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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랑 Jul 25. 2021

나의 이야기 (4)

내가 살아가는 사소한 이유들.

불안하다 불안해 아 진짜 그냥 다 너무 힘들어. 
야 뭐가 그렇게 문제야. 
그걸 모르는 게 문제지 뭐겠어. 왜 이렇게 예민하지 요즘. 
아니 그러니까 그 건강 좀 챙기라고. 홍삼 먹어 홍삼. 
야. 걍 죽고 싶다 진짜. 아. 
진짜 이 미친놈이. 그런 거 하루 이틀이냐, 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는 거지. 아니 진짜로. 다 괜찮을 거야. 


그러게. 너는 거기서 잘 지내고 있니. 

너는 네가 살아갈 이유들을 잘 찾고 있니. 아니면, 지금도 여전히 이 삶을 후회하고 있니. 


우리가 못 본 지도 벌써 몇 년이나 지났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더라면 조금은 더 다정하게 말을 해보려 했을 텐데. 누가 알았을까.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와닿지 않는 말은 없었을 텐데. 

그건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 텐데 말이야. 


오늘 유튜브에서 노래 랜덤 재생을 하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네 생각이 나더라. 

"당신과의 추억마저 없었다면, 난 그저 느리게 자살하는 삶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과연 네 추억은 누구였을까. 너한테 그런 사람이 있긴 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을 찾았어.

되게 예쁘고, 웃는 모습이 예쁘고, 당당하고, 빛나는 사람이야. 정말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서, 내가 감히. 

내가 감히 옆에 서있어도 되는 건가 할 정도로 멋진 사람이야. 모르겠어. 그 애 옆에 내가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일지. 나 말고 걔한테. 걘 오히려 내 그림자들과 더 밀접한 사람이니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물드는 건 아닌가. 내가 걔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 


예전에 말이야. 내가, 정말 복잡하고도 힘든 관계를 가시 달린 장미를 손에 꽉 쥐고 못 놓는 걸로 표현한 적이 있어. 기억하려나. 그땐, 내가 너무 힘들었고. 어렸고. 여렸던 것 같아. 그 당시에 내 친구들이 나에게 써준 편지를 보면 다들 불안정하다고, 보호받아야 할 것 같다, 좀 더 이기적으로 너부터 생각해라. 이런 말들을 되게 많이 들었어. 아마 그때 내 방식은 그런 거였던 것 같아. 나를 좀 더 태우면서, 그런 거지. 그냥 박혀 있는 가시 같은 거야. 도저히 뺄 수 있다고 생각도 못하고. 그냥 내 손에서 자라난 가시 많은 장미. 아, 그래. 내 피를 먹고 자라는 장미. 근데, 이젠 그건 도저히 못하겠더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달라서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아까 말한 사람의 영향인가 봐. 똑같이 엄청 얽히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더 해주고 싶은데, 그건 그 사람이 내 피를 먹고, 내 우울을 기반으로 자라는 게 아니라. 내가 어서 빨리 자라서, 그 사람의 쉼터가 되어주고 싶더라. 그냥 서로 같이 얽히고설키는 그런 나뭇가지들 말이야. 여름 같아. 여름 같은 사람이지. 


5년 전인가, 나랑 친한 선배가 쓴 글에서 되게 인상 깊은 문구가 있었어. 

네가 죽으려고 한 순간에, 널 살아가게 만들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게 그냥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그냥 보송한 이불 위에 딱 눕고 싶어서. 그냥 날이 좋아서, 하루 더 살아보고 싶었더라면. 그렇게 하루들을 모아서, 차곡히 쌓다 보면 그게 1주가 되고, 1달이 되고, 1년이 되고, 10년이 되지 않겠냐고. 거창한 해결책 없이, 그냥 그런 자잘한 이유들을 쌓다 보면 언젠가 행복해지지 않겠냐고. 

그러면서 한 말이, 자기는 사소한 것들에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너는 아니라서 네가 더 힘들었나 보다. 뭐가 그렇게 널 힘들게 했니. 

그러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뭐 그리 거창한 게 필요한가 싶어. 

그냥 떡볶이 하나 일수도 있고, 놀이공원에 가서 마음껏 돌아다닌 걸 수도 있고, 그냥 누워서 뒹굴거리는 거 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너한테도 말해주고 싶어서 쓴다. 

너는 요즘 어떻게 살고 있냐. 많이 힘들진 않냐, 만약 그렇다면. 그게 뭐든 간에 너를 잠시라도 웃게 해 준다면. 그걸 꼭 붙잡고 살아가자 우리. 그렇게라도 좀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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