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싱글맨'을 좋아했으면 좋겠어
어느 덧 길었던 이번주도 주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월요일 저녁, 우리는 다시 시작된 일상에 교차하는 감정을 안고 합정에 모였습니다. 따스한봄 햇살이 들어간 저녁의 봄바람은 제법 쌀쌀했는데요. 영화 ‘싱글맨’과 함께한 밤공기 같은 이야기들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영화가 참 톰 포드스러웠어요. 말끔하게정돈된 느낌. 처녀작이다보니 채도 변화를 너무 극명하게 주어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역시 톰 포드는 톰 포드인 것 같아요.”
“갑자기 채도가 선명해지는 순간은 조지가 삶의 의지를 느끼는 순간을색감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채도의 변화가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무력감을 느끼는 조지에게 생명의 아름다움이 강하게 다가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세상이 참 너무한 것 같아요. 조지가그렇게 죽고 싶어할 때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자가 찾아오고, 세상이그렇게 죽지 못하게 붙잡더니. 살고 싶다는 마음이 찾아오니 이렇게 예고 없이 죽을 수가 있나요..”
“사실 조지는 죽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죽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죽을 용기가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정말 죽고 싶었다면전화벨이 울리건 말건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조지는 세상이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랐던거에요.”
“꿈을 향해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달려왔다 생각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삶의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는 요즘인지라 무채색에 가까운 조지의 심정에 마음이 쓰였어요.”
“특별한 사건은 없었는데 요즘 너무 우울했어요. 세상이 작정이라도 한 듯 제 일상에 태클을 걸더라구요. 너비조아에서기분전환을 하려고 왔는데, 웬걸 오늘은 저처럼 우울한 사람들만 모여있네요. (웃음)”
“지친 사람들끼리 모여서인지 조지의 절망감에 더 깊이 이입하고, 또 우리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공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에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최근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힘들어서 일주일에 다섯번 영화를 보러갔어요. 그런데 그럴 수있는 지갑과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거에 되게 감사하고 행복하더라구요. 정말 사소한 일인데 그게 저를 지탱해줬어요.”
“조지가 삶의 의지를 느꼈던게 정말 사소한 순간 순간들이었잖아요. 저도 요즘 너무 힘든데 사소한 아름다움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어요. 카페에서과제하다 보게 되는 작은 화분의 반짝임이라던지. 뭐 그런 작은 것들이요.”
“맞아요. 케니에 대한조지의 끌림도 같은 이유였을 거에요. 결코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조지에게는 결여된 젊음과 반짝이는생기. 거기에서 오는 경외감이 조지에게 다시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져준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봄의 한가운데에 와있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싸늘해지는공기처럼. 가라앉은 우리의 마음도 쉬이 회복되지는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여전히 우리가 희망을 갖는 것은, 봄은 다가왔고 우리에겐 땀을 쏟을 수 있는 생의 뜨거움이 다가오고있다는 것이겠지요. 살아 있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작은 순간들이 우리를 따스한 봄 햇살로 데려다 주기를.
영화와 포스터를 제공해주신 배급사 '하준사', 오랜만에 뵈었는데도 봄처럼 맞이해주신 '글로리펍앤카페', 무엇보다도 상영회를 소중한 이야기들로 채워주신 관객분들이 있어 좋은 상영회가 될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너비조아 리뷰는 상영회를 찾아주신 관객분들과 함께 작성되었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너도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너비조아)'는 매력적인 낯선 사람들과, 영화에 맞는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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