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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우울에서 발견한 선율

 너도 '본 투 비 블루'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길어진 해가 이제 낯설지 않은, 길었던 연휴가 끝난 후의 토요일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모였습니다. 며칠 내내 만연했던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는 듯, 세찬 빗소리와 잘 어루러진 아름다운 트럼펫 선율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본 투 비 블루' 그 날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 합니다.

Track 01. My Funny Valentine

-쳇 베이커와 그를 사랑한 제인


"자신을 변함없이 믿어주는 제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기대를 저버리는 쳇 베이커의 모습을 보고, 역시 예술가의 배우자로 사는 건 힘든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제가 제인이었다면 못 견뎠을 거예요."


"저는 쳇 베이커가 제인의 존재만으로 새 삶을 산다는 모습이 꽤 감동적이었어요. 단지 곁에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내 남자친구가 저러면 참 연애할 맛 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여주인공인 제인에게 계속 감정이 이입되더라고요. 연기자로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곁에 있는 불안정한 상태의 남자친구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재즈 영화를 좋아해서 챙겨보는 편인데, 몇 번이고 다시 생각나는 작품이 '본 투 비 블루'예요. 트럼펫 연주들도 정말 아름답지만 쳇 베이커의 고뇌나, 제인이 주는 끝없는 사랑 등 끝나고도 여운을 남기는 영화라 좋아하는 편이에요."


Track 02.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 오직 자신만이...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나는 음악은 이 음악이에요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제인에게 구애를 할 때 불렀던 노래와 헤어졌을때 불렀던 노래가 같은 것처럼. 신기하게도 쳇 베이커는 마약에 찌들었던 이전의 모습과 같이 돌아왔어요. 결국 자신을 위해 제인을 배신했한거죠."


"과연 그는 그녀를 사랑했을까요? 마약이 없으면 연주를 하지 못했던 것처럼, 제인이 없으면 연주를 하지 못한 그는, 제인이 자신의 오디션을 위해 함께 갈 수 없자 유리창을 깨잖아요. 어쩌면 그에게 제인은 사랑하고 배려애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을까해요. 제인의 앞에서 사랑에 빠진적 없다며 얼굴을 긁는 그의 노래 가사처럼 말이죠."


"천재는 왜 꼭 자신밖에 모르는 어린 아이같을까요? 장인어른 말에 시원하게 욕을 내뱉고 잔뜩 화가나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아이같은 그를 '제인'이 안아주고 입을 맞추는 장면이 언제나 기억에 남아요."


"어디선가 트럼펫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트럼펫은 C#과 D 음정이 완전하지 않은, 불완전한 악기라고 해요. 이 음을 조율해주는 것이 벨브링이고, 그 벨브링은 네번째 손가락에 낀다고해요. 제인에게 이런 벨브링으로 프로포즈를 한 쳇 베이커가 꼭 트럼펫 그 자체라고 여겨졌어요. 정말 음악같은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Track 03. Born to be Blue

-쳇 베이커의 삶, 연주 그리고 마약


"제가 쳇이었다면, 최고의 연주를 위해 주저 없이 마약에 손을 댔을 것 같아요. 지금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이를 놓칠 수 없으니까. 마약을 했을 때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저라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네."


"한 차례 약물중독으로 감옥도 다녀오고, 삶의 모든 걸 잃었던 사람이 다시 쉽게 마약에 손을 댈 수 있을까요? 저라면 이런 과거의 고통들이 떠올라서 두 번 다시 마약은 하지 못할 것 같아요. 꼭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지 않더라도 곁에 제인이 있고, 주변에 믿어주는 사람들이 생겼으니까요. 이걸 송두리째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예술의 공공성(?)을 위해 쳇 베이커는 마약을 해야만 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천재 뮤지션이, 두 번 다시없을지도 모르는 무대에 서면서 역사에 남을 연주를 선보이고 싶지 않았을까요? 어쨌든 우리는 쳇 베이커가 최고의 연주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그를 기억하고, 이렇게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니까요."


"최고의 뮤지션으로 남는 것이 예술의 큰 흐름에는 기여를 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쳇 베이커 본인의 삶을 잃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선택을 하건 당사자 본인의 마음이지만, 저라면 제 삶을 잃지 않는 선에서만 연주를 할 거예요."







아름다운 트럼펫 선율과 함께한 너비조아의 51번째 상영회, '본 투 비 블루'. 천재 뮤지션 쳇 베이커의 삶의 한 조각을 함께 엿볼 수 있었습니다. 1시간 30분 남짓 함께 한 그의 삶 속엔 음악뿐만 아니라 그의 사랑과 고뇌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에게도 자신의 삶은 행복했을까요? 



상영회를 함께 만들어주신 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 아름다운 공간을 제공해주신 '호텔 수선화',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들로 상영회를 채워주신 관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너비조아 리뷰는 상영회를 찾아주신 관객분들과 함께 작성되었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너도 비포 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너비조아)'는 매력적인 낯선 사람들과, 영화에 맞는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페이스북에 '너도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를 검색해주세요.

너도 비포 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 https://www.facebook.com/same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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