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의 인생 2막 성장 스토리
진용진이라는 유투버의 채널이 있다. 세상에 없는 시나리오로 짧은 영상을 만드는 사람인데 뭔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이슈가 되는 이야기가 많아 매주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에는 비혼주의 여자의 이야기 외면 이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경력이 단절되니 잘 나가는 골드미스가 되는 삶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오늘은 마지막 편 노인이 된 비혼주의 여자의 삶이었다. 마치 미래에 그런 일이 있을법한 이야기였다.
미래에는 노인이 많아서 힘 있는 세대가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고립이 되어가고 노인들은 노인들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 미래가 된다. 실버타운에도 들어가는 데에 마치 입시처럼 경쟁을 해야 하고 공공근로의 일도 오히려 돈을 주고 하려는 노인이 많아진다. 혼자 돈을 버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다들 돈이 많아 돈의 가치는 하락하고 국민연금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의료보험비는 치솟고 의사들은 줄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노인은 많아지다 보니 수술 한번 하는 데에는 추첨이나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다. 물론 수술비도 비싸지는데 현금이 있어야만 수술이 가능하다. 그리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70대인데도 부모의 수술비를 걱정해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다 보니 아이가 있는 사람은 소득세를 50프로 감면해 주지만 아이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세금을 내야 하고 상당히 비싸다고 한다. 너무 무서운 미래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죽지 않는 사람들은 스위스에 안락사처럼 죽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장 슬픈 부분은 노인이 된 자신의 생각이 변한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좋아했던 혼자 있는 삶, 휴식, 커리어, 가족, 친구 등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 외면했던 많이 부분들이 노인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면서 아쉬운 부분으로 되어간다는 것이었다. 넷플릭스 보는 것도 티브이를 보는 것도 이젠 즐겁지 않고 혼술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걸 싫어했던 사람들도 외로움에 사람을 찾게 된다는 부분이 너무 무서웠다. 지금 생각에는 평생 놀면서 티브이 보고 게임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드는데 노인이 되었을 때는 그 좋았던 것들이 이젠 지겹고 하기 싫은 일이 된다는 것이다.
엄마생각이 났다. 엄마는 그 영상에 나오는 노인의 삶을 살고 계신다. 자식이 있으시지만 일 년에 몇 번 보는 게 다시다. 항상 외로워하시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시지만 결국 또 사람 때문에 상처받으시고 힘들어하신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걸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 드는데 재미가 없으시다고 한다. 아마 주요 시청층에 맞춰서 콘텐츠들을 만들다 보니 보실 게 없으신 것 같다. 배움이 짧으시다 보니 키오스크는 고사하고 핸드폰도 이제 겨우 스마트폰으로 바꾸셨고 전화 걸고 받고 사진까지는 찍으실 수 있으신 것 같다. 알려드려도 자꾸 잊어버린다고 하신다. 잘 보이지도 않으신다. 같이 할 사람조차 없으시다. 배우고 싶은 생각도 안 드시는 것 같다. 통화를 할 때면 일어나서 방금까지의 하루를 모두 얘기하고 싶어 하신다. 매일 살고 싶다 죽고 싶다를 반복하시고 통화의 마무리는 항상 우시는 걸로 마무리하신다. 그래서 통화를 하고 나면 매일이 너무 힘들어서 평일에는 한 번씩 꼭 통화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주말에는 나도 기분이 나빠지지 않기 위해 통화를 안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외면 이란 그 영상을 보고 나서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이해되지 않던 엄마의 행동도 그럴 수 있겠다는 이해도 되면서 나는 그런 노인이 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싹 사라졌다. 나도 사실 20대 때 40대의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지금 40대가 되어 그 행동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글을 읽을 때 멀리 떨어져서 본다던지 하는 행동을 노안이 온 지금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해되지 않는 노인들의 행동들을 미래의 내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좋아하는걸 미래에 좋아하지 않을 수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니 미래가 너무 무섭다.
지금 없는 게 미래에 관연 있긴 할까? 남편, 아이, 돈, 집, 일, 친구 등등
지금 있는 게 미래에 계속 있을 수 있을까?
지금 계속 이런 식이면 미래에 나는 어쩌면 죽기 위해 안락사를 위한 폐지를 줍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삶이 있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께 항상 미래를 준비해야 해서 지금 아끼고 살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철저히 현재의 작은 기쁨을 위한 것들은 외면한 채 미래를 위해 참으며 살았다. 그러다 어른이 되고 욜로가 유행을 하더니 오늘 죽을 수 도 있는 삶이니 오늘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삶이 유행을 했고 나 역시 그런 삶에 약간 젖어들었다. 그래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일보다는 행복한 일을 하기 위해 월급이 작아도 회사에서 일을 했고 좀 더 내가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아직도 찾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돈은 모으지 못했다. 돈을 많이 벌 수 없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했고 부업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이 주말까지 일을 했다. 지금의 30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주 5일이 작은 회사들까지 당연한 걸로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내 20대는 주 6일 일을 했고 토요일 오후에 일을 마치면 그게 불토였고 금방 일요일이 되면 출근을 준비해야 했다. 물론 그때도 부업을 하거나 자기 계발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주말에 백화점 시장조사를 가고 디자인해서 월요일 제출해야 하는 나로선 내 개인적인걸 할 시간도 없었고 생각도 없었다. 정말 회사를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점점 유행하는 삶이 예전처럼 미래를 준비하는 삶으로 바뀌는 것 같다. 아마 코로나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경제가 점점 안 좋아지면서 마치 imf 때와 비슷하게 실직에 월급은 깎이고 물가는 오르고 결국 워라밸 같은 말은 쏙 들어가고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고 자기 계발을 하고 부업을 하는 삶이 또 대세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또 10년이 흐른 때엔 다시 욜로가 등장하고 현재의 삶이 소중하다며 워라밸을 챙기는 삶이 유행하는 건 아닐까? 그럼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노인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아니 난 누굴까? 40대가 조용히 지나가는 지금 제2의 사춘기를 겪는 듯이 요즘 사람에 대해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그래서 인생 2막 버킷리스트라는 글도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의 내가 또 후회할 것 같다. 지금도 역시 후회만 가득한 삶을 살고 있으니 뭔가 계획하고 결정해서 사는 것만으로도 후회 하지 않을 이유가 생길것 같다.
우선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디자이너로 살았는데 앞으로 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찾아야 할 것 같다. 엄마도 그렇고 노인분들은 소일거리를 항상 찾으신다. 그래서 엄마도 그렇게 아프신데도 불구하고 공공근로 같은 일에 계속 지원을 하시고 그 일을 하실 때 가장 행복해 보이신다. 엄마도 뭔가 세상에 기여한다는 생각과 돈을 버는 행위를 통해 살아도 되는 당위성을 찾으시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나 역시 내가 해도 괜찮을 일을 찾아보려고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난 뭔가 창조하는 일이 좋은 것 같다. 지금 글쓰기도 역시 비슷한 종류의 일이라 좋은 것 같다. 디자인과 글쓰기.. 내가 좋아하는 일.. 이 일을 평생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인 듯하다. 눈과 귀를 열고 변화하는 세상에 귀 기울이고 새롭게 나오는 정보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난 나이 들어서 안돼 아니 안 해도 돼가 아닌 지금이라도 하자라는 생각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중엔 맞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가 들 수도 있으니 항상 열린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절대 아닌 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지금 아닌 거지 미래에도 아닌 건 아닌 것 같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미래에 나는 너무 하고 싶은 일일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나를 포함한 모든 일에 귀를 기울이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늙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내 일을 찾는 게 40대 인생 2막의
세 번째 버킷리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