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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이 Oct 03. 2022

월말 결산 (2)

비판의 목소리 (2) 

문제는 무관심이 아니라 비평이다. 비평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내가 궁금하다.      


글쓰기를 한동안 방치했다. 지금이야 반응 따위 개의치 않고 열심히 쓰는 듯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별로다 싶을 때가 있었다. 


“여기가...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가 꽉 막혀서 쓸 수가 없어.” 


이렇게 몇 번이나 말했다. 이상하게 변비처럼 뭐가 나를 꽉 가로막은 듯했다. 한 글자도 써지지가 않았다. 이걸 뚫어버릴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올해 봄쯤 에세이 수업을 참여했다.     


주로 처절한 글들을 냈다. 누군가에게 말한 적 없는 글, 써본 적 없는 글. 때론 너무 솔직해서 비린 글. 열정적이고 다정한 작가님은 내 글에 따뜻한 공감이 담긴 피드백과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해 주셨다.      


그런데 내가 거기다가 답장을 뭐라고 썼는지 아는가. 


“저는 위로 말고 충고가 필요합니다.” 

미친. 


작가님도 아주 이런 처치 곤란한 수강생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글은 엉망이고 독서모임에도 얼굴도 안 비쳐 캐릭터 파악도 안 되는데 쓴소리는 해달라니. 그래도 내 진심을 알아본 작가님은 작가이자 편집자로서 뼈 때리는 피드백을 다정하게 해 주셨다.     






 

어느 정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믿었는데, 근거 있는 말들 덕분에 나는 한동안 쓰기에 대한 전의를 더욱 상실했다. 


‘난 못 쓰는구나. 못 써. 그래, 그게 팩트야!!!’ 


잘못된 점을 알았는데 내 능력이 그걸 해소할 능력에 닿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 포기하면 쉬운데 그게 안 될 때는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돌아보니 칭찬이 글쓰기의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건 맞는 말이다. 작가님의 피드백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더라도 추후에 돌아보면 다 맞는 말인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쓴다는 건 사실 두려움이 없어서다. 글을 브런치에 업로드해서 불특정 다수가 읽게 노출되기만 해도 별의별 이상한 말들과 악플을 발견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일들에 익숙해지면서 나의 글이 불특정 다수가 읽어도 별 문제없는 글인지 스스로 점검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제재가 걸려서 쓰지 못하게 되는 마음의 병이 생기기도 한다. 그걸 극복하고 나면 다시 더 객관적인 글을 쓸 수 있기도 하다.      


아마도 우리는 마음먹으면 헤밍웨이의 글도 깔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까이고 까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단단하게 만들어나가는 것 같다. 


그 과정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작가가 되는 것도 같다. 누구나 제법 보편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이 되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비평과 칭찬 사이에서 나는 오늘 에세이 선생님이셨던 작가님을 떠올렸다. 사실 요즘 내 글을 뜯어고치다 보니 작가님이 자주 생각났다. 너무 죄송했다. 그때 그런 부탁을 드려서 몹시 힘드셨을 것이다. 


잡초가 무수히 우거져 있는 정원에서 진짜 풀을 한 땀 한 땀 가려내야 하는 것만큼의 정신노동이셨을 것이다. 재미없다고 던져버릴 수 있는 글을 에세이 수업이라는 이유로 붙잡고 말이다. 체르니 배우면서 조성진의 레슨을 바란 셈이다.      


덕분에 나는 배운 것들이 많다. 멋진 작가들의 멋진 책을 많이 알게 되었다. 문장 수집가이기도 한 작가님은 주제에 맞게 흔하지 않은 책을 척척 큐레이션을 하실 수 있는 분이다. 나 혼자라면 고르지 않았을 책들을 에세이 수업 덕분에 읽은 게 종종 있었다.      


또한 내가 얼마나 비평에 취약한지도 알게 되었다. 다만 앞서 적은 것처럼 소신껏 나는 쓰는 일을 다할 뿐이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으니까. 






만약 구리다는 평을 받는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구린지 따져보기 시작한다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이 년 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년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되어 나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꾸준히 쓰는 한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 지속 가능하게 쓰는 사람은 되어보려 한다. 



쓰다가 기어코 점점 나아지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건 내게 정말 자신 있는 일이다.              




오랜만입니다. 지난주 제가 글을 업데이트를 못해서 이번주 두 개 올립니다. 
물론 글이 길이서이기도 해요. 

오늘은 비평에 대해서 드는 생각들에 대해 써 봤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누군가의 비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우리 모두가 완벽한 인간은 아니니깐. 
하지만 비평 또는 악플을 받으시더라도 쓰는 사람을 선택하실 거죠? 
이 글을 읽으시는 브런치 작가님들 모두 그럴 거라 생각 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tae.i22 ---  박태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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