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500일의 썸머’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짧은 봄도 저만치 지나가버리고, 어느새 다가온 더운 계절. 좋든 싫든 또 한번 보내게 될 여름의 초입에서 ‘500일의 썸머’를 함께 보았습니다. 보는 순간마다 매번 그 감상을 달리 하는 영화를보고 사랑과 사람, 나아가 자존감에 대한 부분도 나누게 되었는데요,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주셨으면 하는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이 영화는 러브스토리가아니다. 이건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다.
“저는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한 영화 이상으로 모든 관계에 대한 영화라고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열 번 넘게 봤는데, 저의 관계에대한 고민에 빠지거나 관계가 얽혔을 때마다 꼭 한번씩 보게 되더라구요.”
“저는 지금 스물 셋인데, 이영화를 처음 본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그 때는 썸머의 입장에만 이입했어요. 관계에서 더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여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크면 클수록 굽히는 법을 배워가면서, 관계는 사람 대 사람이 만들어가는 거란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톰에게도 썸머에게도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 마지막에변한 썸머의 터닝포인트도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해요.“
“저는 변화 없이 살아왔어요. 5년동안 안경도, 머리스타일도 그대로일 정도로 새로운 시도를 안 해왔어요.이렇게 가만히 템포를 유지하고 있으면 운명적인 사람이 나타날 거라고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어느 순간 이렇게 쭉 살다 보면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의식적으로 변화시켜야겠다는다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어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톰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갔어요. 자기 삶을 더욱 적극적으로 대하는 모습에 저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썸머를, 그리고 톰을 이해해보기
“ 이 영화는 온전히 톰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영화잖아요. 그런데 만약 이 영화가 썸머의 시선에서 쓰여졌다면 지극히 평범한 러브 스토리였을 것 같아요. 톰은 그저 썸머가 나열했던 무수한 엑스 중 하나로 더 추가될 뿐, 결국썸머가 진정한 짝을 찾고 행복하게 끝이 나지 않을까요.”
“ 표면적으로는 썸머가 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단순히 갑과 을로 이분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를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기 이전에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게 되기 마련인데, 톰은 마지막까지자기 감정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잖아요. 링고스타에 대해 의견을 묵살한 장면도 그랬고, 마지막에 썸머의 홈파티에서도 톰이 썸머를 위해 가져온 선물은 그의 관심사인 ‘행복의건축’이었던 것처럼. 썸머는 이미 사랑에 대해 방어기제를쌓은 사람이었는데, 톰의 자기중심적인 표현 방식에서 오히려 온전히 마음을 열지 못했을 것 같아요.”
“ 그래서 썸머가 다음 남자와 결혼을 결심했던 거 아닐까요? 톰은 단 한번도 썸머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먼저다가가서 무슨 책을 읽냐고 물어봤잖아요. 그 순간 자신을 충족시켜줄 관계를 찾았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썸머가 굉장히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톰만큼은 썸머의 지난 무수한 남자들과는 달랐다 생각해요. 썸머의 사랑방식이 톰의 사랑방식과 달랐을 뿐이지. 썸머는 현실에충실했기 때문에 순간순간에 마음을 표출했다면, 톰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현재가 있다고 보고 관계를 쌓아가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썸머를 이해하지 못했던 거에요.”
“영화를 몇 번 보다 보니 썸머가 거짓말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결코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운명적 사랑을 믿고 무한한사랑을 받고 싶으면서도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관계에서 한걸음 물러서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사랑에 대한자신의 갈망을 드러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상처가 두려워서 아닌 척 방어기제를 만들어 냈던 거라 생각했어요.”
사랑은 쉬운 언어가아니다
“‘사랑’이라는 하나의단어로 묶여서 사람들은 모든 사랑이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방식의 사랑을 마주하면 사랑하지 않는다고말하잖아요.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톰은 썸머를 사랑하는데 썸머는 사랑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구요. 그저 그 둘의 사랑이 달랐을 뿐인데 말이죠. 썸머도 톰을 사랑했다고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저는 상담을 통해서 성장 배경 때문에 저에게는 사랑이 투쟁과 쟁취를 통해 얻어지는 것으로 정의되었다는 사실을알게 되었는데요.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일상’에서도 두 남녀 간 차이의 원인을 그 둘의 뿌리부터 끄집어내서 설명하잖아요. 이런 걸 보면 사랑의 정의는 개개인마다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차이를 좁혀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고 느꼈어요.”
“사랑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지인이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로 같은 온도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따뜻한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감정에 같이 공감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그런온도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게 중요한 거라고 하면서요. 그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톰과 썸머는온도 차이가 맞지 않는 사이였던 거죠.”
어쩌면, 사랑의 중심에는 자존감이 있는게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면서 자존감이 있어야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톰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결여된 자존감을 미래지향적인 사랑을 통해 상쇄시키려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러면서도 자의식은 과잉되어 있어서 썸머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는 거에서 좌절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일차원적으로는 새드엔딩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 영화가 해피엔딩이라생각해요. 썸머도 결국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고, 톰 역시자신의 삶을 주도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어텀을 만나잖아요. 각각의 해피엔딩을 찾은거죠.”
“혹자는 상대방이 주는 사랑을 통해서 자존감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해요. 하지만 그건 나를 사랑할 수 있게끔 하는 발판이자 도움일 뿐, 결국나 자신을 사랑하는 건 결국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더라구요. 온전히 ‘나’를 사랑해야지만 그 위로 연인이나 친구 등 새로운 인간관계를 건강하게유지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은 썸머를 ‘나쁜X’이라고 말하고 두번째 이 영화를 본 사람은 톰도 잘못이 있으며 썸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혹여 세번째, 네번째 다시 영화를 본다면 각자가 사랑하는방법과 그 온도, 태도와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톰이었고, 누군가에게썸머였다.’는 감상을 넘어 나와 내 주변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길지 않은 시간에도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주신 관객분들께 감사 드리며, 그너머의 이야기는 보는 이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혹시나 사랑의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 혹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신분들은 한번쯤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건네고 싶네요.
“힘내요, 분명 여름이지나면 가을이 올 테니까요.”
※ 너비조아 리뷰는 상영회를 찾아주신 관객분들과 함께 작성되었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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