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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옹 Feb 02. 2023

성인 ADHD 약물치료의 효과

콘서타 복용 후기 1

약물치료를 막 시작하고 현재까지 매 주 진료 일정을 잡습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제안하셨고, 매 주 약물 치료의 효과와 여러 감정들을 상담하며 조금씩 약물을 조정하고 있어요. 사실 저의 맹점은 현재 제 문제가 성인 ADHD가 아닌 우울증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아마 일상과 직장에서의 작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도 우울증이 악화되어 나타나는 증상인 것 같아요. 


제 생에서 큰 꼭지점 몇가지를 우울증과 연결해본다면..

어머니께서 암으로 아파하시다가 돌아가신 것과, 성인이 될 때까지 기억 저편으로 봉인했던 어린시절의 가정폭력에 대해 인지하고 나서 그로 인한 아버지와의 관계 단절, 그리고 관계 단절 상태에서의 아버지의 사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와의 관계 단절 전, 결혼을 했고 시부모님과 관계가 단절된 상태이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부상담에서 저의 개인 심리상담, 그리고 정신과를 찾아 중증 우울증과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간단하게 정리만 해도 삶이 버겁게 느껴지네요. 


이 여정을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겠지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더이상 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늘을 사는 하루 하루가 의미 없고 허무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치료 이전의 삶과 비교하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인 ADHD 약물치료에는 여러 약이 있어요. 저는 콘서타를 먹고, 효과는 좋은 것 같습니다. 

치료 후 개선된 점들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우울증 관련 약과 수면에 도움을 주는 약들도 함께 처방받았기 때문에 여러 작용에 의해 전반적으로 기전이 좋아졌다가 안좋아지는 반복은 있습니다. 감정 기복이란 누구나 있는 것이기도 하죠. 


다시 돌아와서, 가장 좋아진 점들에 대하여 이야기 해볼게요. 


1. 머릿속이 늘 엉망인 상태로 꽉 막혀있고, 매일 두통약을 먹었는데(중학교 때부터) 지금은 두통이 가끔 찾아오지만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2. 하루를 시간으로 쪼개어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없었고 해야 할 일은 늘 마감을 지키지 못하였는데 지금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3. 계획을 세우고 실천을 해 본 기억이 없어요 정말로..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작은 습관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4. 정리정돈을 하지 못하고, 사용설명서를 이해하기 어려워 늘 주변이 엉망이었습니다. 지금은 과할 정도로 청소를 하고 조립을 해대는데 이 건 감정적 회피의 일환으로 과몰입 하고 있어 적당히 하는 방향으로 고치려 하고 있어요. 


5. 늘 다치고 상처 투성이었던 신체를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걸려 넘어지고, 베이고 멍드는 일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6. 사람들과 대화하는 도중 안드로메다로 가거나 나눈 대화를 잘 잊곤 했는데 경청하고 대화를 기억하는 힘이 늘었습니다. 


더 생각나면 계속 추가해볼 생각입니다. 



ADHD 약은 히어로가 되게해주는 약물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효능이 있는것도 아니고요. 

저는 평소에도 의욕적이고 에너제틱하며 긍정적인 편이었어서 실제보다 더 그렇게 느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픈 사실은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며, 평생 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약을 먹고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 전반의 습관, 가치관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약에 의존하지 않고 인지행동치료의 개념으로 스스로 몇가지 규칙들을 만들어보고 있어요. 

약을 먹지 않아도 조금은 더 나아져 있기 위해 이제 막 걸음마 뗀 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사물이나 사람, 제 스스로를 다시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해볼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intro] 나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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