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 놀부며느리 Jul 30. 2023

대학생 남자친구와 결혼했습니다

결혼은 처음

어릴때 부터 나는 어찌나 당찬 아이였는지, 엄마가 걱정하나 없이 키웠다고 했다. 

시켜서 뭔가를 하는게 없었고, 모두 다 알아서 하던 터라 그냥 낳기만 낳았지 다 알아서 커줘서 그게 제일 고맙다고 했다. 

그래서 였는지,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남편과 연애도 참 알아서 잘했다. 

그 와중에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공부는 더 열심히 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고, 성적도 걱정할 만큼의 결과는 아니었다. 

워낙 어릴때 부터 최선을 다해 살아냈기에 고등학교 시절까지도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부모님은 '공부좀 열심히해' 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모두가 나의 노력을 알아주었고, 남자친구가 생겼다는것을 알면서도 뭐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돌아보면 남편은 내 어린시절 안정적인 마음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남편은 삶에 대한 욕심히 별로 없었고, 노는 걸 좋아했다.

틈만 나면 어떻게 재밋게 놀것인지 생각하는 듯 했다.

공부를 한창 하다가 남편이 놀 궁리를 하면 나는 그게 좋았다. 

내가 혼자서는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여유를 남편이 항상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맞지 않는 어느 한 구석이 여전히 존재했다. 


원래 연애때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좋다. 

나 역시 그가 그저 좋아서 옆에 있어도 '보고싶다' 노래를 부르면서 울곤했다. 

지금생각해보면 어이가 없고, 순수했던 모습이고, 내가 정말 그랬을까 싶지만 정말 그랬다. 

옆에 있는데 보고싶은 마음이 뭔지 나는 그때 알았다. 


우리는 오랜 시간 연애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붙어 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애틋했다. 


내가 남편이 좋아 죽겠다고 결혼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안 생겨야 할 애가 먼저 생겨서 결혼을 결심한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에게 결혼은 지나가야할, 인생과업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그토록 옆에 두고 보고싶었던 남편과 결혼을 결심했다. 


우리 남편 대학교 4학년, 내 나이 스물다섯에 결혼을 했다. 


정말 소문이 무성했지만, 우리는 임신을 한것도 절절하게 사랑했던 것도 아니었다.

남들처럼 사랑했고, 남들처럼 평범했다. 

그런데, 결혼이라는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내 인생에서 시간이 더 지나봐야 뭐 특별한 남자가 있을까?,,,,, 그런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끽 소리 못하도록 지금 아니면 결혼이 어렵겠다고 남편에게 말했고 

남편은 갑작스럽게 유부남이 되었다. 

그것도 수입 0원인 대학교 4학년때 말이다. 


우리 부모님은 그를 너무 좋아했지만, 지금은 결혼이 아니지 않냐 몇번이고 물었고 

똥고집, 내 고집을 꺽지 못하고 결혼을 허락해주셨다. 


내게 남자의 월급과 

사회적 능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남편보다 내가 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스물다섯, 사회생활 1년만에 수익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 내고 

3천만원 부모님께 빌려 결혼이란걸 했다. 

그렇게 방한칸 얻어 결혼을 시작하면 되는 줄알고 

6월에 결혼을 결정하고 9월에 결혼을 했다. 

그렇게 12년이 지났고, 우리는 지지고 볶고 잘 살아내고 있다. 


그저 남들 사는 것 처럼

작가의 이전글 여자는 왜 돈도 벌고 애도 키워야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