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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 직접 키우는 식물

영국 런던 캠벌웰(Camberwell) 마이크의 집

by 율이

"욕실에 직접 키우고 있는 식물들이 있어요.

소중히 다뤄주세요.


아차, 그리고 씻고 나서 바닥에 고인 물을

밀대로 밀어서 없애주세요. 식물들을 위한 겁니다."




영국 런던여행을 앞두고 내 눈에 계속해서 아른거린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었다. 욕실에 초록초록한 식물 인테리어를 해놓은 집이다. 런던 시내와는 살짝 먼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에 작은 정원이 딸린 타운하우스.


보통 에어비앤비 숙소를 고를 때 거리를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역 앞과 버스정류장 가까운 곳은 제외다. 경험상 입지가 좋은 곳은 호스트 개인의 삶이 녹아든 집이 아니라, 보통의 숙박 그 자체였다. 항상 메인 관광지와 조금 거리가 있더라도 내가 묵어보고 싶은 숙소를 찾아 골랐다.



욕실뿐만 아니라 1층 테라스에 작은 정원
방과 거실에도 푸릇한 플렌테리어를 한 빅토리아 양식의 집이라니!



함께 런던여행에 나선 남편은 걱정이었다. 괜히 시내권과 먼 곳을 선택해서 위험하진 않을까? 여행하는데 이동이 불편하진 않을까? 당연히 자유여행이라면 안전과 위치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 한 번쯤은 꼭 '현지인의 집'도 궁금하고 경험해보고 싶다. 우리가 한번 살아보고 싶은 런던의 한 가정집을 가보고 싶었다.


에어비앤비 집주인 마이크는 여자친구와 우릴 반겼다. 집을 한 바퀴 쭉 둘러봤다. 넓지 않은 3층짜리 공간이지만 깔끔하고 심플했다. 보드게임과 자전거, 아이스하키, 책과 기타 그리고 티를 좋아하는 걸 한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바쁜 하루를 보낸 후 환영받는 휴양지 욕실
교통 체증이 거의 없는 조용한 나무가 늘어선 곳


내가 단독주택을 짓는다면 다양한 식물로 꾸미고 싶었는데 많은 영감을 얻게됐다. 마이크는 욕실 사용만 주의를 당부했다. 자신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욕실 식물이라고 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가장 안식처 같은 곳이 식물로 가득한 욕실이라고 했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안 돼 샤워를 하고 난 후 물을 꼭 닦아서 없애달라는 부탁이었다. 수많은 에어비앤비를 다니면서 처음 듣는 생소한(?) 부탁이었지만 기꺼이 물기를 하나도 없이 깨끗하게 닦아냈다.


나도 그만큼 여행 후 마이크의 집 욕실에서 환영받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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