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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Dec 06. 2024

나카야마 미호와의 작별

<러브레터> 스틸컷

온통 혼란해진 세상, 영화에 집중하기 조차 힘든 이때 슬픈 소식을 접했다. 영화 <러브레터>(1999)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나카야마 미호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는 것.


어떤 배역과 배우의 결합은 너무 강렬해서, 영화 속에 영영 남아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는 한다. <러브레터> 속의 나카야마 미호도 그렇다.

시리도록 하얀 설원과, 홀로 우뚝 선 여인의 뒷모습, 덥수룩한 커트 머리와 외투로도 가려지지 않는 가녀린 실루엣과, 온 힘을 다해 옛 연인을 부르는 목소리. 그것은 나카야마 미호 연기의 한 페이지에 그치지 않고 1999년 그 겨울, 우리가 공유했던 하나의 이미지로 남았다.


비교적 최근 영화 <나비잠>(2018)에서 그녀는 이전의 청초함 대신 원숙함을 갖춘 모습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이전과 다름 없이 자신이 속한 공간과 계절을 투명하게 품는 독특한 재능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모든 인연이 작별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그것이 너무 이르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유독 아름답게 빛났던 한 계절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못내 슬프게 다가온다. <러브레터> 속 히로코가 그랬듯, 떠난 이를 향해 안녕을 묻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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