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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소정 May 26. 2024

인생 P막 에피소드-받아 들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

40대 여자의 인생 P(현재) 막 일상다반사

어린 시절 아니 젊었던 시절 내겐 꿈이 많았다. 아니 꿈이 있어야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꿈을 꾸고 살았다. 지금의 현실이 불행하더라도 미래에는 행복할 수 있을 꿈을 꾸었다. 그래야 살 수 있었다. 비록 지금 내가 보잘것없더라도 젊은 나에겐 꿈이 있어서 괜찮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중년이란 나이가 되었다. 머리도 마음도 아직은 어리지만 나이는 나이가 먹었다. 이젠 이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아직도 꿈을 꾸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런 꿈을 이뤄야만 옳은 삶을 다는 것일까?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의 인생이 떠올랐다. 나는 아빠의 인생이 고귀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타인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과연 아빠는 성공한 삶이었을까?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고 어린 동생도 젖을 못 먹어 아사한 후 아빠는 정말 치열하게 사셨다. 돈을 벌기 위해 젊은 시절엔 외항선을 타셨고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과감하게 새롭게 직업을 택하셨고 공장에서 기술자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일하셨다. 이 삶을 돌아보면 딸의 입장에선 세상에서 그 어떤 삶보다 가장 고귀하고 위대하지만 타인의 입장에서 그저 그런 삶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빠의 인생은 실패한 삶인 것일까??


아빠의 삶은 그 어떤 삶보다 치열했고 열심이었고 가족을 위했었고 그래서 더 고귀한 삶이 맞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자괴감은 무엇일까?

나의 디자인을 하고 싶었고 그걸로 돈도 벌고 싶었다. 내 이름이 유명한 건 싫었지만 내 디자인이 유명해지곤 싶었다. 그게 내 꿈이었고 그게 되고 싶어서 오랜 시간 노력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디자인을 하지도 않고 생산만 하고 있으며 내 브랜드를 내는 건 앞으로도 없을 일일 것 같다. 평생 꿈을 꿨지만 50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꿈을 이루지 못한 실패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삶이 너무 우울하다. 나에겐 남들 다 있는 남편도 자식도 없다. 그저 나 혼자다. 나에게 있었던 그 어떤 꿈도 이루지 못했다. 내일 만약 불의로 사고로 죽는다면 내 삶은 어떻게 그려질까? 아마도 그저 그런 회사들 전전하다가 돈도 못 모으고 죽었다는 한 줄로 요약되는 인생이다. 갑자기 살기가 싫어졌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분명 어린 시절부터 꿈을 꾸며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는 성공은커녕 평범한 삶도 살지 못한 것일까? 가만히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나의 인생의 결과는 타인의 시선으론 실패가 맞다. 그런데 나의 하루하루는 어땠을까?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잠을 줄여가며 뒤늦게 하고 싶은 패션디자인학과로 편입도 했고 탑도 찍었고 유수의 공모전에서 대상도 받고 치열하게 살았다. 그 후로 내 인생이 루저였나? 아니 지금의 결과가 이렇지만 정말 열심히 살았다. 밤을 새 가며 일도 했고 열심히 배우고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디 가서 얘기하기 싫을 정도로 실패긴 하다. 그렇다고 내 인생의 과정이 실패인가 생각해 봤다. 그건 너무 억울하다. 실패라고 하기엔 그 과정이 너무 치열했다. 

 

과정이 치열했지만 결과가 실패인 내 인생은 진짜 실패인 걸까?

그건 너무 억울하다. 나름 난 열심히 치열하게 진심을 다해 살았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려 노력했고 공부도 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꼭 성공한 삶이 제대로 된 인생인 걸까? 나처럼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이런 인생도 있지 않을까? 이것 역시 인생인데 이런 인생은 인생이 아닌 걸까? 세상에 그 많은 인생들이 모두 성공하진 않을 텐데 그럼 그 1프로 외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인가? 그런 생각을 하니 너무 화가 났다. 그럼 우리 아빠의 인생은?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는 아빠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인 걸까? 절대 아니다. 남들은 뭐라고 해도 내 아빠이기에 나에게 있어서는 성공한 삶이었고 위대한 인생이었고 본받아야 하는 인생이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성공한 인생을 살아야만 한다고 세뇌당한 건 아닐까? 각자 다 다른 인생이 있는 건데 사람마다 각각의 인생이 있는데 그걸 과연 누가 평가를 하는 걸까? 미슐랭처럼 등급을 매기면서 인생을 평가할 수 있을까?

아닌 것 같다.

우리 각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위대하다.

보잘것없이 허름하고 가난한 엄마일지라도 그 아이에겐 세상의 전부이고 위대해 보이듯이 남들이 우리 아빠 인생이 보잘것없다고 치부하더라도 딸인 나의 생각에선 그 어떤 위인보다 대단하다고 존경심이 드는 인생인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어떤 식이든 각자 다 소중한 인생인 것이다.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사회에 기부를 못하더라도 티브이에 못 나오더라도 유명하지 않더라도 그 존재자체로 각각 다 위대한 삶인 게 아닐까?

원대하고 위대한 꿈을 꾸지 않더라도 그저 소소한 일상을 사는 삶이더라도 농부든 청소부든 직업이 있든 없든 다 소중한 삶인 것이다. 이런 생도 있다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유명 하거나 위대하지 않은 삶도 있다는 것들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좌절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보잘것없는 인생도 인생이다.
이런 인생도 있다는걸 받아들여야 하는게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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