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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Dec 24. 2023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담을 것인가.

나를 지키고, 내 사람을 지키기 위해.

넌 모르겠지만말야,
어쩌고저쩌고블라블라블라...




무려 한달 반을 매일같이 밤잠 쪼개가며 없는 체력, 내 최대치의 열정을 끌어올리며 달려온 시간들. 남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내 삶이 허무해지는 순간이었다.


길을 지나가다 소나기, 아니 마른 하늘에 떨어진 우박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번 후두둑 맞은 기분이었다. 이런걸 봉변(逢變)이라고해야할까. 근 일주일을 밤에 잠자려고 누우면 생각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떠오르고, 잠결에도 그 문장들이 떠올라 잠을 설쳤다.


살다보면 별별 일이 다 있고, 내 삶을 지키기 위해 이쯤이야 담대하게 넘겨야한다는 것쯤은 잘 안다. 세상과 적당히 어울려 살 줄 아는 적당한 나이가 되어보니, 적당한 상처쯤은 적당히 자가 치유할 수 있는 면역력쯤은 내면에 이미 장착하고는 있다.


그럼에도 외부의 상처로부터 내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꼭 하는 일이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마음 속 흙탕물을 고요히 가라앉힌 후, 가만히 아직 부유물이 떠다니는 상처받은 내 내면을 들여다봐준다. 상처의 본질만을 제대로 파악하는 과정인 셈이다.


괜찮니?맘고생하는거 티 안내는 어른으로 살아내느라 너도 참 고생이 많다.


복잡한 세상만사.

혼자 사는 인생이 아니기에 때로는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기도해야하고, 타인과 조화도 맞춰야하며, 타인을 타인으로부터 지켜주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자칫 '내'마음이 지나치게 다치지 않도록 마음을 코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적당한 버림이 필요하고, 담아야할 것만 담는 취사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온다.


현명한 어른으로서의 '나다운 삶'을 위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담아야할까?


1.타인의 말을 버린다-불필요한 말을 옮기지 않는다.

나에게는 인간 관계에 있어 제일 중요한 신념이자 원칙이다. 말이 전달되는 순간, 오해와 갈등이 증폭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내 귀로 들은 이야기를 필터 없이 함부로 내 입으로 내뱉지 않는다. 때로 누군가가 당신에게 말을 옮겨주길 원하거든, 단호히 거절하는 것만으로도 당신과 타인 모두를 지킬 수 있다. 옮겨서 좋은 경우는 하나도 없더라.



2.타인의 감정을 버린다-텍스트의 일부만 수용한다.

나에게 전해진 타인의 문장과 감정 중 텍스트로서의 팩트만 남기고 타인의 감정은 내 안에 담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감정에까지 이입하고 자신 안에 담으려하다보니 필요 이상으로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부정적 감정까지 내 안에 담기에는 바쁘고 힘든 세상이다. 업무상, 관계상 필요한 텍스트만 남기고 나머지 불필요한 감정들은 의식적으로라도 분리배출하자. 내 마음이 가벼워야 사건의 본질만을 볼 수 있다.



3.지켜낼 수 있는 이들이라고 판단이 되면 그것만큼은 꼭 내 그릇에 담는다.

내 그릇이 태평양이 아님을 인정하면 오히려 무엇을 내 안에 담아야할지가 명확해진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는 없다. 때로 나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확신이 선다면 아쉽지만 안녕. 모든 것들을 내 그릇안에 담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남들에게도 그렇듯 각자 모두에게는 자기가 지켜야하고, 지켜주고 싶은 것들, 지켜내야만하는 존재들이 있다. 각자가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서로의 소중한 대상들을 해치려하지만 않아도 지속적인 상호 동반 관계가 될 수 있다.


만약 상대가 그 선을 넘는다면?살포시 내 그릇에서 덜어내자. 



4.멀리 보고 크게 담는다.

현명한 어른이고싶다. 여전히 어른으로 진화하려고 인생을 배우는 중이다. 인생을 다는 모르지만, 이제는 조금은 보인다. 그래서 속좁게 근시안적으로 세상을 보지는 않는다. 조금 더 멀리 보고, 크게 담기 위해 늘 나를 먼저 돌아본다.


인생을 다듬어가는 과정에 늘 주위를 둘러보며

그저 웃고, 그저 침묵하며

따듯하게. 때로는 단단하게. 때로는 모르는척.

묵묵히 내 갈 길을 간다.


아닌건 아닌거고

맞는건 맞는거다.


나를 지키고, 내 사람을 지키면 그것으로 족하다.

오늘 하루, 충분히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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