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빛, 사랑에 관한 끝없는 기억

너도 '이터널선샤인'을 좋아했으면 좋겠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모인 곳은 어디든 영화관이 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 어디든 영화관이 된다.' 너도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이하 너비조아)는 이러한 마음으로 50번의 상영회를 함께해왔습니다. 이번 상영회는 '패스트파이브' 라는 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의 입주사원분들과 함께하였는데요. 본격적인 상영에 앞서 OST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소개하기도 하고, 그 이유에 대해 서로 이야기 해보기도 했답니다.


서초구에 위치한 모던하면서도 아늑한 공간 패스트파이브 서초점에서, 이름만 들어도 왠지 먹먹해지는 '이터널 선샤인'을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바쁜 일상은 잠시 내려두고, 편한 마음으로 함께 즐긴 우리들의 영화로운 화요일 밤. 함께 만나보실래요? :)



 

긴 여운이 남는, 두 사람의 이야기


 "영화 자체가 사실 그리 길지도 않은데, 너무 커다란 이야기를 보고 들어버린 느낌이에요. 이런 큰 여운을 준 영화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언제 한번 꼭 봐야지 했는데, 뭔가 마음이 먹먹해서 소화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그리고 저도 이제 이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이 될 것 같네요."


"같은 감독의 '무드인디고'가 사랑을 동화처럼 그려낸 영화였다면, '이터널 선샤인'은 철저하게 사랑의 민낯까지 현실적으로 담아낸 영화인 것 같아요. 그들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그들의 밑바닥까지, 그리고 이유 모를 추동에 의해 다시 만나게 되는 장면까지 우리가 모두 보게 되니까. 정말 몰입이 많이 됐어요."


"저는 이 영화를 참 좋아해서, 영어자막 스크립트를 보고 공책 가득 써본 적도 있어요.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나누는 대화들이 참 진솔하고 사실적이어서 정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두 사람 다 사람으로서 매력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어느 때 보면 오래 된 소꿉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도 내비치지 못하는 깊은 마음들을 함께 나누잖아요. 그 모습이 개인적으로 제가 맹목적일만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어서 더 애틋하게 바라본 것 같아요."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진행된 씨네토크



내가 만약 그들이었다면?


"영화속에서 클레멘타인이 먼저 조엘의 말에 상처를 입고, 일방적으로 기억을 지우잖아요. 조엘은 클레멘타인이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화가 나서 따라서 기억을 지우고요. 만약 제가 조엘이었다면, 그리고 아직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다면. 그냥 처음인 것 처럼 다시 클레멘타인에게 접근했을 것 같아요. 너무 전략적이고 계산적으로 보이나요? (웃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전여친들 생각이 났어요. 내용 전개가 시간이 뒤죽박죽이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 과거의 저를 반성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그래도 이 기억을 잊고 싶지는 않아요. 반복되겠죠. 기억을 지우면. 내 실수, 예를 들어 술 취해서 했던 일들이나 전여친들에게 했던 것들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기억을 하고 있어야 깔끔한 이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클레멘타인의 성격이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성격은 조금 과장되었을 뿐이지 제 모습과 다름 없다 생각했어요. 그녀에게서 제 모습을 계속 발견하면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한번에 기억을 지워버린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사랑했던 기억은 정말 나와 그 사람, 세상에 단 둘만 가진 기억이잖아요. 그게 아무리 나를 아프게 한다고 해도 아까워서 지울 수 있을까요? 많이 아프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운다고 생각하니 참 마음이 미어지네요. 그들도 그랬겠죠?"




지금 우리의 모습은?


"이 영화의 매력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에게서 관객들 각자 연애의 모습을 끌어내준다는 점에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매번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이 영화를 다시 봤는데, 그때마다 느껴지는게 참 다르더라구요. (웃음)"


"마지막 장면이 가장 찡했던 것 같아요. 다시 시작하면 넌 날 감당하지 못 할 테고, 나는 그런 너를 지겨워할거야. 라고 말하자 그래. 뭐 어때. 괜찮아. 라고 대답을 하는 장면이요. 끝을 아는 시작인데도, 우리는 결국 어긋날 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또 한 번 시키는대로 서로를 택하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비슷한데, 제가 만약 저런 상황이었다면 다시 서로를 만나게 될 그 시간이 '시간낭비'라고 생각이 될 것 같아서 선뜻 선택하지 못 할 것 같아요. 저도 그러고 싶진 않은데, 요즘은 계속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배제할 수가 없더라구요. 좀 씁쓸하네요."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도 우연히 만나서, 왠지 모르게 끌려서, 새로 인연을 만들어 갔고. 또 기억을 지우는 라쿠나회사에서 일하는 메리 역시 이미 좋아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지웠음에도, 그 사람에게 똑같이 사랑에 빠지잖아요. 어쩔 줄 몰라하면서. 그걸 보면서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거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나는 사랑에 빠질 때 어떤 모습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운명적으로 끌리는 사랑,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걸 기억과 망각이라는 것으로 풀어낸 것이 참 신선했고, 소소한 연출들과 대사가 참 좋아서 꼭 다시 한 번 보고싶네요."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는 날들. 봄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함께 만난 '이터널 선샤인'. 쓸쓸한 겨울냄새와 달큰한 봄향기를 닮은 영화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상영회를 함께 만들어주신 FASTFIVE 와 공동체 상영에 도움을 주신 '노바 미디어',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을 화요일 밤을 함께 만들어주신 관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너비조아' 상영회 리뷰는 상영회를 찾아주신 관객분들과 함께 작성되었습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주신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너도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너비조아)'는 매력적인 낯선 사람들과, 영화에 맞는 공간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페이스북에 '너도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를 검색해주세요.

너도 비포선라이즈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 https://www.facebook.com/samemovie/

작가의 이전글 그리움의 향연, 이 봄을 더욱 짙게 느끼게 할 영화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