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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백일의 썸머 Feb 11. 2020

2.[서안,西安]스토리텔링의 도시

50일 중국여행의 기록_서안


대륙의 객잔 e17

스토리텔링의 도시





중국의 역사는 잘 몰라도 아마도 손오공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우리세대에게 손오공은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한국 애니매이션으로 더 친숙한 주인공이고,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인 사오정, 저팔계, 삼장법사 등도 각자가 가진 개성이 잘 어울어져 영화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감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날아라 슈퍼보드'에 등장하는 인물과 이야기는 중국 명나라 장편소설 '서유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특히 삼장법사는 시안의 대안탑을 방문하면, 대안탑과 조금 떨어진 위치에 서 있는 동상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다름아닌 그 동상의 주인공 이름은 현장법사이다.


'서유기'의 삼장법사는 당나라의 실존인물이였던 현장법사를 모델로 가공된 인물이며, 중국 역사에서 현장법사는 중국에 불교 경전과 함께 중앙아시아와 인도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와서 전달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국역사 인물 중 한명이다. 현장법사가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돌아보고 그들의 사정을 기록한 '대당서역기'는 중앙아시아에 관한 가장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되고 있으며 그가 가지고 온 불교경전을 보관하기 위한 요량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시안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재인 대안탑이다.


시안에는 진시황과 양귀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한 인물인 삼장법사 역시 시안의 여러 스토리중 한 명의 인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


이전 발행된 매거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시안은 중국을 대표하는 역사도시이다. 우리가 천년의 고도 경주를 방문하는 이유와 같다고 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주 오래된 중국을 보고 싶다면 꼭 시안을 방문해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중국의 여러 왕조중에서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이 곳은, 중국의 다른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토리가 오래 시간동안 축적되어 있어서, 비교적 쉽게 스토링텔링을 할 수 있는 컨텐츠가 아주 많은 도시이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시안을 방문하면,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이 곳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큰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의 시선을 비교적 쉽게 끌기위한 도구일 수 있는데, 관광산업에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촉진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드는데 아주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시안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데,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이들의 유형, 무형의 자산은 현재의 시안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가공되어 풍부한 이야기거리들을 현재의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시안이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차별화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컨텐츠는 인간의 운동성, 이동성의 욕구가 만들어낸 실크로드, 그로 인한 여러 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오랜동안 중원의 중심역할을 했다는 것 등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안의 아름다운 서점 言几又



옌지요우 言几又라는 서점은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체인서점으로 각 지역마다 다른 컨셉으로 디자인되어 있지만 책과, 카페(커피와 차), 다양한 문화상품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컨셉은 동일하며, 시안에서도 이 서점은 여러군데에 있지만, 내가 방문했던 지점은 마이커점科店으로 시안에서 아름다운 서점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1층으로 들어서자마자 간접조명 등이 설치된 커다란 책장안에 꽂힌 무수히 많은 책들은 대략적으로 13만권이라고 하며,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였던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시안의 역사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다고 하니, 이 곳은 시안의 오래된 역사를 간접경험하게 될 공간으로 시안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려봄직한 곳이다.


이것이 바로 시안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발휘되는 지점이다. 오래된 이야기가 현대의 기술과 감성으로 재탄생되는 것,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과 갤러리를 컨셉으로 한 이곳은 한 권의 책을 사기위한 곳이 아니라, 책과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의 요소들을 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문화체험의 공간으로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으며, 아기자기한 컨셉의 문화상품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구입하는 책과 문화상품의 가치효용을 높게 만들어주고 있다.


동일한 상품이라도 어떻게 진열되어 있고, 어떤 곳에 진열되어 있는 가에 따라 구매자의 눈길을 머물게하고, 그래서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바로 이 서점이 그런 효과가 백분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18년 상하이에 일년동안 살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제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는 그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적 컨셉과 마주하며 알 수 있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더 이상 값싸고 질이 떨어지는 제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게 정말 중국제야?'라고 깜짝 놀라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제품들이 생각보다 많았으니까.


