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범균 Aug 19. 2015

처음엔 못 하겠다고 했으나

몇 주 전에 A업체에서 사업에 참여할 곳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 신청을 했다. RFP 내용을 들은 뒤 부서장님이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부끄럽지만 내 대답은 "못 해요"였다. 그 시점에 가진 우리 역량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었다. 자바와 MVC 프레임워크 자체를 잘 모르는 개발자가 스프링 프레임워크를 고치고 확장해서 맞춤 프레임워크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잘 모르는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 사업의 과제였다. 잘 모르는 기술을 확장하는 사업을, 그것도 내부 사업이 아닌 다른 업체의 사업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


사업 내용 자체는 매력적이었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그냥 보내기엔 아쉬운 사업이었다. 여러 차례 회의 끝에 마음을 바꿨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제안은 해 보기로 말이다. 자신감은 여전히 없었다. 그냥 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해서 제안이라도 해 보자는 마음뿐이었다.


본격적으로 관련 문서를 찾아보고, 코드를 분석하고, 반복해서 기능을 실행했다. 파이선 코드를 헤매고, 자바 코드지만 낯선 프레임워크 때문에 헤매고, 동작 방식을 알아내기 위해 헤매고,,,, 이런 지루한 시간을 보내면서 전반적인 구조에 대해 감을 잡아 나갔다.


조금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목표를 하나 잡았다. 그건 바로 요구하는 확장 기능의 일부를 구현한 결과를 제안 내용에 넣는 것이었다. 그간 긁어모은 지식을 이용해서 확장 기능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구현-테스트-실패의 과정을 얼마나 반복했을까? 확장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모를 완성했다. 제안서를 제출하기 2일전의 일이었다. 제안서에 확장 기능을 구현한 결과를 추가했다.


최종 제안서를 제출했고, 몇 일 뒤 제안 설명회를 했다. 경쟁사가 먼저 발표를 했고 우리 차례가 됐다. 제안 발표는 처음이라 긴장도 되었지만, 그렇다고 걱정을 하진 않았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간단한 회사 소개와 함께 제안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파악하고 준비한 것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해 안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해결책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받았고, 이에 대해 아는 만큼 답했다. 다 할 수 있다는 식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제안 설명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왔다. 결과는 다음 날 알려준다고 했다.


다음 날 오전. 결과 메일이 오기만 기다렸다. 오전 11시가 되기 전에 A업체 담당자로부터 메일이 왔다. 이 메일을 볼 때 어찌나 심장이 쫀득하던지. 두근 두근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개발사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이었다. 기쁜 소식을 관련자들에게 전파했다. 저녁에 축하 회식도 했다. 그 저녁이 바로 오늘 저녁이다.


실제 사업을 진행하면 힘든 일이 많겠지만, 지금은 이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 잘 해 내자!

작가의 이전글 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