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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논문의 처절함2

생전 처음해 보는 일들

by 한나보라빠

누군가 박사학위논문은

해당 주제에 대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식의 끝에 도달하는 일이라고 했다.

지식의 끝.png

(출처: copilot에서 직접 생성해준 이미지/작성일 2025.3.27, 이하 이미지 동일)


학위를 받은지 채 5년이 되지 않았지만

그 말에 동의할 수 있다.

나는 '학습민첩성'을 주제로 '陸軍'이라는 좁은 분야에 연구를 진행했고

학위논문 이후로도 관련주제로만 열편 남짓한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외 연구자분들의 논문을 계속 모니터링해가며 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과정이 나는 조금 더 어려웠던것 같다.

다른 박사들보다 아마, 생전 처음해 보는 일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1.

먼저, 학위논문청구를 하기 위해 학술논문 3편을 게재해야 했다.

학칙상으로는 한편만 게재하면 되었지만

연구자로서의 경력이 짧아 프로포절 전에 심사위원들을 납득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내 평생의 은인이신 지도교수님이

내가 구하고 요청할때 언제라도 답을 내어 주셨다.

게다가 연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병행해서 알려주셨는데,

교수님께서 1저자를 하시고 내가 교신저자를 하며 투고 및 심사평에 대한 보완 등을

할 기회를 주신 것이다.

만약 내가 석사과정때부터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연구활동을 해 왔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했던 탓에 학회가입부터 가입비/투고비/게재비 등 비용처리, 논문작성방법,

투고계획서와 기타 모든것을 처음 해 보았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일들이지만,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는 것처럼 많이 넘어져서 다시 도전할 마음이 생기기 어려웠다.

하지만, 해야만하기때문에 할 수 있었다.

Designer.jpeg


2.

통계를 공부하며 해야했다.

학술논문에 포함된 SPSS와 AMOS는 지도교수님이 도와주신 것으로

다중 회귀분석과 매개효과가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난 그마저도 할 수 없었고,

박사논문은 조절효과에 변수도 10개가 넘었고,

교수님은 시간이 없으셨다.

나는 선택해야 했다.

몇십만원을 주고 업체에 통계를 맡길 것인지

내가 직접 배워 한달 밤을 더 새울 것인지.

교수님께서는 시간이 없으니 업체에 맡길 것을 권하였지만,

나는 평생 논문을 써야 하므로 밤을 좀 더 새우기로 했다.

밤새 논문 이미지.png

결국 그때의 결심 덕분에 한달 정도 밤을 더 새우고

현재는 직접 통계분석을 '꽤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도교수님은 주먹만큼 두꺼운 책 3권을 권하시며, 연구실에 나와 배우고 실습하도록 배려해주셨다.

(현재는 더 쉽고 간편한 책을 찾아 참고하고 있다. 혹시 궁금하거나 필요하다면 쪽지~)

휴가를 내고, 일주일을 연구실에 나와 통계분석을 공부하며 논문을 썼다.

통계를 직접 한 것도, 배운것도, 교수연구실에서 논문을 써 본 것도 처음이었다.


3.

하긴 대부분이 처음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박사학위이니까

박사학위 논문도 처음이고

관련된 모든 것이 처음일 수 밖에 없었다.

첫사랑처럼 그리도 낯설고 힘든 것 투성이었다.

Designer (2).jpeg


4.

감사하게도,

1년이 조금 더 넘은 시간을 버텨내고 나니

학위논문이 승인되고 제본할 수 있었다.

마지막 밤새는 날, 아마 2020년 12월 중순으로 기억한다.

먼동이 터오는 것을 보며 '감사의 글'을 썼다.

박사과정내내 나를 위로해 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https://www.youtube.com/watch?v=kdFH0iSBU9I

몸은 너무나 고단했지만 정신은 청명했다.


"먼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언제든지 지식을 구하면 대가(代價) 없이

주셨던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성경 말씀과 찬양에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넓은 곳을 볼 수 있도록 거인의 높은 어깨를 만들어준 교수님들과

선배 연구자님들께 감사합니다. 누구보다 세심하게 애정과 관심으로

제가 갈 길을 인도해주신 000 지도교수님과, 연구자의 마음가짐을

일러주신 000 학과장님, 깊은 통찰력으로 논문 외 사항까지 화두를

던져주신 000 교수님, 저를 교육학에 입문시켜 주신 인연으로

세밀하게 피드백 주신 000 교수님, 통계 등 기본의 중요함을

알려주신 곽대훈 교수님, 그리고 작은 인연으로 시작해서

앞으로의 비전을 꿈꾸게 해 주신 000 교수님.

모두 저의 소중한 은사님들이십니다.


직장에서 배려해주신 학교장님과 부장님, 처장님과 과장님,

많은 영감을 주었던 000,000 교관님 등 동료들과 제자들,

발전적인 의견을 제시해 준 000, 000, 000 등 육군 장병분들,

그리고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을 양보하여 연구할 시간을 마련해 준

사랑하는 우리 가족, 특히 00, 00에게 감사합니다.


논문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온통 빚을 진 느낌일 것이라던

지도교수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졸고(拙稿)를 읽어주시는 당신께도 감사드립니다."

https://www.riss.kr/link?id=T15794825


5.

그리고...

하지만 가장 처절했던 건,

아마 내가 의도했던 것을 쓴 것이 아니라

프로포절과 지도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가면서

내가 썼지만 낯선 나의 논문을 완성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아래 만화를 처음 읽었을때

며칠을 깔깔대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논문의 완성과정.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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