세계경제대국 2위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돈과 경제력, 그리고 더 이상 남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독창성과 창의성으로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의 이야기가 잘 어울리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바로, 옌지요우와 같은 서점이라고 생각된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뛰어난 감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중국 여행의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동안의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또한 중국의 서점과 우리나라의 서점을 비교할 때, 뚜렷하게 큰 다른 점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중국 서점의 책들은 모두 비닐포장이 되어있다는 것인데, 책 종류마다 한권씩만 비닐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샘플북이 있다는 것이다. 샘플북으로 책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고, 책을 구매할때는 비닐포장이 된 책을 구매하면 된다.


하지만 샘플북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답답해하지고 말고 서점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서점직원은 정말 샘플북이 없는지를 확인한 이후에 비닐포장이 된 새 책을 뜯어주며, 당신이 가졌던 책에 대한 호기심을 시원하게 풀어줄 것이다.


나도 이 곳 옌지요우 言几又에서 호기심이 생겼던 책을 보고싶었으나 샘플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서점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흔쾌히 비닐포장을 벗겨주었다.


도서관과 갤러리의 컨셉으로 디자인된 서점


이 곳은 책내용의 카테고리별로 섹션이 나뉘어져있다. 철학, 역사, 예술 등... 그 중 나의 눈길을 끄는 섹션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PHILOSOPHY 哲学 (철학)이였다.


철학과 관련하여 잘 아는 바 없는 문외한이지만, 항상 달콤하지만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나만의 철학이 있어야함은 알고 있다. 개똥같은 철학일지라도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중국으로의 배낭여행에서 만난 '철학'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묻고 있었다.


"너는 삶에 대한 어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여전히 그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스토리텔링의 도시, 그리고 빨강의 도시



대안탑을 둘러보고, 현장법사와 마주한 후, 현장법사가 바라보고 있는 앞길에 위치한 광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대안탑까지는 기존 중국의 사찰과는 제법 달랐던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현장법사의 동상을 기점으로 해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너무나도 화려한 분위기때문에 눈길이 안갈 수 없는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건, 뭔가 당연히 방문해야할 코스처럼 느껴졌다.


중국사람들이 빨강색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빨강색의 극치를 경험한 곳은 다름 아닌 시안이였다. 2019년은 중국공상당 정권수립 70주년으로 중국인들에게는 축제와 같은 해인데, 그 기념은 외국인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무척이나 요란한 모습이였다. 화려한 불빛의 레이져쇼와 이 세상의 색은 빨강색 하나인 것 마냥, 온통 빨강색으로 디자인된 건물들. 그 날의 나는 빨강의 도시에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 곳의 스타벅스 역시, 빨강색이다. '시안의 서점'편에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모던함의 메이드 인 차이나의 디자인을 언급했었는데, 여기 이 광장에서 보았던 메이드 인 차이나의 다자인은 나의 감탄이 무색할 정도로 심한 편차를 보여주었지만, 무조건적인 화려함의 극치를 좋아하는 일반적 중국인들의 감성도 엿볼 수 있었다.


시안의 스타벅스



아주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보면, 길가운데로 시안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역사적인 몇장면들이 아주 거대한 설치물들로 관광객을 맞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설치물들은 사람들을 압도하고, 이것이 바로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곳의 위엄일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병마용갱과 같은 여전히 지금의 시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문화재와 같은 이야기 거리들이 없었다면 이 날 내가 본 것들은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고, 보여질 수 없는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느낀 시안은 스토리텔링의 도시이다. 그리고 느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그러한 스토리가 있기에 여전히 시안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고, 앞으로도 시안은 병마용갱과 대안탑, 성벽 등을 만든 그들의 후손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재창조될 것이다.


물론 화려함과 빨강색의 힘을 조금을 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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