직접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나머지 키워드들과 브랜드명을 어떻게 조합해낼까 궁금했다. 조합결과 샤넬 브랜드 이미지는 잘 보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브랜드들의 이미지 생산방식이 기대되는 바이다.
Keyword: fashion museum, exhibition, showroom, brand, trend, accessories
처음에 공간에 관한 키워드를 입력했지만 공간이 아닌 이미지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키워드를 바꾸면서 많이 시도를 해봤다. 그런데 최종 나온 이미지는 생각보다 퀄리티가 높은 것 같다. 키워드를 입력해서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인공지능 작업이라는 기술이 우리에게도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디자이너의 작업 방식도 이 기술로 인해 많이 바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Keyword: Spatial, post modern style, perspective, furniture, gustav klimt
Concept keyword를 통하여 핸드드로잉 또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시간이 단축되었으며, 제가 기입한 몇 가지 주요 키워드의 특징들이 결과에 잘 적용되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미드저니의 딥러닝이 잘 구조화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미드저니의 첫 인상은 “캐릭터, 게임화면, 유화스러운 그림들…..”로 느껴져서 인테리어 공간디자인으로의 활용도가 궁금했는데, 충분히 응용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오히려 미드저니와 같은 AI기반 이미지 생성프로그램이 3D기술과 만나 부동산, 건축, 메타버스 등 타 영역까지 확장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Keyword: 로봇 고양이 열기구 쇠락 도시 미사일
미드저니가 나에게 준 가장 큰 느낌은 그의 vi 처리 기능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첫째, 그는 고객이 제공한 키워드를 통해 연산을 하고 네 개의 이미지를 생성하며 상상력을 확장시킬 것이다. 두 번째는 각각의 이미지를 고화질로 렌더링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모든 행위가 오픈채팅방에서 이루어지며 다른 사람들이 만든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우 효과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다.
Keyword: 밤 도시의 사이버펑크 스타일에 분홍 숏헤어를 가진 성직자 여성
“오타쿠의 마음은 오타쿠가 더 잘 안다” 평소 즐겨하는 게임 직업은 성직자이다. 직업이 가진 성스럽고 조용한 이미지와 다르게 반전을 주고 싶어서, 도시의 야경 속에서 강렬한 옷을 입은 성직자 일러스트를 구상하였다. ‘밤의 도시 여성이 핑크 숏 헤어를 하고 사이버 펑크 스타일이 가미된 성직자 옷을 입고 있다’ 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였다. 계속해서 키워드를 수정하며 시도했음에도 ai의 그림 실력은 게임 오타쿠의 마음을 흔들기엔 아직 부족했다. 미드저니도 게임 아트 영역을 좀 더 학습하길 바라는 아쉬움이 컸다.
Keyword: Nike, haribo gummy bear, Fashionshow, a model walking baby bear, miniature, surrealism, Charming, Pierre et Gilles, Jeff Koons
패션에서 객체로 소비되던 구미 베어가 주체가 되어 패션쇼를 하면 어떨지 상상해보며 명령어를 만들어 나갔다. 예상외의 결과물이 나왔기에, 다양하게 명령어를 바꾸어 보는 과정에서 AI의 프로세스가 사람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명령어가 들어간 그대로 조합되어 날것의 결과물이 나오며, 이 것이 불쾌할 수 있다고 느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사람은 주변을 신경 쓰고 환경에 영향 받지만 AI는 데이터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이 프로세스가 생략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지, 혹은 인간이 느끼기엔 너무 이질적이라 기술적인 부분만 발전시켜 활용하게 될지 작업을 하며 생각해봤다.
Keyword: Burgerking,still in good business, the end of the century,spooky,light and shade,desire,hyperrealistic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버거킹에서 영감을 받아 먼 미래, 지구의 종말을 맞이하여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자신들의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하여 버거 브랜드로서 끝까지 생존한 버거킹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미드저니 작업을 진행하였다.
Keyword: The red-haired mermaid sitting on the rock, looking at the sea, night, boat, people, fireflies
미드저니는 여러 번 시도해도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생성되지는 않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디자인이 생성되기도 해 놀랍기도 했지만 예술 영역만큼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사회, 문화적으로 경험하고 습득한 지식들을 AI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를 담은 결과물을 내기에는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인간만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들이 있고 그것들을 다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보들과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Keyword: Life in Space, by Claude Monet, bright light, festive, many people
화가나 디자이너가 이런 식으로 직접 그린다고 하면 그 키워드에 맞는 정보를 서치하고 공부하는 것부터 직접 작업을 하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텐데, 몇 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그림이 완성되는 것을 보니 두려움과 동시에 이 두려움 또한 디자이너가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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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or
최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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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ol
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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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Chen, Yingyu
Fu, Jiaqi
Lu, Yuexiao
Zheng, Shiyuan
민지희
엄성윤
유민지
윤희연
이은경
이주현
이지아
이현미
정선아
최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