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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과자 같은 디저트를 덜 먹을 수 있을까?

by 작은물방울

어제 오전, 독서모임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커피를 시킨 선물”이라며 사과잼 쿠키를 건넸다. 배고팠지만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쿠키는 나중으로 미뤘다. 사실 챙겨오고 싶지 않았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가방에 넣었다.


나는 만년 다이어터다. 음식을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몸에 드러나는 체형이라, 과자나 디저트는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그런데 내 입맛은 도통 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다. 디저트가 그렇게 땡긴다. 케이크와 빵의 유혹에 늘 넘어간다.


누가 억지로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버터향에 홀려 지갑을 열고 먹는다. 예전에 신랑에게도 조선호텔 베이커리의 얼그레이 케이크를 먹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누군가 추천해서 조각 케이크를 사려고 했지만, 신랑이 만류했다. “나중에 일산 부모님 오시면 홀케이크로 먹자. 그게 가성비 좋아.” 그 말이 왠지 설득력 있었다.


요즘 15kg 중 5kg이 다시 돌아왔다. 무거워진 몸이 불편할 정도인데도, 어젯밤 사과잼 쿠키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꾹 참고 또 꾹 참고 버텼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건강하게 먹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과자를 참는 걸까? 단톡방에서 물어보니, 어떤 분은 “진짜 먹고 싶을 때만 조금 덜어서 먹는다”고 했다. 이유는 확실했다. 디저트는 배도 안 부르고, 입맛만 망치고, 비싸기까지 해서 차라리 고구마를 먹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 케이크를 먹을 바엔, 더 좋은 양질의 음식을 먹겠다는 선택.


하지만 고비는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랑이 말했다.


“조선호텔로 케이크 사러 갈까?”


김장을 하러 일산 부모님이 와계셨기에, 그때 했던 약속을 기억한 것이다. 순간 고민이 밀려왔다. 먹고 싶었지만, 이번엔 참았다. “운동 가야 해.” 나 스스로 생각해도 꽤 용감했다. 어젯밤 사과잼 쿠키의 유혹을 넘겼고, 아침 케이크도 한 번 거절했으니까.


오전 운동을 마치고 판교로 나가다 결국 케이크를 샀다. 부모님과 나눠 먹자는 신랑의 꼬임도 있었고, 나도 솔직히 먹고 싶었다. 대신 얼그레이 대신 밤 케이크를 골랐다. 더 비싸지만, 부모님 취향에 맞을 것 같아서.


밤케이크.jpg 실제로 먹은 밤 케이크


김장 중간에 빨간 고무장갑과 초록 앞치마를 한 채, 고급 디저트를 간식으로 나눠 먹었다. 묘하게 잘 어울리는 순간이었고, 대만족이었다.


딱 한 조각만 먹으려 했는데, 반 조각을 더 리필해버렸다.


그래도 두 번 거절하고 세 번째에 먹는 거니, 살이 안 찌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나와 디저트 사이에는 조금 더 협상이 필요해 보인다. 아직 디저트 제어 능력은 부족한 것 같다.


그럼에도, 김장하는 중간에 먹은 밤 케이크는 정말 맛있었다.




김장.jpg 김장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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