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 놀부며느리 Apr 22. 2024

할머니, 우리 할머니 천국에서 만나요

할머니 고마웠어. 미안했어. 사랑해

벌써 할머니가 떠난지 한달. 

한달만에 이 일을 글로 남기니  내 마음도 조금 가벼워 졌을까?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을 보았다. 할머니의 손을 잡았고, 얼굴을 마주했고, 눈을 마주쳤다.


할머니는 스스로 눈을 뜰 수 없었지만 

억지로나마 나와 눈을 마주칠 수 있었고, 그렇게 눈물이 흘렀다

할머니 수고했다고, 괜찮다고, 고마웠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냥 할머니 돌아가시는걸 알고 하는말인것 같아서

할머니 손을 붙잡고, 얼굴을 쓰다듬어주며


'우리 할머니 왜이렇게 이뻐?. 메이크업해줘야겠네'

하며 우스게 소리만 몇번 던지고 병실을 나왔을 뿐이다. 

30분 정도 허락된 우리의 시간이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날 새벽 할머니는 천국으로 갔다.

울어볼 틈도 없이 그렇게 할머니는 이쁘게 가셨다.


장례식장이 정말 이런걸까.

할아버지 돌아가실때는 그냥 할아버지라서 슬펐다.

나의 인생 거의 대부분의 가치관을 세워준 할아버지가 사라졌기에

나는 열아홉에 슬프기만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고모도 챙겨야겠고, 아빠도 엄마도 삼촌들도 챙겨야 할것 같은 마음이었다. 

울지말라고 껴안아 주기도 했고 

장례식장에서 투닥투닥 할 수 있는 형제끼리의 작은 다툼들도 

사랑으로 토닥여 줘야 하는것이 내 몫이었다. 


나는 엄마가 할머니를 평생 모시고 살았기에

어쩌면 할머니가 아파가 아프기 시작한 다음부터 

아빠 편하라고 먼저 빠르게 가신걸까?

그런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음과 동시에 

우리엄마의 편안함이 눈에 먼저 보였다. 


엄마는 충분히 슬펐고 힘들었지만 

나는 엄마의 심정을 잘은 모르지만

치매 노인을 모시고 살면서 형제들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듣지 못했다는건

충분히 서러워할만했던 일이었다. 

어쨋든 우리 엄마는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랑 많은 추억은 없지만

할머니와 나쁜 추억도 없다. 

할머니는 무뚝뚝하고 너무 돈돈 했던 부분들이 있었지만 

어른들마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아빠도, 나도 그래서 할머니를 닮았나보다


나는 할머니를 보내드리는 동안 많이 울지 않았다. 

좋은 곳에 가셨을것이고, 

좋은곳에서 만날꺼니까. 

우리할머니 사랑많이 받고 좋은곳에 가시기만을 원했다. 


그런데 이런생각이 든다. 

할머니의 인생은어떠했을까.

할아버지가 전쟁터에 갔다가 돌아오셨을때 첫째 부인이 돌아가셨고

그 시절할머니는 두번째 부인이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몇해동안 첫번째 할머니의 제사도 함께 지내셨던것으로 알고 있다

여자로서 할머니는 어떤 인생이셨을까. 

좋은걸 많이 보고 가셨을까?


우리 할머니 

오빠 자식 낳는 것만 보고 가도 소원이 없겠다 하셨는데 

그 즈음 , 아니 한참전에 치매가 오셨고

오빠를 알아보지도 못하셨다. 

그런데 손주며느리를 알고 갔다고 해야 할까. 

오빠의 딸을 알고 갔다 해야 할까?


한명의 인생을 이렇게 그려보면

돌아보면

너무 슬프고 허망하다.

한줌으로 바뀌는 그 모습이 너무 허무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 너무 고왔던 모습이 마지막이라

나는 기도 하고 기도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것을 계기로

어쩌면 형제가 하나되었고 우리가족은 모든 오해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가 이 모습을 원하셨던 거겠지?

한달이 지나 그날을 다시 그려보니 

할머니한테 너무 감사하다. 

우리 할머니, 내 목소리 듣고 잘 가셨을거야.



할머니, 어린시절

나를 이쁘게 키워 주면서 

토닥토닥 재워주던 할머니 

나는 지금도 할머니의 따뜻한 젖가슴을 잊지못해. 베개를 안고 자는 마흔 다 된 엄마야.

우리 할미, 이쁜모습만 기억할게. 이다음에 다시 만나.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아픈지 두 달 만에 요양병원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