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페이스메이커
월화수목금 아침마다 정호연을 노려본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일약 할리우드 스타덤에 오른 모델 겸 배우.
회사 가기 싫어! 그치만 오늘도 성실하게 집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넌다.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타려면 서울역 롯데 아웃렛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그 길목에는 108개(체감상)의 계단이 있다. 세 칸씩 성큼성큼 오르다 근육통이 감지될라치면 계단 정상에 도착하는데 마스크 사이로 차오른 숨을 파- 뱉으면 아웃렛 외벽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패션 화보 속 정호연을 마주한다. 동시에 머릿속으로 영상 하나가 재생된다. 이것도 정호연이다. 오징어 게임 크랭크업 전, 차 안에서 셀프 카메라로 수줍게 찍은 브이로그.
“제가 누구인지는 모르시겠죠?
모델로 활동하다가 최근 연기를 시작하게 된,
그냥... 그런 어떤 애 중 한 명입니다”
그때의 정호연은 무명이고
지금의 정호연은 유명인사다.
이전엔 40만 명이 알던 인스타를
이제는 전 세계 2312만 명이 지켜본다.
그때의 호연과 지금의 호연은 정말 그렇게나 다른 인물일까?
세상에 매력 없는 사람은 없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람만 있을 뿐.
물론 이 말의 필요충분조건은 자기를 온전히 확신하고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는 것이다.
매일 108개의 계단을 오르고 지하철 4호선 개찰구를 통과한다. 오늘도 오늘의 마라톤 결승선 테이프를 끊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