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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Jun 20. 2024

더 잘 쓰려고 해 본다. 한 줄만.

글을 그냥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잘 쓰려고 하는 일에는 얼마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지. 

그래도 평소 익혀 두었던 글쓰기 팁도 있고. 

자, 이제는 열심히 쓸 차례다!  

그런데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 한 번 잘 써보자"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니까 "잘 써보자"는 생각은 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동시에, 글쓰기의 부담감을 높인다. 더 높이 올라서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만든 계단은 하나의 허들이 되어, 우리를 좌절하게 만든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럴 때 떠올리면 좋은 것이 '딱 한 문장만 공들여 쓰자'는 생각이다.

모든 문장, 모든 단어, 모든 표현을 공들여 쓰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명작을 만들자고 달려들면 지쳐서 자빠진다. 그렇다고 힘을 빼고 편하게 쓰면 발전이 없다. 


이럴 때는 한 놈만 팬다는 마인드로 한 문장만 공들여 써보자. 

오늘 쓰는 나의 글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가장 핵심이 되는 문장을 고른다. 그리고 평소처럼 쓴다. 그다음 거듭 퇴고하면서, 그 문장의 구조와 표현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잘 써본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글쓰기를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이 익숙해지면 공들여 쓰는 범위를 여러 문장, 한 문단, 글 전체로 넓힌다. 


이 방식은 독자의 입장에서도 유효하다. 독자 역시 글의 모든 문장을 공들여 읽기는 어렵다. 하나의 글에서 한 문장만 머리에 확실히 남아도 그 글은 읽은 보람이 있다. 이런 점을 역이용한다. 비록 아직 글쓰기 실력이 여물지 않았어도, 누구에게나 회심의 한 방은 필요한 법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전하는 글쓰기 팁 중에는 '우회 전략'이 많은 것 같다. 너무 높은 목표에 한 방에 이르려다 탈진하지 않도록, 오래 지치지 않고 글을 쓰는 팁이랄까. 이건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연결된 것일 테다. 내가 가장 고민한 지점도 이런 부분이니까. 


느려도 좋다. 어제보다 나아지고 있다면. 그러니 만족할 만큼 잘 써보자. 딱 한 문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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