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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이의 기도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글을 쓰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고. 읽는 사람도 많지 않을 뿐더러, 읽는 이들 조차도 글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다른 무언가를 보는 것이라고. 그래서 내 말을 귀기울여 듣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오로지 글의 힘만으로 무언가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같은 것이 아직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빛이 막 뿜어져 나오는 활자같은 그런 거. 헛된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기도다.


나는 글이 쓸모없고 허약해서, 무용하고 무력해서 더 많이 사랑한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이짓을 할 수 있는 한 많이 하다가 죽기로 결심하고 이 길로 왔다. 언제나 후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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