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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소정 Apr 26. 2023

인생 2막 버킷리스트-첫번째 다이어트

40대 여자의 인생 2막 성장 스토리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환율이 미친 듯이 치솟던 어느 날 회사에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회사사정이 나빠져서 일부 직원들을 권고사직한다는 소문이었는데 다들 깜짝 놀랄 거라는 소문. 점심시간에 다들 본인들이 대상자들일 거라며 걱정했고 나 역시 그게 만약 나일경우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사를 하면서 월세는 올랐고 남자친구는 직장을 관둔 상태였고 어머니수입이 끊어져서 생활비를 보내드려야 하는 상황에 제발 6개월만 더 있다 잘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 후 전체회의가 열렸고 퇴사자 한 명씩 면담이 시작되었다. 다들 본인 이름이 불리지 않길 바라며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뒤이어 불리는 내 이름…. 하… 나도 권고사직이구나…..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회사 사정상 내가 진행하던 프로젝트팀 자체가 없어진다고 했다. 기존에 하던 몇 팀 들만 유지하고 그 외에는 모두 정리 대상이라고… 회사의 반정도가 정리되었다. 며칠의 정리기간 후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이제 집도 차도 돈도 남편도 아이도 없는데 회사까지 없다.



처음 회사를 안 나가니 너무 좋았다. 정말 몇 주를 늘어지게 낮술 먹고 티브이 보고 그러고 지냈다. 

그리고 몇 주 후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어차피 6개월 실업급여 나올 예정이고 3개월 전에 새로운 회사에 취업을 할 계획이어서 당장 뭔가를 배우기도 시작하기도 빠듯한 시간이라 생각되어 내 몸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현실에서 내 마음먹은 대로 바꿀 수 있는 건 몸무게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상태이니 체중 줄이는데 집중하고 매일 2만보씩 걸었다. 술만 줄여도 살이 잘 빠지는데 운동에 나름의 식단까지 병행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2달 정도만에 10킬로 정도 감량이 되었다. 거기다 영양제까지 먹었더니 치솟던 혈압까지 정상이 되었다. 앞으로 5킬로만 더 빼고 나머지 5킬로는 유지하면서 천천히 빼자 생각했다. 매일 다이어트를 생각하다 보니 내 유튜브채널은 온통 먹방 혹은 한 달에 10킬로 감량한 방법 등의 채널로 채워져 갔다. 


그런데 10킬로 이후로는 살이 빠지지 않았다. 마치 묶여있기라도 하듯이 정체되었고 그 말로만 듣던 정체기가 찾아왔다. 지긋지긋한 정체기는 2달이나 계속되었다. 물론 치팅데이 때 술 마시고 라면에 아이스크림을 폭식하다 보니 살이 빠지지 않는 건가 싶어 치팅데이 자체를 없앨까도 했지만 그냥 운동을 늘렸다. 공복유산소도 시작하고 아침저녁으로 근력 운동을 했다. 강아지와의 산책 역시 점심, 저녁으로 늘렸다. 평일 식단은 더 타이트하게 진행했다. 


강아지와 매일 산책은 가장 즐거운 유산소 운동이다.



신기하게도 살은 더 이상 빠지지 않았고 그대로였다. 그리고  운동과 식단에 강박이 생겨서 평일날 하루라도 안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함까지 생겼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체기 사이에 코로나에 걸려서 3주 정도를 몸회복하느라 일반식을 먹고 운동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몸무게가 유지가 되었던 것이다. 정체기라 빠지지도 않았지만 찌지도 않았다. 아마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한 결과였던 것 같았다.


정체기는 잠시 내려두고 인바디를 살펴보았다. 10킬로를 뺀 몸무게로 작년에도 살았던 적이 있었었다. 그때의 체지방률은 충격적이었다. 몸무게는 동일한데 체지방률은 10%, 체지방량으로 환산하면 지금이 6킬로가 적었다. 


같은 몸무게인데 체지방률은 10%, 체지방량으로 환산하면 6kg이 차이가 난다.


몸무게는 금방 10킬로가 빠졌지만 정체기였던 2달 동안 체지방이 빠지고 있었던 거였다. 결국 난 4개월 동안 10킬로를 뺀 셈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유튜브 정체기 극복법을 봐왔는지… 진짜 살 빠짐과 가짜 살 빠짐을 구별 못해 생긴 정체기였다. 그 후론 나의 다이어트 방법은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평일엔 클린식으로 먹고 주말엔 남자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면서 이것저것 먹지만 마인드가 아예 달라졌다. 지금은 다이어트한다는 생각보다는 평일엔 조금 관리하고 주말엔 좋아하는 건 적당히 먹고 혹시나 과식을 했다면 며칠 더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바꿨다. 그 후 한 달 동안 평일엔 근력, 유산소를 해주고 단백질, 탄수화물 잘 맞춰서 충분히 먹어주고 있다. 주말엔 술 한잔 하면서 이것저것 적당히 혹은 많이 먹는 중이다. 많이 먹었다 싶으면 다음날 산책시간을 늘려주면서 크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로 하는 중이다. 다이어트라기보다는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몸매를 좋아 보이게 하는 운동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근육량을 늘리고 틀어진 자세를 바로하는 스트레칭등 건강에 초점을 둔 관리를 하는 중이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도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 최대한 첨가물이 적은 걸로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랬더니 전보다 운동시간은 줄었고 음식은 더 많이 먹지만 드디어 몇 년 만에 처음 보는 몸무게가 되었다. 



3킬로 정도 더 빠졌다. 


아직 몇 킬로 정도 더 남았지만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운동수행 능력등을 조금씩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어제 5분 뛰었으면 오늘은 6분을 뛰고 어제 스쿼트를 100개 했으면 오늘은 101개를 하고...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몸의 능력을 보는 게 좋다. 내 몸의 외형적인 것보다 훨씬 더 보람이 있다. 지하철역에 계단을 2칸씩 올라도, 건널목 초록불이 깜빡일 때 뛰어도 숨이 차지 않고 오히려 상쾌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요즘은 다이어트 채널이 아니라 운동 유튜브나 건강 관련채널을 보는 편이다. 그중에 피톨로지라는 채널이 있는데 거기에 우수라는 분이 정말 좋은 말을 해주셨다. 내가 몇 달 동안 너무 생산적이지 않은 일만 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 때쯤이었다. 누군가 자기 계발을 위해 힘쓴다는 얘기에 왜 거기에 운동은 없냐는 일침이었다. 대기업회장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한다는 말과 함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게 건강이고 그래서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난 그 5개월의 시간 동안 허송세월을 보낸 게 아니라 내 몸을 내 건강을 그리고 내 마인드를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켰다는 생각을 하니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이번일을 계기로 아마 난 살아가는 방법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몸을 혹사하고 내 몸에 좋지 않은 행동을 아무런 생각 없이 행하면서 지냈다면 이젠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것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의 차이는 그 이후의 행동인 것 같다. 오늘 친구와 술 마시는 행위는 동일하지만 그다음 날 나의 행동은 전과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어쩌면 늦은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너무 다행이다. 최소한 남은 인생동안 난 건강하게 살게 될 테니 말이다.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만 나이가 도입되면서 난 2살을 다시 얻었다. 40대 후반으로 가던 중에 다시 40대 중반이 되었다. 마치 2년이란 보너스의 인생이 생긴 기분이다. 대신에 직장을 잃었다. 그리고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얻는 중이다. 그리고 이번 퇴사를 계기로 새롭게 얻은 2년의 시간을 더해서 인생 2막을 열어보려 한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게 40대 인생 2막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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