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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un 08. 2021

나의 이야기(3)

어쨌거나 살아가야 한다

야 씨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아니 오늘은 또 우리 회사에서...
어어 그렇지 다음에 한번 술이나 하자.
어 코로나 끝나고 만나 그래 너도 힘내고.
야 조심히 들어가라.


그러니까 이건 작년 7월쯤 우리 대화였다.

코로나가 막 시작했을 때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이제 우리 큰일 났다고. 이젠 진짜 다음에 한번 보자, 밥이나 한번 먹자가 그냥 인사치레라고 (원래도 그랬을 테지만)

말했다.


근데 대략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로 5인 이하 모임, 지하철 마스크, 백신대란 등 걱정할 거리가 넘쳐난다. 그래 봤자 내 일상은 그래서 우리가 화상회의로 일을 할지 오프라인 미팅을 할지 커피숍을 갈지이겠지만.


잠깐의 휴식기 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한다. 다들 여행을 가라고 이때 아니면 못 즐긴다고 하지만, 해외여행이든 그냥 국내 비행기 타는 것도 두려운 나에겐 솔직히 너무 먼 일이다.


아 물론 자금 문제도 있지만. 그건 뭐 항상 문제니까 넘어가자.

한동안 우울에 잠식되었던 내 밤은 결국 아무도 모른 채 내 목을 타고 넘어가 저기 어디 구석에 처박혀있다. 결국 어쨌거나, 내 기분과는 별개로 시간은 흘러가니까.


다들 참 멋진 삶을 사는 것 같다. 어디 누구는 제주도에 갔더라. 어디 누구는 헬스를 다니면서 바디 프로필을 결국 찍었더라. 어디 누구는 이직했더라. 어디 누구는 대학원 갔더라. 그놈의 어디 누구는 뭐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치고 나간다.

와중에 나는 그냥 헤실거리면서 내 겉모습을 겨우겨우 잡아나가는데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운 것도 많아지지만 동시에 무뎌지는 게 너무 많다. 예전의 나라면, 좀 더 감정이 넘실대던 그 시절에 푹 빠졌을 텐데 이제는 그냥 당장 7시에 일어날 수나 있을지. 지하철에 앉을자리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하루다.


그러니까 어쨌거나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그 이유를 모를지라도. 그러다 보면 참 사소한 일들에서 힘을 얻을 테니.


후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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