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열정'에 대해 요즘 드는 생각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는 것

by 아득

예전에는 열등감을 자주 느꼈다.
누군가 나보다 앞서가면 마음이 조급해졌고, 잘하는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났다.
그런 감정은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비교 자체를 피하는 방향을 택했다. 나만의 속도, 나만의 삶.
열등감에 휘둘리는 삶보다 훨씬 건강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마음은 꽤 편해졌다.
뭔가에 쫓기지 않으니 여유도 생겼고, 하루하루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됐다.
욕망도 덜어냈다.
욕망은 늘 불안을 데리고 오니까, 아예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열등감과 함께 사라진 건 욕망만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열정도 점점 희미해졌다.
예전에는 막연하게라도 “이걸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무난하게 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게 나쁜 건 아닐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삶에 동력이 사라진 느낌이 든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친 끝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된 건 아닐까?
편안함과 무기력은 종이 한 장 차이처럼 느껴진다.


요즘의 나는, 비교 대신 거리 두기를 택했고,
욕망 대신 체념을 배운 것 같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무언가에 끌리는 감정 자체가 줄어들었다.
동기부여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어설픈 조급함과 타인의 시선이다.


그런 나를 보며, 가끔 생각한다.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게 과연 좋은 일일까?
우리가 피하고 있는 감정들 속에, 어쩌면 중요한 동력이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물론 열등감 없이도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거나, 자신만의 사명이 분명한 사람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욕망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너무 크지 않아도 좋으니,
오늘을 조금 더 밀어주는 힘이 되어줄 작은 욕망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원동력이 없을 때 흔들린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결국 내가 바라는 무언가에서 나온다.
이루지 못해도 좋고, 지금 당장 손에 없더라도 괜찮다.
그 마음 하나가 삶을 움직이는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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