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율 Apr 18. 2017

여행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한
우유니 소금사막

시작과 끝이 없는 새하얀 우유니 소금사막





"카메라를 소금물에 빠트리다니.. 우리 여행은 이제 완전 끝났어"

"헤이~ 세뇨리따, 그냥 눈으로 담아. 마음에 담아서 코리아까지 가지고 가"





 


 우유니 소금사막에 다시 갈 생각이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에 도착했을 때 2가지 악재와 접했다. 하나는 날씨, 또 하나는 DSLR 카메라 고장이었다. 그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정말 괴로울 정도의 악재였다. 하지만, 우리 자매의 여행 방식이 바뀌게 된 엄청난 계기가 됐다.


 우리의 여행 방식은 굉장히 빡빡했다. 버스 시간까지 짜여진 엑셀 파일을 들고 다니며 여행을 했다. 여행 일정이 바뀌면 걱정과 근심이 앞섰다.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을 즐기기보단 '집착'했던 것 같다.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 혹여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계획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모든 걸 다 담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렀다. 눈으로 풍경을 담는다는 유럽 여행객들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압박과 집착이 담긴 여행을 계속하다가 우유니에서 큰 사건이 터져버렸다.




▲빡빡한 여행 일정표




우유니 소금사막 Sala de Uyuni

볼리비아 포토시주의 우유니 서쪽 끝에 있는 소금으로 뒤덮인 세계 최대의 소금사막이다. 해발고도 3,653m에 있다.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2만 년 전 녹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이후 건조한 기후로 인해 오랫동안 물이 모두 증발하고 소금만 남게 된 것이다. 소금 총량은 최소 100억 톤으로 추산된다. 총량으로 볼 때 볼리비아 국민이 수천 년을 먹고도 남을 정도의 막대한 양이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마치 거울처럼 투명하게 사람의 모습이 반사된다. 밤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인다. 별들이 소금사막 호수에 들어 있는 것처럼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유니 시는 관광객이 많이 찾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전하지 못한 허름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물찬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 물에 우리 모습이 그대로 비친다.


▲끝이 없는 새하얀 세상 우유니 소금사막







 날씨.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소금사막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날씨 운이 따라줘야 한다. 우리가 우유니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 노을을 볼 수 있는 선셋 투어, 쏟아지는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선라이즈 투어, 그리고 우유니 전체를 돌고 칠레로 넘어가는 2박 3일 투어를 모두 신청했다. 그만큼 우유니라는 여행지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고,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여행지였다. 


 하지만 가이드가 계속 밑밥을 깐다. "사진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별이 안 보일 수도 있어요. 해 뜨는걸 못 볼 수도 있어요." 계속 '~할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미 받은 투어비를 되돌려 줄 수는 없으니, 대충 우유니를 경험하라는 말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우유니에서 머문 4일 동안 제대로 된 우유니 사막을 경험할 수 없었다. 마지막 날에는 폭설 때문에 칠레로 넘어가는 길이 막혀 하루 종일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사실 우리가 기대한 건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소금사막과 그 위로 청명한 새파란 하늘이 맞닿아 있는 지평선이었다. 사진에서만 봐오던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서 조금이라도 구름이 열리는 순간을 고대했다. 


 그래도 하늘이 하얗고, 땅도 하얀 신기한 우유니 사막을 볼 수 있었다. 온통 360도 전체가 새하얫다. 마치 다른 행성에 갇혀있는 느낌이랄까? 같이간 다른나라 친구들이 날씨와 카메라는 잊고 우리에게 주어진 이 광경을 느껴보라고 말했다. 생각했던만큼의 광경은 아니지만, 온통 새하얀 우유니 또한 멋있으니까.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풍경이니까.

 




▲딱딱한 소금결정체 위를 계속해서 달린다.


▲우유니에서 꼭 남겨야 한다는 인증샷







 카메라. 선셋 투어를 할 때 일본, 대만, 홍콩 친구들과 함께 단체사진 찍기에 나섰다. 우리 팀 가이드가 준비해온 의자에 쭈르륵 앉아 포즈를 취했다.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꼭 한다는 의자에 앉은 사진! 이걸 꼭 내 손으로 찍고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나서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런데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 끈이 미끄러지면서 우유니 소금사막 물에 풍덩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1초 만에 휙 하고 건져냈지만 나의 카메라는 작동을 멈췄다. 그냥 물도 아니고 염도가 높은 소금물이라는 걸 깜빡 잊은 것이다.


 그 이후로, 전혀 여행에 집중하지 못했다.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다니며 '카메라 소금물에 빠졌을 때' '카메라 메모리카드 인식이 안될 때' '볼리비아 캐논 AS센터' 등 별의별 검색을 다 해봤다. 마치 '카메라 고장=여행의 끝'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이틀 동안 카메라를 고쳐보겠노라고 집착한 끝에 메모리카드만 간신히 살려낼 수 있었다. 


 진이 다 빠졌다. 우리 자매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우유니 마을 길거리에 앉아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진이 빠져있는지 말이다. 여행을 할 때 날씨가 안 좋으면 안 좋은데로, 카메라가 없으면 없는 데로 자유롭게 여행하지는 못하는 걸까?라고 얘기를 나눴다. 비가 오면 숙소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하며 책을 보는 여유, 모든 걸 하나하나 다 찍지 말고 마음속에 담아 놓는 버릇, 이런 게 필요한 건 아닐까 싶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의 일몰


▲가이드 아저씨. 우유니 소금사막이 너무 넓어 끝없이 달려야하므로 운전중에 책을 읽는다.  진귀한 모습



▲재밌는 포즈로 추억 남기기


▲이 사진촬영과 함께 내 카메라는 소금물로 풍덩!



     

                                                                         



  우유니 소금사막 다음 여행지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이었다. 우리는 잠시 여행을 쉬었다 가기로 했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여행 일정에 없는 곳으로 향했다. 칠레 이키케(Iquique)라는 도시로 말이다. 앞에는 바다, 뒤쪽에는 사막이 공존하는 도시 이키케는 여유로운 해변도시다. 해안가에서는 서핑을, 사막 언덕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아무 정보 없이 도착했지만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도시였다. 나와 동생 손에서 여행 계획 종이가 떠났다. 길거리에서 탱고 공연을 보고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으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웠다. 해변에서는 한참 동안이나 누워있으며 여유를 즐겼다. 딱히 무언가를 한일은 없지만 굉장히 머릿속에 남는 도시였다. 지금도 지나간 남미 여행 이야기를 할 때면 이키케라는 도시에 대한 얘기부터 한다. 그토록 가고싶었던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기대보다 못한 여행성과를 거뒀지만, 여행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다시 가면된다. 이렇게 나와 동생은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겪은 일 때문에, 아니 덕분에 여행하는 방법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키케 lquique

1883년 국제협정에 의해 페루령에서 칠레령이 된 해변도시 이키케, 1868년과 1875년 지진으로 시의 일부가 파괴되었다고 복원됐다고 한다. 칠레 이키케는 해안지방에서는 서핑을, 사막 언덕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해양 스포츠가 발달한 곳이다. 카반차Cavancha라는 해변은 칠레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변이고, 주변 사막에서는 미라 등을 수집하는 고고학자들과 박물관 등이 있다.

         




▲낯설지만 여유로운 도시 이키케에서 공연도 보고 요리도 해먹고, 여행 잠시 쉼







매거진의 이전글 남미에서 꼭 먹어봐야 할 한끼 식사 2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